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칼럼-수능개편안, 문재인 정부에 어울리지 않다
노영필 교육평론가·철학박사
입력시간 : 2017. 08.16. 00:00


지난 10일 교육부가 2021년 수능개편안을 발표했다. 발표내용을 접하면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대선기간동안 발표했던 당시 문재인후보의 교육정책발표 기자회견문이었다.

대한민국 교육을 기본에서 다시 시작하겠다면서 "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라고 선언하고 "헌법 31조의 모든 국민이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의 정신에서 다시 시작하겠다고 다짐했다.

"교육의 당사자인 우리 아이들, 학생들은 우리 교육정책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를 묻고, "제도에 아이들을 맞추고 학교에 학생들을 맞추고, 입시경쟁에 꽃같은 아이들을 몰아넣지 말자"고 다짐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교육정책 순위에서 뒷전으로 밀려났던 학생들을 무엇보다 먼저 존중하고, 모든 학생들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국가가 초중고 교육을 완전히 책임지는 시대를 열어 교실혁명으로 창의적 인재를 길러내겠다"고 했다.

선거기간 동안 제시한 교육정책의 문제인식, 현실진단, 해결방향을 볼 때 대체로 명쾌했다. 그것도 부족하면 "공약일지라도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한 사항은 국가교육회의에서 논의하도록 하겠다. 초중등 교육은 시도교육청에 완전히 넘기고 학교단위의 자치기구도 제도화하겠다. 학부모, 학생, 교사의 교육주권을 세우도록 하겠다"고 소통을 강조하는 목소리로 마무리했다.

그리고 집권 100여일쯤 2021수능안 시안 발표를 했다. 선거 공약과 비교할 때 너무 낯설고 맥락이 없다. 교육정책 공약에서 "학제개편과 국립대연합체제 개편 등을 논의하고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할 것이라는 선언을 떠올리면 아플 만큼 쌩뚱맞다.

수능개편안 공청회를 위해 <1안>과 <2안>을 살피면 금방 이해된다. <1안>은 영어, 한국사, 통합사회?통합과학만 절대평가로 하고, <2안>은 전과목 절대평가를 적용하는 방안이다. <1안>이든 <2안>이든 선거공약의 교육정책과 맥이 닿지 않아 보인다. 옥상옥이고 달아내기식 처방이다.

<1안>이든 <2안>이든 수능개편안은 황폐화된 학교교육을 정상화시키고 과열경쟁으로 인한 부작용을 해소하자는 취지에서 보면 현행 제도와 본질적인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 '시대에 맞지 않는 주입식 교육'과 '학생들을 사지로 몰아넣는 과열 경쟁' 해소는 애초부터 없다는 뜻이다. 변별력을 위해 상대평가를 병기하는 제도를 넘어서지 않는한 그렇다. 대학선발방식을 넘어 학벌적 폐해까지 고려한 해법이 아니고는 의미가 없다.

더더욱 정책공약과 수능안 공청회 기초자료와 연계되지 않고 있는 점을 볼 때 정책책임자들과 부처가 심하게 겉돌고 있는 것 같다. 전형적인 사례가 교육부가 아닌가 싶다. 교육부는 어느 부처보다 보수적이다. 권력에 눈치보는 게 빠르고, 있는 것을 지키고 미화시키는 일이 최선인 듯 싶어서다.

학교 현장 역시 마찬가지다. 성취평가제라는 절대 평가 시스템이 일부 도입되었지만 수능 점수를 높이기 위해서는 반복적인 문제풀이에 익숙해져야 산다. EBS 문제집을 풀이하고 자습서 속의 정답을 훈련하기 때문에 토론수업을 끼워 넣을 수도 협동학습을 결합시킬 수도 없다. 더더욱 자기 정체성도 지적 창의성도 생각해볼 겨를이 없다. 오직 정답과 오답을 선별하는 데 길들여져야 한다.

선택지 안에 갇히고 교재를 벗어난 질문을 하는 학생은 교실 안의 이방인이다. 황폐화의 본질을 숨기기 위한 구호만 더 화려해진다. 이대로라면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는 교육은 고사하고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길과도 너무 거리가 멀다. 그렇게 되면 개인적인 삶의 가치를 만드는 일은 어려울 것이고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일은 실로 요원할 수밖에 없다.

제발 선거 때 외친 교육정책공약이 빈 공약이 되지 않도록 해결책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촛불민심이 만든 권력이다. 정치적 이해당사자의 눈치를 보지 말고 촛불 국민을 존중하면 된다. 지금 민심은 '수치로 잴 수 있는 뛰어난 사람을 찍어내는 교육이다'고 진단하고 있다. 행복을 일굴 수 있는 학생들의 능력을 만들어 줄 교육을 원한다가 국민의 명령이다. 그걸 외면한 채 수능만 손대는 교육정책은 성공적인 정부를 이끌 수 없다.

촛불 혁명이후 교육적폐 청산, 교육개혁에 대한 일정이 100대 과제에서도 어설프다. 교육부는 그 청사진을 밝히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교육에서 수능은 계륵으로만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 수능은 교육의 화약고여서도 안 된다. 역대 정권에 손을 대지 않는 때가 없듯 입시가 전부가 아님을 선언해야 한다. 당신들이 선거공약에서 언급한 것을 책임져야 한다. 이런 식의 대응을 할 수 없다면 교육문제에 한해 문재인정부를 믿을 수 없을 것이다.


주현정        주현정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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