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한땐 '대통령 빽'···완도 어부는 잘나갔던 핸드백 디자이너였다

입력 2021.10.06. 17:36 김봉일 기자
[금일도 귀어민 구종삼씨의 인생역정]
중졸 후 3년간 일본서 디자인 공부
국정농단 연루 고영태 협력업체로
박근혜 전 대통령 클러치백 만들어
중국 납품 어긋나 빚더미 수렁에
2천만원 달랑 들고 가족과 고향행
거친 바닷일·막노동 어렵사리 정착
구종삼씨가 선박매입자금을 지원받아 마련한 배에서 그물을 손질하고 있다.

완도군 금일읍 월송리 앞바다에서 다시마와 청각 등 해조류와 자망어업으로 제2의 삶을 꾸려가고 있는 구종삼(50)씨. 구씨는 이곳 금일도 태생이지만 귀어를 결심하고 결행하기까지 험난한 역정을 거쳤다. 금의환향(錦衣還鄕)해도 시원찮을 판에 어쩔 수 없이 고향으로 되돌아와야만 했다. 그것도 혼자 몸이 아닌 직계가족 세 명과 장인·장모까지 모두 다섯 식구를 책임져야 하는 막다른 골목에 내몰린 채 낙향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사업을 접고 겨우 마련한 2천만원이 전부였던 그는 지난 2018년 7월 눈물의 낙향을 감행했던 것이다. 어지간한 용기와 뚝심없이는 불가능한 일이고, 따가운 시선과 편견, 설움을 이겨내야 하는 절절한 인내심만 굳게 믿으면서 말이다.


낡은 집 매입비와 수리비를 합쳐 1천300만원을 쓰고 남은 700만원으로 다섯 식구를 먹여 살려야했던 섬 생활이었다. 아무리 아껴 써도 2~3개월이면 바닥날 그 돈으로 고향에서의 첫 신호탄이 울렸다. 새롭게 바다 일을 배운다는 자세로 닥치는 대로 임했다. 다시마 등 해조류를 따고 말리는 일, 양식장 시설보수와 철거작업 등 어민들이 주는 일이라면 정말 감사하다고 연신 고개를 숙이며 꼬박 1년을 생활했다.

끈기와 힘만 있으면 쉬울 것만 같았던 바다일은 그 어느 것 하나 만만치 않았다. 어릴 적 아버지를 따라 배우던 기억 속의 일과는 천양지차였다. 이를 악물고 거친 바다 일과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낼 수밖에 없었다. 그의 성실함과 진득함을 믿고 말없이 따라준 베트남 하노이 출신 아내 웅우엔 티탄화(30)씨와 지현(8)·지윤(6)양, 장인·장모를 위해서라면 못할 게 없었다. 여기서 다시 쓰러지느냐, 일어서느냐 너무나 절박한 생존의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었다.

완도 금일 고향으로 귀어한 구종삼씨는 한때 잘나가던 핸드백 회사 사장님이었다. 그는 "직접 만든 여성용 클러치백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들고 다녔다"고 했다.

"부모님 고향이라지만 사고무친의 고향 땅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딱히 반겨줄 사람도 없었습니다. 기웃기웃 일거리를 찾아 나섰습니다. 어떤 일이든 하겠으니 제발 써주기만 하면 고맙겠다며 일당제로 바다 일을 시작했습니다. 고향 사람들은 역시 가슴이 따뜻했습니다. 지금은 형님으로 모시는 조광근(53) 이장님은 딱한 처지에 놓인 저희 가족들에게 무슨 일이든 앞장서 도움을 주셨습니다. 한 푼이 서러운 저희한테 하루가 멀다 하고 이곳저곳 일자리를 알선해 주셨습니다. 이장님은 제 생애 잊을 수 없는 세 분 가운데 한 분입니다." 고향 땅에서 그의 인생 3막은 이렇게 전개되고 있었다.

