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 세월호 참사는 우리사회의 적폐(積幣 오랫동안 켜켜이 쌓여 온 폐단)를 민낯으로 보여주었다. 세월호의 인수·증축·운항 등에서 보여준 짬짜미부터 단 한명도 구조하지 못한 '국가권력'은 지켜보는 모든 국민들에게 참혹감을 안겨 주었다. 국민 분노가 극에 달하자 박근혜 대통령은 '적폐일소'와 '국가개조'를 내걸며 난국을 돌파하려 하고 있다. 특히 적폐의 가장 밑바탕에 '관피아'(관료+마피아)가 똬리를 틀고 있다고 진단, 회심의 카드로 대법관 출신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불과 며칠이 되지 않아 '과다수임료' 문제로 안 후보자가 낙마하면서 카드는 빛을 바랬다. 전관예우 차원의 과다수임료는 ‘법조 관피아’의 상징이기도 했다. 결국 박 대통령이 관피아 척결 등 '적폐일소'를 통해 '국가개조'를 노렸던 '세월호 정국 정면 돌파 카드‘는 써보지도 못한 채 휴지통에 버려졌다. 체면을 구긴 박 대통령은 또다시 행정의 수반인 국무총리를 누구로 할 것인가를 고심하고 있는 형국이다.
씨가 마른 광주·전남 인재 등용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대탕평을 통한 국민 화합을 약속했다. 상대 후보였던 문재인 후보와의 대화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했다. 특히 호남지역 유세에서는 "대탕평 인사를 통해 호남사람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하지만 집권 1년을 넘어선 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은 그야말로 '끼리끼리', '회전문' 인사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 쉽게 말해 자신의 지역 기반인 PK(부산·경남)와 군·법조 인맥의 무한 신뢰가 그것이다.
구체적으로 국가 권력의 3대 축인 행정·입법·사법부의 수장들이 PK 출신들로 채워졌다. 사법부 양대 산맥인 양승태 대법원장과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의 고향은 부산이다. 낙마했지만 행정부 수장으로 지명된 안대희 총리 후보자는 경남 함안이다.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에는 경남 창원 출신인 정의화 의원이 내정됐다. 또한 사정 라인인 황찬현 감사원장(경남 마산)과 김진태 검찰총장(경남 사천), 홍경식 민정수석(경남 마산), 김수민 국정원 2차장(부산) 등 권력의 핵심부도 예외 없이 PK 출신이 자리하고 있다. 정부 요직의 PK 편중은 경남 거제 출신인 김기춘 비서실장의 청와대 입성 이후 더욱 심해졌다는 게 정설이다. 그는 1992년 말 대선 당시 ‘우리가 남이가’라며 지역감정을 조장, 일거에 대선 판세를 뒤엎은 '초원복집 사건'의 주인공이다.
즉 김 실장이 PK라인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지역 인맥 형성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춘 대원군’이라는 신조어까지 나돌면서 인적쇄신 1호로 야당이 지목하고 있다. 이러다 보는 끼리끼리 문화가 국가권력 중심부에 형성되면서 5대 권력기관장과 2인자인 차장은 말할 것도 없고, 1급 핵심 자리에서도 호남 출신은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박 정권은 대탕평을 통해 호남사람들의 눈물을 닦아 주기는 커녕 '인재의 씨'를 말리고 있다.
대탕평은 후보시절 대국민 공약
탕평책은 조선 후기 영·정조가 국가운영에 있어 인재를 고루 등용하기 위한 정책이었다. 당시 붕당정치로 신하들 끼리끼리 문화가 극에 달하면서 왕권이 약화됐다. 이에 영·정조가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탕평책을 펴면서 어느 정도 권력의 균형을 이룰 수 있었다. 대탕평의 사례는 당 태종에게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정관의 치'로 유명한 당 태종 이세민은 피비린내 나는 형제간 싸움을 끝내고 당나라를 건국한다. 위징은 당시 형 이건성의 편에 서서 이세민을 죽이려 한 반대파였다. 이세민은 그러나 즉위 후 위징의 인물됨을 높이 평가, 그에게 벌을 주지 않고 발탁했다. 태종은 항상 위징에게 나라를 다스리는 원리에 대해 물었다. 위징은 "임금은 배와 같고 백성은 물과 같다. 물은 배를 뜨게 해주지만 반대로 전복시킬 수도 있다"라는 비유로 대답했다. 왕이 백성만을 바라보고 가게끔 한 것이다. 청와대 국방수석과 국방장관 임명에 이어 조만간 총리임명과 개각, 그리고 청와대 참모진 개편 등 대대적 인사가 이루어 질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이 부디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 대통합’ 정신에 부합하는 대탕평 인사로 '세월호 난국'을 타개해 나가길 기대해 본다.
- 때아닌 가을에 폭염주의보? 역대 가장 더운 9월 중순 무등일보 DB. 최근 광주·전남지역에 늦더위가 기승을 부려 9월 최고 기온을 갈아치우는 등 11년 만에 가을폭염이 관측됐다.18일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기상청은 지난 16일 광주와 담양에 폭염주의보를 발령했다. 이튿날인 17일에는 폭염주의보가 나주와 화순까지 확대됐다.폭염주의보 첫날인 16일 광주 낮 최고기온은 31.3도로 평년 기온(26.9도)보다 4.4도 높았다.이튿날인 17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33.5까지 높아져 평년 기온(27도)과 6.5도 차이가 났다.특히 18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34.5도까지 치솟아 9월 중순 최고기온을 갱신했다. 이전까지 9월 중순의 최고기온 기록이던 33.7도(1998년 9월 19일·2008년 9월 18일·2008년 9월 19일)을 큰 격차로 따돌렸다.광주지역에서 9월 중순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것은 이번이 관측 이래 네 번째다. 지난 1998년에 처음으로 '한가을 폭염'이 나타난 데 이어 2008년과 2011년에도 9월 중순까지 늦더위가 기승을 부렸다.기상청은 한반도 주위의 고기압에 의해 따뜻한 기류가 유입되며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본 아래쪽에는 여름 기단인 북태평양 고기압이 아직까지 물러나지 않고 태평양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를 우리나라로 불어놓고 있다. 동해상에는 또 다른 고기압이 자리를 잡고 한반도 서쪽 지방에 더운 공기를 유입시킨다.여기에 18일에는 햇살을 막아주던 구름까지 걷히면서 폭염지수를 더욱 높였다.기상청 관계자는 "고기압이 따뜻한 공기를 불어넣는 동시에 남해상에서 태풍 '난마돌'이 북상하면서 뜨거운 수증기를 몰고왔다"며 "태풍이 지난 후에는 기온이 뚝 떨어지며 본격적인 가을 날씨가 이어질 예정이다"고 말했다.한편 폭염주의보는 폭염특보의 한 종류로 이틀 이상 하루 최고 체감온도가 33도를 웃도는 등 더위로 인한 큰 피해가 예상될 때 발효된다. 이전까지는 기온을 기준으로 폭염특보를 발령했으나 지난 2020년부터는 기온과 습도를 함께 고려하는 체감온도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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