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지역의 태양과 바람으로 얻은 수익, 주민에 돌아가는건 당연

입력 2021.04.22. 16:15 선정태 기자
[신안군 신재생에너지 이익공유제 의미와 전망]
자라도 태양광, 에너지 민주주의 성공 사례
군은 주민 위해 추진, 사업자는 상생 선택
주민은 믿고 따르며 협조…비결 문의 쇄도
태양광 연금 이어 바닷바람 연금도 준비
모든 군민 혜택…매년 최대 600만원 배당
신안군 직원과 마을 주민들이 안좌면 태양광발전 부지를 둘러보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로 얻은 수익 일부를 주민들과 공유하자는 신안군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정책은 전국 유일의 사례다. 특히 지금도 수많은 지자체에서 계획하거나 사업중인 태양광·풍력 발전소가 주민들과 전쟁에 가까운 심각한 마찰을 빚고 있는 상황을 놓고 봤을 때 신안군의 정책을 더 돋보일 수밖에 없다.

신안군의 정책이 알려지면서 경북 봉화군이나 전북 군산시·김제군, 영광군, 완도군 등에서 벤치마킹하려고 하지만 지역의 여러 사정 때문에 적용하기 쉽지 않다. 그렇다고 신안군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이 순조롭게만 진행된 것도 아니다. 여러 고비와 마찰을 넘어선 후에야 지금에 이를 수 있었다.


◆ 뚝심으로 고집한 정책

신안군의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 정책은 2018년부터 시작됐다. '신안을 비추는 햇빛과 불어오는 바람도 지역의 소중한 자원이다'고 생각한 박우량 군수가 햇빛을 통해 얻은 이익을 사업자에게만 돌아가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신안군은 곧바로 발전소 지분의 30%나 총사업비의 4% 이상을 주민이 참여하는 대신 권리와 순이익의 30%를 보장받을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 개발 이익 공유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기 시작했다.

신안군이 제시한 '개발행위 허가시 30% 이상 주민 참여 의무'를 내세운 신재생에너지 정책은 곧바로 사업자의 반발을 불러왔다. 마을발전기금 등의 명목으로 한 번만 지급하면 20년 동안 '돈방석에 앉을 수 있는' 사업에 큰 차질을 빚기 때문이다.

사업자들은 군과 군수를 비난하는 영상을 유튜브 등 SNS에 올리거나 공청회에서 반발하기도 했다. 담당 공무원들도 각종 루머에 시달리기도 했다.

2018년 10월부터 연말까지 감사원의 집중 감사를 받아야 했다.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제가 주민을 위한 정책이라는 주장이 통했다.

조례 통과 후 사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주민들과 마찰이 발생하지 않으니 사업자는 순조롭게 개발행위와 발전행위를 허가받을 수 있었고, 공사도 순조롭게 진행됐다. 이렇게 신안군 안좌면 자라리 816번지외 11필지 26만5천평에 96㎿ 용량의 '신안 자라태양광발전소'가 들어서 올 초부터 발전을 시작했다.


◆ 에너지 민주주의 성공 사례

자라도 태양광사업이 주목받는 이유는 주민참여를 제도화한 첫 사업이란 점이다. 전국 최초로 제정된 이 조례는 외지인의 투자가 대부분인 태양광사업에서 일정 부분을 지역민과 나눔으로써 민원을 줄이고 주민들과의 상생이 가능하도록 하는 취지다.

조례는 '발전시설을 설치하려는 자는 해당 도서 주민들의 동의를 받거나 발전시설 사업에 필요한 자기자본의 30% 이상 군수와 주민들의 공동지분 참여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자라도에도 자라도신재생에너지주민군협동조합이 설립됐고, 이 협동조합이 사업자와 함께 태양광사업에 참여한 것이다.