그렇게 3년여가 지난 요즘, 구씨는 서울에서 무작정 내려올 때에 비해 한층 여유로워졌다. 그간 어업인후계자 교육을 받은 후 어업인후계자로 선정되면서 연 이자율 2%짜리 선박매입자금과 영어자금을 지원받아 남들보다 먼저, 그리고 훨씬 많이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바다 일에 열심이다. 매일 새벽 4시께 일어나 허가를 받은 자망어장에서 6~7시간을 보낸 다음, 또다시 오후 3시께부터 4시간쯤 일하다 집으로 돌아오는 생활을 반복한다. 구씨는 "아직도 어설픈 어부지만 초등학생 2~3학년 때 아버지를 따라 바다 일을 하던 기억들이 되살아나면서 차츰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구종삼씨의 아내 웅우엔 티탄화씨가 친정 어머니와 함께 어망 손질을 하고 있다.

아내 티탄화씨도 엄마와 함께 하루 온종일 그물에 걸린 어패류를 걷어내고 그물을 보수하는데 여념이 없다. 지난 2일 오후에도 베트남 모자를 눌러쓰고 엄마와 그물 손질을 하고 있었다. "어부의 일은 끝이 없는 것 같아요. 물고기를 잡는 일도 중요한 일이지만 그물에서 각종 어패류를 걷어내고 그물망을 수선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려요. 꾸준하게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우리 식구들도 남부럽지 않게 잘 사는 날이 올거라 믿어요." 티탄화씨는 이런 말을 전하면서 해맑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구씨는 한때 잘 나가던 핸드백 제조회사의 대표였다. 지난 2006년 일본 사이타마현 동남부 야시오시의 유명 가방회사에서 스카우트할 만큼 핸드백 제조기술도 출중했다. 3년간 일본에서 근무하면서 핸드백의 디자인 감각 등을 더욱 새롭게 익혔다. 귀국한 뒤 고민하던 그에게 핸드백 샘플사업은 솔깃한 러브레터와 같았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고영태씨의 가방 제조회사인 '빌로밀로(Villo Millo)'와 코오롱FnC 가방브랜드 '쿠론(Cournne)'의 협력업체로 활동하자는 제안이었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회사의 매출액이 한순간에 늘어났고, 규모 역시 커져만 갔다. 그럴수록 그는 핸드백업계에서 성실한 장인(匠人)으로 자리매김 해갔다. 한솥밥을 먹었던 직원들만 해도 수 십여명에 달했다. 실제로 그가 직접 만든 여성용 클러치백 2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들고 다녔을 정도였다.

여기저기서 또 다른 사업 제안 요청이 들어왔다. 한창 스마트폰이 인기를 구가할 당시 스마트폰 케이스 반제품 제작해보라는 것이었다. 업체들로부터 선수금도 수 천 만원씩 받았다. 중국 등 해외로부터 납품 제의도 얻었다. 그러나 그것이 결국 구씨의 발목을 잡게될 줄이은 꿈에도 몰랐다. 플라스틱을 제외한 반제품 '아이폰' 가죽케이스 10만대 분의 제작이었다. 납품기일 등의 약속을 이행하려고 밤낮으로 공장을 풀가동했다. 7만대 분 케이스의 제작이 끝나갈 즈음, 중국업체에서 클레임을 걸었다. 제품에 하자가 있다는 등의 트집을 잡았다.

앞이 캄캄했다. 그의 앞에 느닷없는 손실금 4억3천여만원을 처리해야 하는 제동이 걸렸다. 억울한 마음에 지리한 법정싸움을 벌인 끝에 승소하기는 했지만 구씨의 심신은 이미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하세월을 기다려준 거래처 사장들에게 구씨는 뭔가 결단을 내려야했다. 거래처 사장들을 불러 모아놓고 한꺼번에 빚을 갚을 수 없으니 적금통장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그리고서 이자는 갚지 못할지언정 매달 적금을 넣는 식으로 원금만이라도 청산하겠다며 약속했다. 그는 4년동안 40여곳의 거래처 사장들에게 3억여원을 꾸준히 갚아나갔다. 빚을 갚아나가는 세월동안 많던 주문량도 차츰 줄어들었다.

