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기업이 희망이다

[마을기업이 희망이다1] 바른 먹거리로 마을주민과 동행하는 행복공동체

입력 2020.11.11. 18:31 선정태 기자
여수 송시마을
모두愛 마을기업 선정된 '송시마을'
고품질 농산물 판매·체험, 관광까지
6차산업 한 곳서…전국 모범 사례
'가족에 먹인다'로 믿음 얻어 대박
마을 변하자 출향민들 귀향 행렬
지난 2014년 시작한 ‘송시마을’은 귀농인과 마을주민들이 힘을 합쳐 성공한 케이스다. ‘송시마을’은 지난해 전국 마을기업 중 최우수상을 수상한데 이어 올해는 모두愛마을기업에 선정됐다. 사진은 송시마을 주민들.

지역경제 활성화와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지난 2011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마을기업. 전국의 수많은 마을들이 마을기업을 만들어 농촌과 지역 특산품을 알리고 있다. 이 중 여수의 농업회사 법인 '송시마을'은 전국 대표 마을기업 중 한 곳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곳이다.

체험학습하고 있는 아이들 모습.

'송시마을'은 2014년 마을공동체 법인으로 출발하자 마자 전남도 예비마을기업으로 지정되더니 2015년에는 행정안전부의 마을기업으로 선정됐다.

2016년 전남 마을공동체 우수마을 지정, 2017년 농림축산부식품부 6차 산업 경진대회 우수상, 2018년 여수시 일자리 창출 공로상까지 수상했다. 지난해에는 행정안전부가 주관하는 전국 우수마을 경진대회에서 취우수상을 획득한데 이어 올해는 전국에서 5곳 밖에 없는 '모두愛 마을기업'으로 선정되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이는 '송시마을'이 ▲마을의 모든 농가가 회원으로 참여 ▲직원 충원시 마을 주민 우선 채용 ▲지역 농작물을 활용한 식품가공 부가가치 창출 등 마을기업으로서 책무를 다하려는 노력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 생산부터 관광까지 6차 산업

여수시 돌산읍 금봉리에 위치한 송시마을은 현재 20여 가구 36명의 자그마한 시골마을이다. 마을 이름을 따서 지은 '송시마을'은 2014년 매출액 4억 원으로 출발해 지난해 23억 원으로 성장했다. 올해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보다 더 많은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송시마을'의 주요사업은 지역 농민들이 생산한 친환경 농산물을 매입해 판매하고 있다.

감자와 옥수수, 고구마, 갓, 쪽파, 시금치, 콩, 쌀, 돌산갓, 오란다 장류를 제조, 판매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당일 수확한 농산물만을 배송하는 게 원칙이다.

폐교를 리모델링해 '농촌감성 체험장'을 운영, 1만4천여㎡의 부지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공간도 조성, 운영하고 있다.

'송시마을'은 마을기업이 6차 산업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마을에서 직접 재배·생산한 농산물을 농사 체험이나 음식체험 재료로 활용하거나 직거래로 판매하고 있다.

고품질 농산물을 체험재료로 활용해 참가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1차·2차·3차 서비스가 한자리에서 제공되자 농촌체험에서 건강과 재미를 더한 '힐링여행'으로 업그레이드해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돌산갓을 재배하고 있는 모습.

◆ 성공 비결 '마을 주민과 함께'

'송시마을'의 가장 큰 특징은 지역민과의 동행이다. 박윤덕 대표 가 송시마을로 귀촌하면서 청소년들의 체험활동을 하기 위해 폐교를 매입했다. 당시 외지인이 마을의 중심인 폐교를 매입한다고 하자 마을 사람들은 처음에 별로 반갑지 않았지만 "아이들이 떠난 곳이니 다시금 아이들의 목소리가 채워질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약속을 믿고 한 가족으로 품어줬다.

2012년 지역 폐교에서 농촌체험장부터 시작했던 '송시마을'은 입소문을 타면서 인기가 높아졌다. 당시 학기 중에는 주말에도 쉬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2014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면서 예약이 취소돼 대출 이자를 갚지 못할 정도로 어려움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 해 여름 궁여지책으로 옥수수를 팔던 당시 마을 주민들이 '마을 기업을 한번 해보는게 어떻겠느냐'고 추천하면서 '송시마을'이 시작됐다.

마을사람들은 '마을을 위해 체험장을 살리자'며 기꺼이 출자도 하고, 농산물을 위탁 판매할 수 있게 주는 한편 부채까지 모두 인수하는 '사업 포괄인수'도 추진하고 법인을 설립해 위기를 넘을 수 있게 적극 지원했다. 마을사람들이 지금의 '송시마을'이 창업할 수 있게 만든 일등공신들인 것이다.

이 때문에 '송시마을' 조직도의 대표이사 보다 더 위에 위치한, 가장 높은 의결 기구가 '마을 총회'다. '송시마을'은 또 기업의 이윤만을 목표로 하지 않고 마을도 같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 대박 난 '시골 여자의 바른 먹거리'

'송시마을'의 대표 브랜드는 지역 농산물 판매 사이트인 '시골여자의 바른 먹거리'다. '시골여자의 바른 먹거리'는 카카오 스토리, 인스타그램, 자체 홈페이지 등을 통해 9만명 이상의 고정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전국구 유명 브랜드다. 매일 SNS에 제품과 일상생활을 업로드하며 '내 가족이 먹는 음식을 만든다'는 것을 알리자는 광고로 소비자들에게 믿음을 심어주는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시골 여자의 바른 먹거리'를 통해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소비자에게 곧바로 판매하고 지역특산물인 돌산갓을 활용해 간편하게 조리 할 수 있는 즉석가공 식품, 오란다 등 전통한과류를 HACCP 시설에서 제조해 판매하고 있다. 대표 식품 중 하나인 '촉촉한 오란다'가 전국적으로 히트를 치면서 유사품이 판을 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건강한 먹거리 생산을 위해 친환경농업을 추진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바른먹거리 탄생의 원동력이 됐다. 또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소비패턴에 맞추기 위해 SNS를 통해 소비자의 욕구를 반영해 다양한 먹거리 상품을 개발하는 노력도 하고 있다.