신안군은 조례를 통해 지역 자원인 햇빛 바람, 조류 등을 이용한 재생에너지 개발이익을 주민과 공유할 수 있도록 주민 참여를 제도화해 에너지 개발에서 주민소외를 차단했다. 또 그 이윤이 기업과 주민이 공유하는 '에너지 민주주의', '새로운 주민소득', '새로운 복지의 상징'을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신안군 관계자는 "주민참여는 지역주민이 30% 이상 주식·채권 등으로 참여해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를 제도화 한 것이다"며 "기존 이익 분배에서 주민이 소외되는 모순을 해결해 갈등을 막고 주민수용성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철수 자라도 신재생에너지주민·군협동조합 이사장은 "주민들은 태양광사업 기획단계에서 반대했지만, 자신들이 사업에 참여해 개발이익을 공유하고 마을의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 호응도가 높다"며 "자라도 염전은 수지 타산이 맞지 않아 버려지지 않은지 오래였다. 군의 설명을 들은 후 태양광사업에 거는 기대가 상당했고, 주민 모두가 연금 지급에 기뻐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 초부터 발전을 시작한 신안군 안좌면 태양광발전단지 모습.

◆ "멀리보고 길게, 주민 상생이 더 중요"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추진하는 사업자들은 해당 지역에 개발행위를 허가 받기 전 주민 설명회를 진행한다. 설명회 전후로 마을발전기금을 지급하고 허락을 받아 지자체가 수월하게 허가받을 수 있게 진행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의 마찰이 빈번해 전국의 수많은 지차제에서 태양광·풍력 발전을 둘러싼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자라도 태양광발전 사업자도 이 같은 방법이 오래 걸리더라도 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어 마뜩잖으면서도 신안군 조례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사업자는 3천억원에 가까운 공사비가 투입돼 은행 대출금을 빠르게 상환해야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신안군의 조례에 따라 운영하는 것이 더 수월하게 사업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 사업자는 1차 발전 부지 인근에 1차 면적의 2배가 넘는 발전소 건립을 준비하고 있고, 1.4GW 용량의 해상풍력 발전단지도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라도 태양광발전소 관계자는 "지역민의 삶의 터전을 빼앗아서 사업하는데, 이익 일부를 공유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긴 시각으로 봤을 때 기업 이미지를 쇄신할 수 있고 주민과의 상생에도 큰 도움이 된다. 지역민들이 우리의 진정성을 받아줘 다행이다"고 밝혔다.


◆ '태양광 연금'에 이어 '바닷바람 연금'도

지금은 신안군 섬 중 일부 주민만 태양광 연금을 받지만 혜택을 받는 주민은 차츰차츰 늘어나게 된다. 내년에 안좌면에 204㎿, 임자면과 증도면에 각 100㎿의 태양광발전소가 건립되고, 2023년에는 비금면에 300㎿가 추가로 조성된다. 또 2030년까지 8.2GW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해 연간 3000억 원의 소득이 나면 주민 1인당 연 최고 600만 원의 '바닷바람 연금'이 추가로 발생한다.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에 참여하려면 신안군에 주소를 두고 있어야 하며, 조례 시행 이후인 지난 2018년 10월 5일 전입한 주민의 경우 3년 경과 후 50%, 5년 경과 후 100% 보장받을 수 있다.