그는 기계를 파는 등 공장을 정리해서라도 약속한 빚은 갚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아직까지도 마음의 빚을 짊어지고 있는 고마운 이들이 있다고 했다. 가장 아프고 힘들 때 선결재를 해주며 진심으로 도와준 전용갑(53) 대표와 김영진(49) 대표에게 감사의 말씀을 꼭 전하고 싶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그의 서울 양천구 신월동 공장은 흔적도 없이 다른 사람 손으로 넘어갔다.

"부모님 산소에 가서 하루 온종일 울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매일 술과 낚시로 현실을 잊어버리려고 시간을 보냈습니다. 공장이 넘어가던 날, 집사람한테 모든 걸 잊고 고향으로 내려가서 살면 어떻겠느냐고 물었습니다. 집사람은 '당신이 그렇게 힘들면 고향으로 내려가 살자'고 했습니다. 그러던 집사람이 막상 이제 낙향해야 할 시점이라고 얘기했을 땐 눈물을 펑펑 쏟아내며 하소연했던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생생합니다. '지현이 아빠, 여기서 그냥 살면 안돼… 정말 안돼…'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이런 아픈 사연을 말하는 그의 눈에서는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열 다섯 어린나이에 금일도를 떠나 부산의 핸드백 제조공장에서 허드렛일부터 시작했던 구종삼씨. 각종 심부름과 가내수공업 공장의 청소 일을 도맡아하면서도 오직 핸드백 만드는 기술만 착실히 익히면 성공할 수 있다고 악바리처럼 열심이었던 그였다. 하지만 인생은 3막5장의 연극이라던가, 일장춘몽의 연속이라던가. 시련과 아픔이 닥쳐왔고, 이제는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 꿋꿋하고 진솔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다. "딱히 소망이나 꿈은 없습니다.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가고, 그저 집사람과 아이들이 건강하면 그보다 기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눈물 나는 세상을 아름다운 가슴으로 이끌어가는 그의 앞길에 다시는 고난의 가시밭길이 제발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고 싶다.

김봉일기자 amazingreporter@mdilbo.com 완도=조성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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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약수터) 메타버스
지난 2009년 개봉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 '아바타'는 판도라 행성에 사는 나비 종족을 그대로 모사한 아바타가 실제 세계의 나비 종족과 교류하는 내용이 담겼다. 실제와 꼭 닮은 가상세계에 그 속을 노니는 아바타는 신비감을 주기에 충분했다.인공 두뇌를 활용해 인간을 지배하려는 가상현실 속 영화 '매트릭스' 역시 가상공간을 넘나드는 모습에 머지않은 미래에 성큼 다가와 있는 현실을 직감할 수 있다.코로나로 비대면 소통이 강화되면서 가상세계와 현실세계의 융합을 뜻하는 '메타버스(Metaverse)'가 부상하고 있다.메타버스는 지난 1992년 미국 SF작가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 크래시(Snow Crash)'에 처음 등장했다. 해당 소설에서 메타버스는 아바타를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는 가상의 세계다.이후 메타버스는 지난 2003년 린든 랩이 출시한 3차원 가상현실 기반의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 게임이 인기를 끌면서 널리 알려지게 됐다.특히 초고속·초연결·초저지연의 5G 등 정보통신기술이 급격하게 발달하면서 멀게만 느껴졌던 미래 가상 현실인 메타버스는 어느새 우리 현실 세계에 성큼 다가와 있다.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산업, 교육, 제품체험 등 사회·경제·문화 등 전분야에 걸쳐 확산될 정도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특히 메타버스는 내년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욱 활용되는 모양새다.