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기업이 희망이다

[마을기업이 희망이다2] 영광 찰보리로 부농의 꿈 일궈갑니다

입력 2020.11.18. 18:35 이윤주 기자
영광 지내들영농조합법인
보리수매 폐지로 판로 막히자
2013명 주민9명이서 공동 설립
전국 최우수 마을기업으로 ‘우뚝’
공동체 정신 바탕 지역환원 적극
영광 찰보리로 부농의 꿈을 일궈가는 영광 지내들영농조합법인이 전국 최고의 마을기업으로 선정됐다. 사진은 지내들녘에 모인 마을 사람들. 대산농촌재단 제공

수매제 폐지로 막힌 판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댄 주민들이 마을기업을 설립하고 이제는 농촌의 미래를 이끌 동력으로 거듭나고 있다. 영광 군남면의 마을기업 '지내들영농조합법인'이 그들이다. 마을의 문제를 공동체가 함께 해결하고 대대손손 이어온 농사를 이제는 다음 세대가 이어갈 수 있도록 터전을 일구는 농촌사람들의 이야기다.


◆보리수매 폐지 계기로 결성

영광 지내들영농조합법인은 보리를 활용한 상품을 개발·판매하는 마을기업으로 지난 2013년 출발했다. 전남 최대 보리 주산지 중 하나인 영광군 군남면 일대는 2010년 전국 유일의 보리산업 특구지역으로 지정됐지만 2013년 보리수매제 폐지로 불투명해진 판로를 확보하기 위해 9명이 모여 마을기업을 설립한 것이다.

당장은 그 해 수확한 보리를 팔아야했고, 평생 보리농사를 지어온 마을주민들로서는 선뜻 다른 일로 돌아설 수도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수백년 이어온 터전을 떠날수도 없어 늘 함께 농사를 지어온 마을공동체가 똘똘 뭉쳐 방법을 찾아나갔다.

소규모 농가들로는 기존 유통시장에 진입할 수 없어 보리 재배부터 도정, 판매까지 모두 농가가 직접 나섰다. 2013년 전남예비형마을기업을 시작으로 2014년, 2015년 2년 연속 행안부 마을기업에 선정된데 이어 2016년 온라인을 활용한 마케팅을 시작한 후 대형마트·백화점 입점 등 판로를 확보해나갔다. 특히 신제품이 출시되면 각종 박람회 등에 참가하는 등 전국을 누비며 영광 찰보리 알리기에 매달렸다.

이러한 노력들은 결실로 나타났다.

매년 성장을 거듭해 설립 첫 해 수확한 보리 28t을 공동판매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는 연간 800여t의 보리를 유통하고 있다. 출자자 21명을 포함해 80여 농가가 참여하고 있으며 매출도 2014년 1억 미만에서 지난해 6억8천여만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행정안전부 '전국 우수마을기업 경진대회 평가'에서 최우수상을 받으며 전국 최고의 마을기업으로 공인받았다.

◆건강하고 바른 먹거리로 경쟁력 확보

지내들의 가장 큰 경쟁력은 건강하고 바른 먹거리다. 지내들녘에서 생산되는 찰보리쌀을 직접 재배해 수확은 물론 도정까지 모두 주민들의 손을 거쳐 소비자들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상품성도 탁월해 식감이 뛰어나고 찰진 맛이 일품이라는 사실이 입소문을 타면서 전국으로 유명세를 넓혀가고 있다.

지내들 영농조합이 운영하는 온라인몰 '착하다 지내들'은 다양한 품종의 보리쌀과 보리를 활용한 가공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다섯가지 품종을 섞은 오색찰보리쌀이 가장 인기품목이며 올해 새롭게 출시된 곡물라떼 파우더도 간편한 건강식으로 찾는이들이 많다. 또 보리차, 보릿가루를 비롯해 재아찰보리, 흰찰보리, 흑보리, 강호청보리, 자수정보리, 쌀보리 등도 판매하고 있다.