신안군은 신재생에너지 연금을 통해 귀농귀촌인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태양광 연금'은 다른 지역에서 찾아볼 수 없는 엄청난 매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박우량 군수는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 정책을 추진하면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주민들이 군에서 추진한 정책에 믿고 협조해줘 평생 연금이 실현됐다"며 "앞으로 지도, 사옥도, 임자도, 증도, 비금도, 신의도 등 지속적으로 태양광 발전사업으로 그 이익을 군민과 공유하겠다. 특히 8.2GW의 풍력발전을 통해 군민 전체가 1인당 매년 최대 600만 원의 이익이 공유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선정태기자 wordflow@srb.co.kr·신안=박기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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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약수터) 메타버스
지난 2009년 개봉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 '아바타'는 판도라 행성에 사는 나비 종족을 그대로 모사한 아바타가 실제 세계의 나비 종족과 교류하는 내용이 담겼다. 실제와 꼭 닮은 가상세계에 그 속을 노니는 아바타는 신비감을 주기에 충분했다.인공 두뇌를 활용해 인간을 지배하려는 가상현실 속 영화 '매트릭스' 역시 가상공간을 넘나드는 모습에 머지않은 미래에 성큼 다가와 있는 현실을 직감할 수 있다.코로나로 비대면 소통이 강화되면서 가상세계와 현실세계의 융합을 뜻하는 '메타버스(Metaverse)'가 부상하고 있다.메타버스는 지난 1992년 미국 SF작가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 크래시(Snow Crash)'에 처음 등장했다. 해당 소설에서 메타버스는 아바타를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는 가상의 세계다.이후 메타버스는 지난 2003년 린든 랩이 출시한 3차원 가상현실 기반의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 게임이 인기를 끌면서 널리 알려지게 됐다.특히 초고속·초연결·초저지연의 5G 등 정보통신기술이 급격하게 발달하면서 멀게만 느껴졌던 미래 가상 현실인 메타버스는 어느새 우리 현실 세계에 성큼 다가와 있다.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산업, 교육, 제품체험 등 사회·경제·문화 등 전분야에 걸쳐 확산될 정도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특히 메타버스는 내년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욱 활용되는 모양새다.실제 모 대통령 후보는 최근 '디지털 대전환' 공약을 발표하고 가장과 현실이 융·복합된 공간에서 경제·사회·문화 등이 결합된 예산을 대거 투입키로 공약하고 있다.또 다른 후보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가상공간에 등장해 공약 간담회를 펼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이다.하지만 선거를 앞둔 이들 후보들의 득표를 위한 얄팍한 수단으로 시대의 흐름인 '메타버스' 문제를 정치 소모품화하는 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메타버스'는 장기화된 코로나와 정보통신기술이 적용된 머지않은 우리의 현실적용이 가능한 미래다. 메타버스 안에서 국경의 제한 없이 서로 교류하고 경제활동하는 세상은 머지 않았다.시대의 흐름인 '메타버스'가 내년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등을 앞두고 단순히 선거 득표를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되기보다는 우리 삶의 질적 성장을 이루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김옥경기자 okkim@mdilbo.com
노잼도시
광주 문화공간 상당수 자리만 지킨 채 '텅텅'
지난 1일 오후 광주 북구 광주시립미술관의 로비와 휴식공간이 입장객 없이 비어있다.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스페셜기획ㅣ노광탈 프로젝트⑧] 예향? 관광객은 외면한다'문화수도 광주'라는 말만큼 광주에서 공허한 구호가 있을까. 이 같은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광주 내에는 시립미술관, 시립박물관, 비엔날레 전시관 등 무수히 많은 문화시설이 있지만 시민들 눈높이에 맞추지 못한다는 지적이다.특히 막대한 혈세를 들여 문화시설들은 우후죽순 늘어났지만 방만하고 안일한 운영으로 시민들에게 외면받으면서 자리만 지키는 신세로 전락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이 곳에서 제공하는 콘텐츠는 '수요자 맞춤형'이 아닌 공급자 중심이어서 콘텐츠는 갈수록 늘어도 '소비율'은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통계가 말해주고 있다.