실제 모 대통령 후보는 최근 '디지털 대전환' 공약을 발표하고 가장과 현실이 융·복합된 공간에서 경제·사회·문화 등이 결합된 예산을 대거 투입키로 공약하고 있다.또 다른 후보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가상공간에 등장해 공약 간담회를 펼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이다.하지만 선거를 앞둔 이들 후보들의 득표를 위한 얄팍한 수단으로 시대의 흐름인 '메타버스' 문제를 정치 소모품화하는 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메타버스'는 장기화된 코로나와 정보통신기술이 적용된 머지않은 우리의 현실적용이 가능한 미래다. 메타버스 안에서 국경의 제한 없이 서로 교류하고 경제활동하는 세상은 머지 않았다.시대의 흐름인 '메타버스'가 내년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등을 앞두고 단순히 선거 득표를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되기보다는 우리 삶의 질적 성장을 이루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김옥경기자 okkim@mdilbo.com
노잼도시
광주 문화공간 상당수 자리만 지킨 채 '텅텅'
지난 1일 오후 광주 북구 광주시립미술관의 로비와 휴식공간이 입장객 없이 비어있다.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스페셜기획ㅣ노광탈 프로젝트⑧] 예향? 관광객은 외면한다'문화수도 광주'라는 말만큼 광주에서 공허한 구호가 있을까. 이 같은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광주 내에는 시립미술관, 시립박물관, 비엔날레 전시관 등 무수히 많은 문화시설이 있지만 시민들 눈높이에 맞추지 못한다는 지적이다.특히 막대한 혈세를 들여 문화시설들은 우후죽순 늘어났지만 방만하고 안일한 운영으로 시민들에게 외면받으면서 자리만 지키는 신세로 전락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이 곳에서 제공하는 콘텐츠는 '수요자 맞춤형'이 아닌 공급자 중심이어서 콘텐츠는 갈수록 늘어도 '소비율'은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통계가 말해주고 있다.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킬러콘텐츠' 위주로 경쟁력을 확보함은 물론 문화시설이 상시적으로 시민들이 찾을 수 있는 '혁신적 공간'으로 재탄생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시설 자체가 하나의 소중한 자산으로 시민들의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점'처럼 각각 떨어져 있는 문화시설들을 '선'으로 연결해 시너지 효과를 높여야 한다는 지직도 나오고 있다.◆중외공원 가보니…주민·상인 "존재감 없어"지난 1일 오후 4시 광주비엔날레 전시관과 광주시립미술관, 광주역사민속박물관 등이 밀집된 중외공원. 광주를 대표하는 문화예술 공간들이 오밀조밀 있는 모여 있는 만큼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이 어느 정도 있을 거란 생각과 다르게 산책하는 주민들만 드문드문 보일 뿐이었다.지난 1일 오후 광주 북구 광주비엔날레전시관에 인적없이 불이 꺼진 공간들이 늘어서있다. 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이 전시는 끝났어요. 여기(비엔날레)는 다른 전시가 없으니 시립미술관 쪽으로 가보셔야 할 것 같아요."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을 들어가자 전시를 알리는 포스터가 무색하게 '지금은 전시를 볼 수 없다'는 직원의 말이 들려왔다.그 전시관에서는 지난 25일부터 이날까지 특별기획전시회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저조한 방문객 때문에 전시작품들은 이미 절반 이상 철수된 상태였다. 작품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작품을 포장한 택배상자와 비닐포장지가 널브러져 있었다.전시관을 나와 다른 전시관으로 향하는 길. 어두컴컴한 복도가 이어지자 불안감이 들었다. 수유실·세미나실 등 비어있는 공간들을 지나쳐 경사로를 오르자 또 다른 빈 전시장에 도착했다.굳게 닫힌 전시장 정문 옆에는 시작까지 일주일 이상 남은 다른 전시회의 안내판이 미리 붙어있었다. 3층 전시장도 오랜 시간 사람이 왕래하지 않은 듯 고요했다.인근 시립미술관을 찾아가자 본관 전체 6개의 전시실 중 2곳만 전시가 진행 중이었다. 