검찰이 지난 5월 25일 청해진해운 회장 유병언씨의 순천 별장을 급습했을 때 유씨가 2층 통나무 벽 속에 숨어 있는 사실을 모르고 눈앞에서 놓쳤다고 한다. 연인원 145만 명의 경찰과 군대까지 동원했는데도 흔적조차 찾지 못한 것은 유씨가 신출귀몰해서가 아니라 검찰·경찰의 무능함 때문이라는 게 만천하에 드러난 셈이다. 황당하다 못해 말문이 막힌다.
검찰은 별장 급습 당일 현지 지리에 밝은 순천경찰서에 전혀 협조를 요청하지 않았다. 당시 경찰이 별장 주변을 에워싸고 도주로를 차단했더라면 유씨를 충분히 검거할 수 있었다. 이튿날 경찰을 투입했지만 전남경찰이 아니라 경기경찰청 광역수사대였다. 공조해도 시원찮은 판에 검찰이 현지 경찰을 믿지 않은 것이다.
검찰·경찰은 유씨가 6월 12일 변사체로 발견된 상태였다는 사실도 모른 채 40일 넘게 그의 행적을 뒤쫓아왔다. 70대 농부가 유씨의 시신을 발견하지 않았더라면 영구 미제로 묻혀버릴 수도 있는 사안이었다. 검·경의 무능과 안이함을 그대로 보여준 총체적인 부실 수사라고 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다.
지난달 12일 순천에서 발견된 변사체가 유씨라는 사실이 확인된 후 김진태 검찰총장은 순천지청에 대검 감찰반을 보내 감찰을 하도록 지시했다. 또 최재경 인천지검장은 유씨 검거 실패 등 부실수사에 책임을 지고 어제 사표를 제출했다. 이성한 경찰청장도 우형호 순천경찰서장과 형사과장에 이어 정순도 전남지방경찰청장을 직위 해제했다.
그러나 검찰·경찰의 어처구니없는 부실수사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 이 정도 선에서 끝날 일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검찰과 경찰이 처절한 자기 반성을 거쳐 거듭나지 않는다면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워 보인다. 검·경 수뇌부가 어떤 결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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