주식인 쌀에 비해 경쟁력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보리지만, 건강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를 반영, 지내들 찰보리를 더욱 안전한 식품과 다양한 각종 디자인 제품으로 개발해 시장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공동체 정신…지속가능 농촌 실현

지내들영농조합의 가장 큰 자산은 끈끈한 공동체다. 오랜기간 공동경작을 해 온 마을의 전통이 영농조합법인과 마을기업이라는 공동체로 결실을 맺은 것이다.

영광에서도 노인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초고령화 지역으로, 어렵게 농촌을 지켜온 마을 어르신들을 돕기 위해 지역 청년들도 관심을 보였다.

학업과 직장 등을 위해 출향했던 젊은이들이 고향으로 돌아와 마을기업에 하나둘 동참하고 있는 것. 온라인 쇼핑몰 운영은 물론 농기계 사용이 익숙치 않은 어르신들을 위해 기계를 빌려 사용법을 공유하고 농사에도 적극 참여했다.

고령의 어르신들도 조금씩 마을기업에 힘을 보태고 있다. 마을에서 수확한 보리나 팥, 콩 등을 손질하는 일에 조금씩 짬을 내고 있다.

지내들영농조합은 수익금이 거의 없다. 매출액의 80%를 계약재배 대금으로 농가에 돌려주기 때문이다.

지역사회 환원에도 적극적이다.

마을회관, 지역축제에 꾸준히 협찬을 이어오고 있으며 마을 어르신들과 보리막걸리 제조·판매 등 정기적인 문화체험 활동도 진행해오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생활이 어려워진 대구 지역 미혼모협회에 농산품도 기부했다.

이선화 지내들 영농조합 사무장은 "농업은 보물이 곳곳에 숨겨진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분야"라며 "고향 어르신들이 거둔 보리를 전 세계인의 건강식품이 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lyj2001@srb.co.kr


"농촌 지키는 버팀목 되고파"

김순례 지내들영농조합법인 대표

"마을기업은 공동체가 아니었으면 지켜질 수 없었습니다. 함께 뜻을 모아 뚝심으로 버텨낸 것이 빛을 보는 것 같습니다."

김순례 영광 지내들 영농조합법인 대표의 소회다.

김 대표는 "2013년에 보리수매제가 폐지되자 정말 막막했다"며 "당장 28t차를 채워야 내다팔 수 있는데 소규모로 농사를 짓는 집들이 대부분이라 이집저집에서 수확한 보리를 다 모아도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어렵게 보리를 내다팔아도 농가들 주머니는 텅텅비었다"며 "결국 마을 주민들끼리 의논끝에 보리를 직접 도정해 보리쌀로 팔아보자는 데 뜻을 모았고 9명이 영농조합법인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보리밭 주인은 달라도 늘 농사를 함께 지어온 이웃들이었던터라 출발부터 지금까지 그다지 큰 어려움은 없었다.

김 대표는 "전남형 예비마을기업부터 시작해 행안부 마을기업까지 선정되며 기반을 마련해갔다"며 "행안부 최우수 마을기업으로 선정된 것은 우리 공동체 개개인과 지역주민들의 협력으로 이뤄낸 성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보리사업도 어렵지만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늙어가며 농촌이 힘들어지고 있다"며 "농촌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마을기업 같은 지원사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대표는 청년들이 돌아오는 농촌에 대한 희망도 전했다.

김 대표는 "2016년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면서 외지에 나가있는 자식들에게 도움을 청하기 시작했고 하나둘 청년들이 고향으로 내려와 점차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며 "대부분 고향으로 돌아와 가업을 잇고 있으며 일부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청년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내들 영농조합이나 또다른 마을기업들이 잘 돼 부모님이 계신 고향이 아니어도, 귀농·귀촌이 청년이나 어르신 모두에게 힘이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윤주기자 lyj2001@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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