시민이 찾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최근 리모델링을 마친 1층 로비에 카페 등 휴게시설이 조성돼 있었지만 건물이 문을 닫는 시간까지 시설을 이용하는 시민은 한 명도 없었다.비엔날레 인근 식당에서 만난 종업원 김모(57)씨는 "비엔날레 앞 상권이지만 비엔날레의 영향은 거의 받지 않는다"며 "이곳을 오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아파트 주민들"이라고 말했다.중외공원에서 만난 시민 유다혜(31)씨는 "바로 앞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지난 번 디자인비엔날레를 관람했을 때 외에는 건물 내로 들어가 본 적이 없다"며 "딱딱한 공간이라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시민 눈높이 안 맞는 콘텐츠에 시민들 '외면'문화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려는 광주에는 시민 혈세로 운영되는 문화예술 시설·공간들이 많다. 그러나 상당수가 시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지난해 초부터 코로나19 확산으로 광주 문화 공간 내 방문객이 절대적으로 감소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는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근본적으로 시민들 눈높이에 맞지 않는 전시 위주의 콘텐츠와 '킬러 콘텐츠'가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0년 문예연감'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광주시에서 열린 문화예술활동은 1천126건이다. 이는 전국 6개 광역시 평균 수치인 1천289건과 엇비슷한데 콘텐츠 자체가 적지 않다는 뜻이다.문제는 시민들이 관심과 눈길을 끌만한 콘텐츠가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문화예술 관람횟수가 타 지자체에 비해 확연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광주시민의 문화예술 관람횟수는 미술전시가 1.7회(6개 광역시 평균 2.05회), 서양음악 2.1회(6개 광역시 평균 1.9회), 뮤지컬이 1.2회(6개 광역시 평균 1.9회)를 기록했다. 시민들이 찾을만한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이와 관련 장재성 광주시의원은 지난 10월 광주시의회 302회 임시회에서 "광주시가 유치한 문화시설이 많지만 특별한 콘텐츠가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독특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유지비는 나가는데 …'노는 공간' 많아 활용 필요이 같은 문화시설은 전시나 공연과 같은 콘텐츠 외에도 공간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임에도 이를 간과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러면서 시민들의 발길이 끊긴 채 유휴공간으로 전락하고 있다. 특히 비행사 기간에는 폐쇄된 채 비어있는 경우가 많다.대표적으로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은 비엔날레와 디자인비엔날레가 2년 주기로 열린다. 통상 두달여간 열리기 때문에 일년 중 10개월은 빈 공간으로 남게 된다. 다음 해 전시를 준비하는 기간을 감안하더라도 상당 기간이 비어있는 상태다.이 때문에 정기전시가 열리지 않는 기간에는 대관 등을 통한 수시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으로 전시관을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광주비엔날레재단에 따르면 이달 중 교육 프로그램 만 단 3일 잡혀있는 상황이다.광주비엔날레는 전시관 구조 등의 문제로 대관 '전시벽'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비엔날레 관계자는 "비엔날레는 전시관 하나하나의 크기가 큰 편이기에 대관료도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공연시설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서구 광주공연마루의 경우 지난 2010년 광엑스포 당시 주제관으로 사용된 후 지난 2018년부터 국악상설공연을 위한 장소로 새단장했다. 그러나 공연장은 물론 주변 공원까지도 사람이 찾지 않고 있다. 주 5회의 국악공연이 이뤄지고 있지만 많은 시민의 발걸음을 이끌기에는 역부족이다. 