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과 슬픔, 고통과 분노는 '현재 진행형'
사망·실종자 가족들 "끝까지 잊지 말기를"
세월호 참사 100일 ▶관련기사 2·3·4·5면
세월호 참사 100일째다. 이제는 눈물도 마를 법 한데, 시커멓게 가라앉는 세월호 안에서 울부짖는 어린 학생들을 떠올리면 가슴이 또 다시 울컥해진다.
온 국민이 지켜본 가운데 단 한명도 구조하지 못한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 썩을대로 썩은 우리사회 곳곳의 비리와 부패 사슬, 여기에 억울하게 죽어간 아이들의 모습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어린학생들을 포함, 수백명의 소중한 생명이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수장당했는데도 책임지는 사람 없고, 관련 특별법 제정은 여전히 난항이다.
세월호 침몰 후 100일 동안 우리가 느낀 충격과 슬픔, 고통과 분노는 '현재진행형'이다 . 실종자 10명은 아직 차가운 바다 속에 잠겨 있다.
그래서 진도 팽목항의 시간은 여전히 4월16일 참사 그 당시에 멈춰서 있고, 사고 원인 조사와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한 수사와 재발을 막기 위한 후속 조치도 공염불일 뿐, 대한민국은 바뀐 것이 하나도 없다.
세월호 참사로 돈이면 다 되는 천박한 물질 만능주의와 부패한 관료조직, 무능과 부정으로 꼬인 대한민국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났다.
세월호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면서 온 국민의 슬픔과 절망은 분노로 변해갔다.
승객과 배를 버린 비정한 선장과 선원들의 비정상적인 행태에 국민은 분노했고 무리한 증축과 이를 허가해준 허술한 관리감독 체계에 할 말을 잃었다.
단 한명도 구조하지 못한 해경은 부실한 초기대응의 '핵심'이었다.
세월호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족과 실종자 가족들의 슬픔은 끝이 없지만, 이들의 바람은 한결같다. "세월호가 준 교훈을 잊지 말아 주세요."
세월호 참사 98일째인 지난 22일, 팽목항 등대 난간에는 작은 풍경과 노란리본, 별 모양 메모판이 가득 찼다. 천막 한편에서는 희생자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목탁 소리가 흘러나왔다.
난간을 가득 채운 노란 리본과 별 모양 메모판에는 "내 아들 너무 보고싶어", "딸 집에 가자. 사랑해. 미안하다", "빨리 너를 만나고 싶다. 이제 그만 뭍으로 나와서 엄마 아빠와 함께 안산에 가자. 너무 많이 보고싶다" 등 기원으로 가득 차 있다.
100일 동안 294명의 시신이 수습되면서 남은 실종자는 학생 5명, 교사 2명, 일반인 부자, 일반인 여성 등 10명으로 줄었다. 실종자 가족들은 뜨거운 팽목항과 진도실내체육관에 남아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이제 팽목항과 진도실내체육관은 실종자를 기다리던 가족들의 새로운 터전이 돼버렸다.
"접근 및 사진 촬영 금지. 가족이 원치 않습니다."
방파제에서 100m가량 떨어진 곳에는 실종자 가족의 임시 거처로 활용되는 조립식 주택, 자원봉사용 텐트가 늘어선 입구에서 가장 먼 저 눈에 띈 팻말이다.
수습된 시신과 함께 가족들이 떠나면서 사고 직후 1천명이 넘게 북적였던 분위기 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팽목항을 지키는 사람들은 남아 있다.
세월호 참사 가족들이 처음 모였던 진도실내체육관의 상황도 팽목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유가족들이 빠져나가면서 좁게만 느껴졌던 체육관이 이제는 휑한 기분마저 들었다.
실종자 가족들은 에어컨이 마련된 조립식 건물을 마다하고 3달 넘게 숙식을 해결했던 체육관을 떠나지 않고 있다.
체육관에 도착하자 도민체전 준비를 위해 운동장 건물 콘크리트를 부수는 중장비의 규칙적인 소음이 들려 마음을 초조하게 만들었다.
실종자 가족들은 참사 100일을 맞이하면서 '사망자들과 실종자들이 잊히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만 커질 뿐이다.
"사체를 발견하는 것 말고는 다른 것에 관심도 없다. 찾을 때까지 언제까지고 이곳에 머무를 것이다. 지금까지도 찾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버텨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한 가족은 "모든 국민이 우리의 마음을 헤아려달라는 것은 아니지만 유가족을 조롱하는 엄마부대와 일베를 보고는 억장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남은 가족들은 그래도 끝까지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아달라고 했다.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5·18의 아픈 현실과 역사의 교훈을 세월호에서 다시 되새겨본다.
선정태기자
- 때아닌 가을에 폭염주의보? 역대 가장 더운 9월 중순 무등일보 DB. 최근 광주·전남지역에 늦더위가 기승을 부려 9월 최고 기온을 갈아치우는 등 11년 만에 가을폭염이 관측됐다.18일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기상청은 지난 16일 광주와 담양에 폭염주의보를 발령했다. 이튿날인 17일에는 폭염주의보가 나주와 화순까지 확대됐다.폭염주의보 첫날인 16일 광주 낮 최고기온은 31.3도로 평년 기온(26.9도)보다 4.4도 높았다.이튿날인 17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33.5까지 높아져 평년 기온(27도)과 6.5도 차이가 났다.특히 18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34.5도까지 치솟아 9월 중순 최고기온을 갱신했다. 이전까지 9월 중순의 최고기온 기록이던 33.7도(1998년 9월 19일·2008년 9월 18일·2008년 9월 19일)을 큰 격차로 따돌렸다.광주지역에서 9월 중순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것은 이번이 관측 이래 네 번째다. 지난 1998년에 처음으로 '한가을 폭염'이 나타난 데 이어 2008년과 2011년에도 9월 중순까지 늦더위가 기승을 부렸다.기상청은 한반도 주위의 고기압에 의해 따뜻한 기류가 유입되며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본 아래쪽에는 여름 기단인 북태평양 고기압이 아직까지 물러나지 않고 태평양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를 우리나라로 불어놓고 있다. 동해상에는 또 다른 고기압이 자리를 잡고 한반도 서쪽 지방에 더운 공기를 유입시킨다.여기에 18일에는 햇살을 막아주던 구름까지 걷히면서 폭염지수를 더욱 높였다.기상청 관계자는 "고기압이 따뜻한 공기를 불어넣는 동시에 남해상에서 태풍 '난마돌'이 북상하면서 뜨거운 수증기를 몰고왔다"며 "태풍이 지난 후에는 기온이 뚝 떨어지며 본격적인 가을 날씨가 이어질 예정이다"고 말했다.한편 폭염주의보는 폭염특보의 한 종류로 이틀 이상 하루 최고 체감온도가 33도를 웃도는 등 더위로 인한 큰 피해가 예상될 때 발효된다. 이전까지는 기온을 기준으로 폭염특보를 발령했으나 지난 2020년부터는 기온과 습도를 함께 고려하는 체감온도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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