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킬러콘텐츠' 위주로 경쟁력을 확보함은 물론 문화시설이 상시적으로 시민들이 찾을 수 있는 '혁신적 공간'으로 재탄생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시설 자체가 하나의 소중한 자산으로 시민들의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점'처럼 각각 떨어져 있는 문화시설들을 '선'으로 연결해 시너지 효과를 높여야 한다는 지직도 나오고 있다.◆중외공원 가보니…주민·상인 "존재감 없어"지난 1일 오후 4시 광주비엔날레 전시관과 광주시립미술관, 광주역사민속박물관 등이 밀집된 중외공원. 광주를 대표하는 문화예술 공간들이 오밀조밀 있는 모여 있는 만큼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이 어느 정도 있을 거란 생각과 다르게 산책하는 주민들만 드문드문 보일 뿐이었다.지난 1일 오후 광주 북구 광주비엔날레전시관에 인적없이 불이 꺼진 공간들이 늘어서있다. 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이 전시는 끝났어요. 여기(비엔날레)는 다른 전시가 없으니 시립미술관 쪽으로 가보셔야 할 것 같아요."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을 들어가자 전시를 알리는 포스터가 무색하게 '지금은 전시를 볼 수 없다'는 직원의 말이 들려왔다.그 전시관에서는 지난 25일부터 이날까지 특별기획전시회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저조한 방문객 때문에 전시작품들은 이미 절반 이상 철수된 상태였다. 작품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작품을 포장한 택배상자와 비닐포장지가 널브러져 있었다.전시관을 나와 다른 전시관으로 향하는 길. 어두컴컴한 복도가 이어지자 불안감이 들었다. 수유실·세미나실 등 비어있는 공간들을 지나쳐 경사로를 오르자 또 다른 빈 전시장에 도착했다.굳게 닫힌 전시장 정문 옆에는 시작까지 일주일 이상 남은 다른 전시회의 안내판이 미리 붙어있었다. 3층 전시장도 오랜 시간 사람이 왕래하지 않은 듯 고요했다.인근 시립미술관을 찾아가자 본관 전체 6개의 전시실 중 2곳만 전시가 진행 중이었다. 시민이 찾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최근 리모델링을 마친 1층 로비에 카페 등 휴게시설이 조성돼 있었지만 건물이 문을 닫는 시간까지 시설을 이용하는 시민은 한 명도 없었다.비엔날레 인근 식당에서 만난 종업원 김모(57)씨는 "비엔날레 앞 상권이지만 비엔날레의 영향은 거의 받지 않는다"며 "이곳을 오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아파트 주민들"이라고 말했다.중외공원에서 만난 시민 유다혜(31)씨는 "바로 앞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지난 번 디자인비엔날레를 관람했을 때 외에는 건물 내로 들어가 본 적이 없다"며 "딱딱한 공간이라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시민 눈높이 안 맞는 콘텐츠에 시민들 '외면'문화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려는 광주에는 시민 혈세로 운영되는 문화예술 시설·공간들이 많다. 그러나 상당수가 시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지난해 초부터 코로나19 확산으로 광주 문화 공간 내 방문객이 절대적으로 감소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는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근본적으로 시민들 눈높이에 맞지 않는 전시 위주의 콘텐츠와 '킬러 콘텐츠'가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0년 문예연감'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광주시에서 열린 문화예술활동은 1천126건이다. 이는 전국 6개 광역시 평균 수치인 1천289건과 엇비슷한데 콘텐츠 자체가 적지 않다는 뜻이다.문제는 시민들이 관심과 눈길을 끌만한 콘텐츠가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문화예술 관람횟수가 타 지자체에 비해 확연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광주시민의 문화예술 관람횟수는 미술전시가 1.7회(6개 광역시 평균 2.05회), 서양음악 2.1회(6개 광역시 평균 1.9회), 뮤지컬이 1.2회(6개 광역시 평균 1.9회)를 기록했다. 시민들이 찾을만한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이와 관련 장재성 광주시의원은 지난 10월 광주시의회 302회 임시회에서 "광주시가 유치한 문화시설이 많지만 특별한 콘텐츠가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독특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유지비는 나가는데 …'노는 공간' 많아 활용 필요이 같은 문화시설은 전시나 공연과 같은 콘텐츠 외에도 공간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임에도 이를 간과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러면서 시민들의 발길이 끊긴 채 유휴공간으로 전락하고 있다. 