공원 내 에너지파크가 개관해 방문객이 늘었지만 대부분 교육을 위해 찾을 뿐이다.이에 전시관·휴식공간 등 시설 활용률을 더욱 높이기 위해서는 대관지원,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언제든 와서 쉬고 놀 수 있도록 공간을 혁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실제 서울과 천안시 등은 지원사업을 통해 시민들에게 빈 공연시설과 전시시설 등을 무료로 대관해주고 있다. 예술활동의 시민참여를 확대하고 콘텐츠를 늘린다는 취지다. 국립현대미술관의 경우 콘텐츠 생산에 관심을 기울이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미술관 내 퍼포먼스·공연, 미술작가와의 대화, 학생과 시민들을 위한 미술교육 등이 운영되고 있다.◆"상시 즐길 공간으로 구성…연결이 중요"최근 광주시립미술관은 1층을 시민이 와서 쉬고 놀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재단장하는 등 체험문화공간을 조성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광주시립미술관의 이 같은 시도는 단순히 미술 만을 전시해 사람을 모으는 게 아니라 공간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가 돼 시민들을 모으고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미술문화 향유로 이어지게 하려는 시도다.기존 미술관이나 박물관들 대부분이 딱딱한 전시와 지루한 공간 구성으로 시민들에게서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과 궤를 같이 한다. 마찬가지로 5·18사적지인 전일빌딩의 경우도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해 시민들에게 휴식과 오락의 기능을 제공하면서 5·18 교육과 체험이라는 본연의 목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하고 있다.무엇보다 문화 시설·공간들 간의 연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한 지역 문화계 인사는 "중외공원 내 여러 문화 시설·공간들이 시민들의 발길을 이끌지 못하는 것은 구호로만 문화벨트로 묶여있지 실제로 따로따로 기능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또 다른 지역 문화계 관계자는 "올해 광주시립미술관의 경우 이건희 컬렉션 덕분에 전국적으로 사람이 찾아와 자리를 못잡을 정도였다"면서 "시립미술관은 물론 지역 내 문화공간들이 이곳 만이 가지고 있는 킬러콘텐츠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확산 탓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시민이 찾지 않아 공간이 낭비되는 상황은 이전부터 문제였다"며 "소중한 공간이 시민의 쉼터가 되고 놀거리가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공간을 혁신하고 시민들이 찾을만한 체험공간으로 조성하는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MZ세대
'# 해시태그'와 '井 우물' 어째 닮았다 했더니···
현대사회 속 #(해시태그)는 어떤 의미일까.스마트폰 화면 속 버튼 하나, 가상의 관계망을 규정지어주는 #(해시태그)는 현재의 키워드를 읽어낼 수 있게 한다. SNS라는 온라인 관계망 속 해시태그를 보면 현재의 이슈들이 얼마나 빠르게 확산되고 변화되어가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특히나 MZ세대라 불리는 젊은 층에서 이 해시태그는 그들만의 소통수단이 되어가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들에서 착안된 전시가 열린다.광주 동구 제봉로에 자리한 예술공간 집은 1∼10일까지 '#우물정'전을 열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전남대 예술대에서 한국화를 전공하고 있는 대학원생과 졸업생 총 10인이 각각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전시는 참여작가 중 한 사람인 박화연 작가가 기획했다.현대인들에게 익숙한 #(해시태그)는 그 모양새가 한자 '井'(우물 정)과도 같다.사람의 입으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말들이 연결되어 나타나며 동시대인들의 다양한 시선들 또한 집결해 있는 매개체로서 #를 해시태그, 혹은 우물 정으로 바라보았다. 현재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우물'이라는 장소도 그러한 곳이었다.'