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갯벌을 세계유산으로

'생태계 보고' 신안갯벌을 세계유산으로 <8> 대기점도 갯벌

입력 2020.08.25. 17:45 김옥경 기자
섬과 섬 잇는 '오작교' 노두…갯벌 묘미
람사르 습지 보호구역 지정 활동 '주목'
'가고 싶은 섬' 선정…대표 관광지 '부상'
대기점도 갯벌은 갯벌 속 풍부한 각종 생물자원과 함께 섬을 잇는 오작교와 같은 역할을 하는 노두가 곳곳에 연결돼 묘미를 더한다.

어족자원 풍부한 생태 놀이터·삶의 보금자리


갯벌에서 나고 자라 평생의 삶을 살아온 사람들에게 갯벌은 인생, 그 자체다.

어릴 적 갯벌에 들어가 친구들과 뒹굴며 짱뚱어와 낙지를 잡고, 어른이 되면 갯벌을 터전으로 삼아 삶을 일군다. 섬 사람들에게 갯벌은 언제든지 뛰어가 놀 수 있는 놀이터이자 삶의 여유와 만족을 느낄 수 있는 포근한 보금자리인 셈이다.

시간이 흘러 현재의 갯벌은 과거에 비해 단단함이 덜하고 어족자원도 빈약해졌지만, 후대에 물려줘야 할 소중하고 중요한 우리의 자원이자 자산임에는 변함이 없다.

광활하게 펼쳐진 대기점도 갯벌.

◆섬과 섬 사이 광활한 갯벌 만개

대기점도 갯벌은 신안 압해도 송공항에서 1시간여 정도 배를 타고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보물' 같은 곳이다.

오전 이른 시간대에 출발하는 배를 간발의 차로 놓치게 되면 3시간 정도를 기다려야 하는 수고로움이 필요하다. 그것도 하루에 3번 밖에 배가 다니지 않기 때문에 물때에 맞춰 대기점도의 갯벌을 감상하려면 그 어느 때보다 부지런해야 한다.

부지런함의 대가는 절대 실망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간조를 맞아 바다가 보여주는 깊은 폭과 넓이 만큼 광활하게 펼쳐진 갯벌을 눈 앞에 마주하면 입에서는 "우와~"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눈 앞에 펼쳐진 갯벌의 광활함은 때론 지나가는 나그네의 심금을 울리기도 한다. 울퉁불퉁 굽이굽이 깊은 골을 드러낸 갯골(갯벌 골짜기)은 굴곡진 우리네 삶의 모습과 동일하게 느껴진다.

대기점도 갯벌은 북쪽으로는 어미 섬인 병풍도와 맞닿아 있다. 또 남쪽으로는 소기점도 갯벌과 연결돼 있는 중간 기착지와 같은 곳이다. 바닷물이 가득 들어차는 만조 때는 별도의 섬이지만, 물이 빠지는 간조 때는 섬과 섬을 잇는 노둣길을 양 갈래로 광활한 갯벌이 펼쳐진다. 하루에 두번 썰물 때만 드러나는 노둣길로 이어진 갯벌에서는 길이 끊겼다 이어지고 이어졌다 끊기는 신비로운 현상을 만끽할 수 있다.

병풍도로 이어지는 대기점도 노두 갯벌.

◆각종 저서 생물 서식 '풍부'

대기점도 갯벌은 람사르 습지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청정갯벌이다. 람사르습지는 '물새 서식지로서 중요한 습지보호에 관한 협약'인 람사르 협약에 따라 독특한 생물지리학적 특성을 가진 곳이나 희귀동식물종의 서식지, 물새 서식로서의 중요성을 가진 습지를 보호하기 위해 지정, 보호하고 있다.

지난해말 현재 람사르협회에 등록된 우리나라 람사르습지는 창녕 우포늪을 포함해 총 23곳이 있다.

신안에는 장도 산지습지와 증도갯벌이 포함돼 있다. 대기점도 갯벌은 증도갯벌 일대 지역으로 포함돼 람사르습지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다.