특히 비행사 기간에는 폐쇄된 채 비어있는 경우가 많다.대표적으로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은 비엔날레와 디자인비엔날레가 2년 주기로 열린다. 통상 두달여간 열리기 때문에 일년 중 10개월은 빈 공간으로 남게 된다. 다음 해 전시를 준비하는 기간을 감안하더라도 상당 기간이 비어있는 상태다.이 때문에 정기전시가 열리지 않는 기간에는 대관 등을 통한 수시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으로 전시관을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광주비엔날레재단에 따르면 이달 중 교육 프로그램 만 단 3일 잡혀있는 상황이다.광주비엔날레는 전시관 구조 등의 문제로 대관 '전시벽'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비엔날레 관계자는 "비엔날레는 전시관 하나하나의 크기가 큰 편이기에 대관료도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공연시설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서구 광주공연마루의 경우 지난 2010년 광엑스포 당시 주제관으로 사용된 후 지난 2018년부터 국악상설공연을 위한 장소로 새단장했다. 그러나 공연장은 물론 주변 공원까지도 사람이 찾지 않고 있다. 주 5회의 국악공연이 이뤄지고 있지만 많은 시민의 발걸음을 이끌기에는 역부족이다. 공원 내 에너지파크가 개관해 방문객이 늘었지만 대부분 교육을 위해 찾을 뿐이다.이에 전시관·휴식공간 등 시설 활용률을 더욱 높이기 위해서는 대관지원,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언제든 와서 쉬고 놀 수 있도록 공간을 혁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실제 서울과 천안시 등은 지원사업을 통해 시민들에게 빈 공연시설과 전시시설 등을 무료로 대관해주고 있다. 예술활동의 시민참여를 확대하고 콘텐츠를 늘린다는 취지다. 국립현대미술관의 경우 콘텐츠 생산에 관심을 기울이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미술관 내 퍼포먼스·공연, 미술작가와의 대화, 학생과 시민들을 위한 미술교육 등이 운영되고 있다.◆"상시 즐길 공간으로 구성…연결이 중요"최근 광주시립미술관은 1층을 시민이 와서 쉬고 놀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재단장하는 등 체험문화공간을 조성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광주시립미술관의 이 같은 시도는 단순히 미술 만을 전시해 사람을 모으는 게 아니라 공간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가 돼 시민들을 모으고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미술문화 향유로 이어지게 하려는 시도다.기존 미술관이나 박물관들 대부분이 딱딱한 전시와 지루한 공간 구성으로 시민들에게서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과 궤를 같이 한다. 마찬가지로 5·18사적지인 전일빌딩의 경우도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해 시민들에게 휴식과 오락의 기능을 제공하면서 5·18 교육과 체험이라는 본연의 목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하고 있다.무엇보다 문화 시설·공간들 간의 연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한 지역 문화계 인사는 "중외공원 내 여러 문화 시설·공간들이 시민들의 발길을 이끌지 못하는 것은 구호로만 문화벨트로 묶여있지 실제로 따로따로 기능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또 다른 지역 문화계 관계자는 "올해 광주시립미술관의 경우 이건희 컬렉션 덕분에 전국적으로 사람이 찾아와 자리를 못잡을 정도였다"면서 "시립미술관은 물론 지역 내 문화공간들이 이곳 만이 가지고 있는 킬러콘텐츠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확산 탓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시민이 찾지 않아 공간이 낭비되는 상황은 이전부터 문제였다"며 "소중한 공간이 시민의 쉼터가 되고 놀거리가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공간을 혁신하고 시민들이 찾을만한 체험공간으로 조성하는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MZ세대
'# 해시태그'와 '井 우물' 어째 닮았다 했더니···
