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이색 장례식

@무등일보 무등일보 입력 2014.07.14. 00:00

요즘 영미 국가의 장례식은 기타나 포도주 병 모양의 관을 사용하거나 어깨춤이 절로 나오는 유쾌한 음악을 틀어놓는 장례식, 살아 있을 때 모습으로 조문객을 맞는 장례식 등 이색 장례식이 유행 중이란다.

미국 남부 뉴올리언스에서는 2012년에 처음으로 이색 장례식이 열렸다고 한다. 평소 조문객이 자기를 내려다보는 것이 싫다고 말했던 브라스밴드의 리더가 죽은 뒤에 지팡이를 짚고 서서 조문객을 맞은 것이다. 올해에는 오토바이 애호가가 자신의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를 탄 채 공동묘지로 옮겨져 오토바이와 함께 묻혔으며, 파티 호스티스였던 한 여성은 역사적인 극장의 로비에 있는 벤치에서 조문객을 맞았다. 지난 달 53세에 숨진 한 여성은 검은색 선글라스를 끼고 테이블에 앉아 조문객을 맞았는데, 한 손에는 맥주잔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담배를 들었다.

푸에르토리코 산후안에는 이러한 이색 장례식이 비교적 많다고 한다. 긴급 의료구조요원은 앰뷸런스 바퀴 뒤에 전시됐으며, 체게바라의 복장으로 조문객을 맞은 고인도 있다. 살인으로 희생된 스물네살 젊은이는 거실 기둥에 기댄 자세였다. 권투선수였던 사망자를 위해서는 링이 만들어지고 시신에는 권투글러브와 후드가 착용됐다.

이러한 이색 장례식은 죽은 자가 죽기 전 미리 계획한 것으로 ‘죽음’이라는 우울한 사건을 덜 비극적으로 만들려는 시도로 보인다.

그러나 이같은 이색 장례식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죽은 사람을 살아있는 것처럼 꾸미는 게 부적절하며 시신을 모독하는 행위로 애도의 부재를 야기한다"고 말한다.

죽음이 안겨주는 상실의 아픔이 유쾌한 장례식을 치른다고 해서 가벼워질까? 죽어가는 내가 나의 장례식을 한바탕 즐길 수 있는 잔치로 꾸민다고 해서 남겨진 사람들의 깊은 슬픔을 치유해줄 수는 없다. 적어도 고인을 기억하고 이별을 슬퍼하는 사람이 있을 때 장례식의 존재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장례식은 죽은 자가 마지막까지 개인적 욕망을 투사하는 자리가 되기보다, 살아남은 자가 죽은 자를 떠나보내고 삶을 이어가기 위해 애도를 시작하는 자리가 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정신은 간 곳 없고 공장서 찍어낸 듯한 형식만 남은 우리의 장례문화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봤으면 한다. 윤종채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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