◆ 마을도 소득도 '환생'

'송시마을'이 커가면서 마을도 크게 변했다.

'송시마을'은 사업 초기 귀농인 3가족과 마을의 6개 농가로 시작했지만 지난 2018년에는 16농가 20가구가 참여하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독거노인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마을 사람들이 마을 기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고령화와 이농현상이 심각한 농촌 마을인 '송시마을'이 성장하면서 마을 직원들을 채용하자 귀농 인구도 늘었다. 강원도와 경기도에 살던 직원들은 '송시마을'에 정규직으로 채용되면서 한 명은 마을로, 다른 한명은 여수로 귀농했다.

농산물 판매 참여농가도 2015년 4농가 5품목에서 2018년 13농가 17품목으로 늘었고, 매입금액은 2015년 1천302만2천원에서 2018년 1억3천478만3천원으로 1천35%로 증가했다.

운영 회의를 하고 있는 마을사람들.

'송시마을' 직원도 시작 당시에는 한명도 없었지만 2018년 기준으로 정규직이 8명으로 늘었다. 정규직으로 채용하면서 직원 8명 중 6명이 마을 주민, 2명은 여수시에 거주하고 있다.

'송시마을'은 새로운 농촌융복합형 마을기업의 이정표로 자리잡았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귀농인과 마을주민이 서로 소통하고, 도움을 주며 살아가는 행복한 마을공동체의 모델이 됐다. 귀농인의 6차 산업 성공을 활용해 새로운 일자리를 기반으로 출향한 마을주민이 돌아와 정착하고 있다.

무엇보다 귀농인과 마을주민이 협업해 사람이 찾아오는 마을을 만들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지역과 상생하는, 대표적인 농촌융복합형 마을공동체가 된 것이다. 선정태기자 wordflow@srb.co.kr


"주민들의 믿음이 성장 비결"

양혜숙 송시마을 사무국장

소비자-농민 직거래로 인기 쌓아

공장 설립·유통업체로 성장 목표

"마을기업을 설립하기 전까지만 해도 농산물 판로가 농협 뿐이었요. 농산물 양과 질에 비해 유통량도 적고, 유통업체가 사가는 가격도 너무 싸 고생한 만큼 이득을 볼 수 없는 구조였어요. 소비자와 농민이 바로 만나는 연결고리를 만들자고 생각했습니다."

양혜숙 송시마을 사무국장은 마을기업의 성공비결에 대해 "기꺼이 한 가족으로 품어주신 송시마을 주민들 덕분"이라고 밝혔다.

'송시마을'은 지난 2014년 양 사무장 등 주민 5명과 함께 문을 열었다. 서울·광주에서 회사원, 컴퓨터 교사 등으로 활동했던 그는 어머니를 간병하기 위해 고향인 송시마을을 자주 들렀다. 2012년부터 마을 내 체험학교 보조교사로 활동한 그는 2014년 귀농을 결정했다.

귀농해서 폐교를 매입, 체험학습장을 열었지만 어려움이 닥쳤다. 2014년 세월호와 메르스 사태 등이 터지며 체험학교 운영이 전면 취소된 것이다.

양 사무국장은 "체험학습장 예약이 취소되면서 소득이 급격히 줄었고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 때 한 이웃이 마을기업을 해보지 않겠느냐며 추천해 줬다"며 "'힘들고 돈이 안 되면 금방 포기해 버리는 여느 귀농인과는 다른 열정을 봤다'면서 제가 주도적으로 활동하면 마을 주민들이 뒷받침을 해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어려움 속에서 마을기업을 시작했지만 시행착오도 거쳤다.

사업 방향성을 잡기도 어려웠고, 사기 컨설팅에 속아 돈을 잃기도 했다. 마을 주민 평균 연령이 75세로 높아 사업 진행을 도와줄 사람도 적었다. 이 마을은 2015년 행안부 마을기업 육성사업에 지정된 뒤에야 사업의 기반을 잡았다.

양 사무국장은 "송시마을은 20개 가구 중 농사를 짓는 10여 가구 27명이 참여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며 "2억 원으로 출발했던 매출도 지난해 25억 원으로 뛰었고 올해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보다 30% 이상의 더 많은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양 사무국장은 송시마을이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로 마을 주민들과 법인의 '믿음'을 꼽았다.

그는 "송시마을이라는 이름이 기업 이름이 됐다. 마을 이름을 걸고 하면서 주민들도 기업 송시마을을 자기 얼굴이라 생각한다"며 "마을 사람들이 서로를 믿기 때문에 어떻게든 뒷받침을 해 주고 싶어한다. 마을기업이 주민들을 하나로 뭉치는 힘이 됐다"고 덧붙였다.

선정태기자 wordflow@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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