현대사회 속 #(해시태그)는 어떤 의미일까.스마트폰 화면 속 버튼 하나, 가상의 관계망을 규정지어주는 #(해시태그)는 현재의 키워드를 읽어낼 수 있게 한다. SNS라는 온라인 관계망 속 해시태그를 보면 현재의 이슈들이 얼마나 빠르게 확산되고 변화되어가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특히나 MZ세대라 불리는 젊은 층에서 이 해시태그는 그들만의 소통수단이 되어가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들에서 착안된 전시가 열린다.광주 동구 제봉로에 자리한 예술공간 집은 1∼10일까지 '#우물정'전을 열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전남대 예술대에서 한국화를 전공하고 있는 대학원생과 졸업생 총 10인이 각각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전시는 참여작가 중 한 사람인 박화연 작가가 기획했다.현대인들에게 익숙한 #(해시태그)는 그 모양새가 한자 '井'(우물 정)과도 같다.사람의 입으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말들이 연결되어 나타나며 동시대인들의 다양한 시선들 또한 집결해 있는 매개체로서 #를 해시태그, 혹은 우물 정으로 바라보았다. 현재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우물'이라는 장소도 그러한 곳이었다.'우물'은 물을 긷는 곳으로 마을 사람들에게 식수를 제공하는 중요한 장소였다. 마을 사람들에게 우물가는 빨래터가 되기도, 생활의 지혜나 소문을 나누는 은밀한 장소가 되기도 했다.복합적인 장소로서 기능했던 우물은 사람들의 삶의 양식이 변화함에 따라 희귀한 장소가 되어버렸고 이제 그 실체보다는 '우물'이라는 말과 글만이 남겨져 있다.키보드 위에 새겨진 자판 하나, 스마트폰 화면 속 버튼 하나 그리고 SNS라는 가상의 관계망 속에서 수없이 드러나는 문자 하나로서 현대인들에게 익숙한 해시태그는 옛 장소인 우물처럼 수많은 관계망을 만들어낸다.그렇게 해시태그와 우물의 연계성에서 출발, '#'를 각자의 다양한 해석을 담아 제작한 작품들이 모아졌다. 참여 작가는 권예솔, 나지수, 박화연, 설 박, 양세미, 왕샤오난, 왕해음, 윤준영, 전정연, 조하늘 총 10명이다. 다양한 개성이 돋보이는 작품들을 출품했다. '#우물정'의 기획의도 아래 각자의 작품세계 안에서 변화의 모색을 실험해보고 또 다양한 시도를 해본 작품들이다.전시를 기획한 박화연 작가는 "전통적인 우물은 물을 긷는 곳으로 마을 사람들에게 식수를 제공하는 중요한 장소였다. 마을 사람들에게 우물가는 빨래터가 되기도, 생활의 지혜나 소문을 나누는 은밀한 장소가 되기도 했다"며 "복합적인 장소로서 기능했던 우물은 사람들의 삶의 양식이 변화함에 따라 희귀한 장소가 되어버렸고 이제 그 실체보다는 '우물'이라는 말과 글만이 가까이 남겨져 있다"고 말했다.전시는 이처럼 실제와 가상이라는 서로 다른 장소성을 지녔지만 '관계의 매개'로서 존재해 온 공통된 지점을 발견하며 전통적 우물과 #(해시태그, 우물정)의 다층적 의미를, 그 가운데에서 작동하는 예술의 가치를 조명하는 장으로 펼쳐진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지방소멸
제주와 대기업들, 마케팅·도시브랜딩 '찰떡 깐부'
유명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는 제주의 청정 이미지를 브랜딩해 성공한 사례다. 제주시 서귀포 안덕면에 위치한 '이니스프리 제주하우스'의 모습.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온리 제주(Only Jeju)라는 브랜드슬로건을 가진 제주도는 슬로건만큼이나 독보적인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지역 자체가 강력한 브랜드인 몇 안되는 곳이다 보니 기업들이 오히려 제주의 브랜드를 활용하면서 지역과 기업이 서로 시너지를 일으키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아모레퍼시픽이나, 삼다수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데 제주시의 도시브랜딩은 관 주도의 브랜딩이 아닌 지역의 핵심주체인 기업들과 협업을 통한 다양한 도시브랜딩 필요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손꼽힌다. 특히 도시브랜드를 잘 갖추면 이를 활용하려는 기업들은 얼마든지 많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오설록, 이니스프리, 티뮤지엄…'청정' 제주 효과제주 서귀포 안덕면에 위치한 '오설록 티뮤지엄'. 아모레퍼시픽 그룹 계열사이자 차 분야에서 강한 시장경쟁력을 가진 차 브랜드 '오설록'이 운영하는 차 박물관은 한해 15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하는 제주 최고 명소이자 문화공간이다. 단지 차 전시에 그치는 게 아니라 자연친화적인 휴식공간과 '차 클래스' 등 체험 프로그램까지 운영하고 있어 다양한 연령층이 찾는다.취재를 위해 찾은 지난 6일 10만평이 넘는 끝없이 펼쳐진 녹차밭을 배경으로 관광객들은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 그 중에서도 단연코 '이니스프리 제주하우스'는 최고의 인기 장소다. 국내 대표 화장품 브랜드인 이니스프리 소비자라면 꼭 찾게 되는 이곳에는 제주도에서만 살 수 있는 다양한 제품, 기념품 등을 팔고 있었다. 또 부모들은 아이들과 함께 비누만들기 체험에 집중하고 있거나 연인처럼 보이는 이들은 스탬프 엽서를 만들기도 하고 있었다. 