우물'은 물을 긷는 곳으로 마을 사람들에게 식수를 제공하는 중요한 장소였다. 마을 사람들에게 우물가는 빨래터가 되기도, 생활의 지혜나 소문을 나누는 은밀한 장소가 되기도 했다.복합적인 장소로서 기능했던 우물은 사람들의 삶의 양식이 변화함에 따라 희귀한 장소가 되어버렸고 이제 그 실체보다는 '우물'이라는 말과 글만이 남겨져 있다.키보드 위에 새겨진 자판 하나, 스마트폰 화면 속 버튼 하나 그리고 SNS라는 가상의 관계망 속에서 수없이 드러나는 문자 하나로서 현대인들에게 익숙한 해시태그는 옛 장소인 우물처럼 수많은 관계망을 만들어낸다.그렇게 해시태그와 우물의 연계성에서 출발, '#'를 각자의 다양한 해석을 담아 제작한 작품들이 모아졌다. 참여 작가는 권예솔, 나지수, 박화연, 설 박, 양세미, 왕샤오난, 왕해음, 윤준영, 전정연, 조하늘 총 10명이다. 다양한 개성이 돋보이는 작품들을 출품했다. '#우물정'의 기획의도 아래 각자의 작품세계 안에서 변화의 모색을 실험해보고 또 다양한 시도를 해본 작품들이다.전시를 기획한 박화연 작가는 "전통적인 우물은 물을 긷는 곳으로 마을 사람들에게 식수를 제공하는 중요한 장소였다. 마을 사람들에게 우물가는 빨래터가 되기도, 생활의 지혜나 소문을 나누는 은밀한 장소가 되기도 했다"며 "복합적인 장소로서 기능했던 우물은 사람들의 삶의 양식이 변화함에 따라 희귀한 장소가 되어버렸고 이제 그 실체보다는 '우물'이라는 말과 글만이 가까이 남겨져 있다"고 말했다.전시는 이처럼 실제와 가상이라는 서로 다른 장소성을 지녔지만 '관계의 매개'로서 존재해 온 공통된 지점을 발견하며 전통적 우물과 #(해시태그, 우물정)의 다층적 의미를, 그 가운데에서 작동하는 예술의 가치를 조명하는 장으로 펼쳐진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지방소멸
제주와 대기업들, 마케팅·도시브랜딩 '찰떡 깐부'
유명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는 제주의 청정 이미지를 브랜딩해 성공한 사례다. 제주시 서귀포 안덕면에 위치한 '이니스프리 제주하우스'의 모습.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온리 제주(Only Jeju)라는 브랜드슬로건을 가진 제주도는 슬로건만큼이나 독보적인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지역 자체가 강력한 브랜드인 몇 안되는 곳이다 보니 기업들이 오히려 제주의 브랜드를 활용하면서 지역과 기업이 서로 시너지를 일으키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아모레퍼시픽이나, 삼다수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데 제주시의 도시브랜딩은 관 주도의 브랜딩이 아닌 지역의 핵심주체인 기업들과 협업을 통한 다양한 도시브랜딩 필요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손꼽힌다. 특히 도시브랜드를 잘 갖추면 이를 활용하려는 기업들은 얼마든지 많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오설록, 이니스프리, 티뮤지엄…'청정' 제주 효과제주 서귀포 안덕면에 위치한 '오설록 티뮤지엄'. 아모레퍼시픽 그룹 계열사이자 차 분야에서 강한 시장경쟁력을 가진 차 브랜드 '오설록'이 운영하는 차 박물관은 한해 15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하는 제주 최고 명소이자 문화공간이다. 단지 차 전시에 그치는 게 아니라 자연친화적인 휴식공간과 '차 클래스' 등 체험 프로그램까지 운영하고 있어 다양한 연령층이 찾는다.취재를 위해 찾은 지난 6일 10만평이 넘는 끝없이 펼쳐진 녹차밭을 배경으로 관광객들은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 그 중에서도 단연코 '이니스프리 제주하우스'는 최고의 인기 장소다. 국내 대표 화장품 브랜드인 이니스프리 소비자라면 꼭 찾게 되는 이곳에는 제주도에서만 살 수 있는 다양한 제품, 기념품 등을 팔고 있었다. 또 부모들은 아이들과 함께 비누만들기 체험에 집중하고 있거나 연인처럼 보이는 이들은 스탬프 엽서를 만들기도 하고 있었다. 같은 건물 안 카페에는 한라산 모양을 한 한라산 케익과 제주의 풍경을 담은 티라미수 등도 인기 상품이었다.자녀와 함께 찾은 박지원씨는 "평소 이니스프리 제품을 이용하다 보니 궁금하기도 해서 오설록티하우스에 온 김에 들렀다"면서 "제주매장답게 제주다운 인테리어와 제주에서만 파는 기념품이 있어 좋고 스탬프 엽서 꾸미기 같은 것도 있어서 놀다 가는 기분 낼 수 있다"고 말했다.이니스프리는 '청정 제주' 이미지를 적극 브랜딩에 차용해 성공한 브랜드다. 지난 2008년 제주 이미지를 연계한 브랜드 마케팅이 성공한 것이다. 