'청정갯벌'을 보유한 대기점도는 낙지 등 각종 생물들이 서식하고 있는 천혜의 섬이다. 대기점도 갯벌에서 나온 낙지는 부드럽기로 유명한 신안의 낙지 중에서 최고로 손꼽힌다. 최근에는 새우양식이 확대돼 대기점도 갯벌 특산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 대기점도 갯벌에는 낙지 금어기가 해제돼 갯벌에 나가 낙지를 잡는 어민들의 일손이 분주하다.

대기점도 갯벌에서는 낙지 잡는 법도 독특하다. 이곳에서는 보통 가래 삽이나 맨손으로 갯벌에 서식하는 낙지를 채취하는 전통 어법인 맨손어업도 있지만, 간조 때 낙지 구멍을 뚜껑같은 것으로 덮어놨다 물이 들어올 때(초들물) 덮어둔 구멍을 열어 낙지를 잡는 '묻어 잡는 법'이 주로 이용된다. 이밖에도 대기점도 갯벌에는 게와 갯지렁이, 조개, 고둥 등 다양하고 풍부한 저서생물이 살고 있고, 국제적 멸종 위기종인 노랑부리백로 등도 자주 출현한다. 생태 자원을 있는 그대로 보유한 황금 어장인 셈이다.

대기점도와 소기점도를 잇는 노둣길과 '순례길' 건축미술작품 '행복의 집:필립'의 모습.

◆신안군, 순례길 조성 생태관광 유도

신안군은 대기점도를 인근 소악도와 연계해 지난 2017년 '가고 싶은 섬'으로 선정해 운영하고 있다.

특히 주민들과 함께 스페인의 산티아고 같은 아름다운 '기적의 순례길'을 만들어 마음의 여유를 갖고 섬과 갯벌, 해양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명품 관광지로 부상할 수 있는 기회를 다양하게 제공하고 있다.

대기점도 갯벌에서 맛볼 수 있는 천혜 생태환경에 관광 요소를 덧붙여 생태 관광자원화한 것이다.

특히 순례길을 따라 조그마한 건축미술 작품으로 만들어진 각기 다른 예배당의 모습은 물때에 따라 갯벌을 들여다보며 '힐링'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 대기점도에는 대기점도 선착장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건강의 집:베드로'부터 '생각하는 집:안드레아', '그리움의 집:야고보', '생명평화의 집:요한', '행복의 집:필립' 등의 다양한 건축미술 작품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인터뷰] 김철수 대기점도 이장

"갯벌 생태복원·환경보전에 앞장"

대기점도 김철수 이장.

"갯벌은 섬 사람들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매우 소중한 자산입니다. 앞으로도 어민들과 함께 갯벌을 생태 복원하고 환경보전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벌여 나가겠습니다."

대기점도에서 갯벌 보전에 앞장서고 있는 김철수(61) 이장.

대기점도에서 나고 자란 김 이장에게 갯벌은 어릴 적에는 짚으로 공차고 놀던 천혜 놀이터였다. 현재는 낙지와 짱뚱어 등 각종 어족 자원으로 삶을 일궈 나가는 삶의 터전이다.

김 이장은 "어릴 적 갯벌은 매우 단단해 갯벌에 들어가서 공을 차도 발이 빠지지 않았다. 그만큼 갯벌이 단단하고 좋았다. 현재도 대기점도 갯벌에서 나온 낙지는 신안에서 생산된 것 중 가장 부드럽고 연해 최고로 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대기점도 갯벌은 짱뚱어와 운저리(문절망둑) 등이 차고 넘칠 정도로 많은 곳이었다. 마을 사람들과 게임을 해 진 사람에게는 갯벌에 들어가 운저리를 잡아오라고 할 정도로 많았다"며 "과거에 비해 갯벌 속 자원은 많이 사라졌지만 생태보전하면 다시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최근 청정지역인 대기점도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대기점도 대표 자원인 갯벌자원을 중심으로 누구나 찾아와 편하게 쉬고 갈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글·사진=김옥경기자 okkim@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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