같은 건물 안 카페에는 한라산 모양을 한 한라산 케익과 제주의 풍경을 담은 티라미수 등도 인기 상품이었다.자녀와 함께 찾은 박지원씨는 "평소 이니스프리 제품을 이용하다 보니 궁금하기도 해서 오설록티하우스에 온 김에 들렀다"면서 "제주매장답게 제주다운 인테리어와 제주에서만 파는 기념품이 있어 좋고 스탬프 엽서 꾸미기 같은 것도 있어서 놀다 가는 기분 낼 수 있다"고 말했다.이니스프리는 '청정 제주' 이미지를 적극 브랜딩에 차용해 성공한 브랜드다. 지난 2008년 제주 이미지를 연계한 브랜드 마케팅이 성공한 것이다. 이니스프리는 제주 녹차뿐만 아니라 제주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식물을 이용한 제품을 만들고 있다. '제주 그린 뷰티 연구소'를 두고 따로 제주 특화 제품을 개발할 정도다.SPC그룹의 파리바게뜨와 스타벅스 등 기업들은 제주도에서만 파는 제품을 통해 자사의 수익과 제주의 지역 관광 매력도를 동시에 올리고 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토종 삼다수·외인 카카오 본사도 제주 명소로같은 날 제주 조천읍 '삼다수 숲길'. 바로 옆에는 국내 대표 생수업체인 '삼다수' 공장이 있다. 사려니숲길 등 숲길 탐방로가 많은 제주에서도 비교적 최근에 생긴 '삼다수 숲길'은 그 독특한 이름때문에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30m 남짓한 삼나무가 빼곡하게 채운 숲길은 지난 2018년 제주도의 13번째 지질공원 대표명소로 지정되기도 했다.지난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삼다수숲길 걷기대회가 열리고 있던 덕분에 볼거리가 풍부했다. 특히 인기 연예인 '아이유'가 출연해 관심을 받은 '아이유 포토존'은 최고의 사진 장소였다. 또 숲길 인구에는 수공예품과 먹을거리를 판매하는 장터도 열려 즐거움을 더했다. 특히 숲길 시작점에 있는 제주 삼다수 '물 홍보관'은 생수 제조 과정 등에 대한 궁금증을 풀수 있었다.또 제주하면 빼놓을 수 없는 기업은 '카카오'다.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 IT기업인 '카카오' 본사가 제주도에 있게 된 건 카카오와 기업합병됐던 포털업체 '다음'이 지난 2012년 제주로 본사를 이전했기 때문이다. 특히 카카오본사인 '스페이스 닷원'은 제주의 땅을 형상화한 건축물로 가치를 인정받아 한국건축가협회상 본상, 한국건축문화대상 대상을 수상했는데, 이 건물을 보기 위해 또 무수히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특히 카카오는 제주도의 돌하르방, 제주감귤, 한라봉, 현무암 등을 '카카오프렌즈' 캐릭터에 활용하기로 유명하다. 제주에 와야만 살 수 있는 카카오프렌즈 상품들을 사기 위해 소비자들은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 이외에도 파리바게뜨 또한 제주도에서만 파는 상품을 개발·판매하면서 제주 관광 매력을 높이고 있다.제주 브랜드슬로건 온리제주(Only Jeju).◆기업들이 제주도를 광고한다아모레퍼시픽이나 카카오 외에도 스타벅스 등 유명 기업들은 앞다퉈 제주도의 브랜드를 활용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는 제주도가 강력한 브랜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화산, 섬, 독특한 지질구조, 오름 등 제주의 천연 자연에서 비롯된 이미지를 기업들이 자신들의 브랜딩에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이렇게 소비된 제주도 이미지는 제주도의 도시브랜드를 높여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니스프리, 삼다수, 카카오 등의 기업들이 광고를 통해서든 상품을 통해서든 제주도라는 브랜드와 관광객(또는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돕고 있는 것이다.제주도 또한 지자체가 적극 나서면서 기업들과 협업을 하고 있다. 도시 브랜드슬로건을 각종 상품이나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제주시 자연환경에 맞는 테마파크 등을 적극 육성하면서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있다.이 같은 제주도 사례는 지방자치단체가 홀로 도시브랜딩을 끌어가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민간과 더 다양한 협력과 창의적인 방법을 찾아야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광주·전남에 기반을 두고 있는 보해양조의 경우 '여수밤바다'라는 여수의 이미지를 적극 활용해 '여수밤바다' 소주를 여수에서만 판매하고 있다. 특히 자사 대표 소주인 잎새주 알코올 도수인 17.8도보다 조금 더 부드러운 16.9도로 낮춰 여수를 여행하는 주 관광객인 젊은층들을 공략하고 있다.특히 한 지역에 탄생한 브랜드는 그 지역을 대표할 수도 있고 최고의 관광상품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형성된 브랜드는 지자체가 열심히 홍보하는 브랜드슬로건보다 때론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