이니스프리는 제주 녹차뿐만 아니라 제주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식물을 이용한 제품을 만들고 있다. '제주 그린 뷰티 연구소'를 두고 따로 제주 특화 제품을 개발할 정도다.SPC그룹의 파리바게뜨와 스타벅스 등 기업들은 제주도에서만 파는 제품을 통해 자사의 수익과 제주의 지역 관광 매력도를 동시에 올리고 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토종 삼다수·외인 카카오 본사도 제주 명소로같은 날 제주 조천읍 '삼다수 숲길'. 바로 옆에는 국내 대표 생수업체인 '삼다수' 공장이 있다. 사려니숲길 등 숲길 탐방로가 많은 제주에서도 비교적 최근에 생긴 '삼다수 숲길'은 그 독특한 이름때문에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30m 남짓한 삼나무가 빼곡하게 채운 숲길은 지난 2018년 제주도의 13번째 지질공원 대표명소로 지정되기도 했다.지난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삼다수숲길 걷기대회가 열리고 있던 덕분에 볼거리가 풍부했다. 특히 인기 연예인 '아이유'가 출연해 관심을 받은 '아이유 포토존'은 최고의 사진 장소였다. 또 숲길 인구에는 수공예품과 먹을거리를 판매하는 장터도 열려 즐거움을 더했다. 특히 숲길 시작점에 있는 제주 삼다수 '물 홍보관'은 생수 제조 과정 등에 대한 궁금증을 풀수 있었다.또 제주하면 빼놓을 수 없는 기업은 '카카오'다.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 IT기업인 '카카오' 본사가 제주도에 있게 된 건 카카오와 기업합병됐던 포털업체 '다음'이 지난 2012년 제주로 본사를 이전했기 때문이다. 특히 카카오본사인 '스페이스 닷원'은 제주의 땅을 형상화한 건축물로 가치를 인정받아 한국건축가협회상 본상, 한국건축문화대상 대상을 수상했는데, 이 건물을 보기 위해 또 무수히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특히 카카오는 제주도의 돌하르방, 제주감귤, 한라봉, 현무암 등을 '카카오프렌즈' 캐릭터에 활용하기로 유명하다. 제주에 와야만 살 수 있는 카카오프렌즈 상품들을 사기 위해 소비자들은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 이외에도 파리바게뜨 또한 제주도에서만 파는 상품을 개발·판매하면서 제주 관광 매력을 높이고 있다.제주 브랜드슬로건 온리제주(Only Jeju).◆기업들이 제주도를 광고한다아모레퍼시픽이나 카카오 외에도 스타벅스 등 유명 기업들은 앞다퉈 제주도의 브랜드를 활용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는 제주도가 강력한 브랜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화산, 섬, 독특한 지질구조, 오름 등 제주의 천연 자연에서 비롯된 이미지를 기업들이 자신들의 브랜딩에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이렇게 소비된 제주도 이미지는 제주도의 도시브랜드를 높여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니스프리, 삼다수, 카카오 등의 기업들이 광고를 통해서든 상품을 통해서든 제주도라는 브랜드와 관광객(또는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돕고 있는 것이다.제주도 또한 지자체가 적극 나서면서 기업들과 협업을 하고 있다. 도시 브랜드슬로건을 각종 상품이나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제주시 자연환경에 맞는 테마파크 등을 적극 육성하면서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있다.이 같은 제주도 사례는 지방자치단체가 홀로 도시브랜딩을 끌어가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민간과 더 다양한 협력과 창의적인 방법을 찾아야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광주·전남에 기반을 두고 있는 보해양조의 경우 '여수밤바다'라는 여수의 이미지를 적극 활용해 '여수밤바다' 소주를 여수에서만 판매하고 있다. 특히 자사 대표 소주인 잎새주 알코올 도수인 17.8도보다 조금 더 부드러운 16.9도로 낮춰 여수를 여행하는 주 관광객인 젊은층들을 공략하고 있다.특히 한 지역에 탄생한 브랜드는 그 지역을 대표할 수도 있고 최고의 관광상품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형성된 브랜드는 지자체가 열심히 홍보하는 브랜드슬로건보다 때론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