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분권으로 여는 미래도시

"지자체간 연대와 협력 중요, 중앙정부에 한목소리 내야"

입력 2022.09.13. 18:30 김현수 기자
자치분권으로 여는 미래도시⑦ '파리보다 잘 사는 지방의 힘' 민간협력 단체가 이끈다
지방분권 연구·협력체 위르벤
정부·의회·지자체 등 참여해
환경·관광 등 전반적 정책 의결
중앙정부 권한 여전히 비대 한계
지역·농촌, 지자체간 상생 중점
브누아 코르미에(Benoit Cormier) 위르벤 홍보 담당자

자치분권으로 여는 미래도시⑦ '파리보다 잘 사는 지방의 힘' 민간협력 단체가 이끈다

프랑스의 자치분권 성공은 '강력한 법적 지원'과 '다양한 지방협력체'를 원동력으로 손꼽을 수 있다. 특히 각 지자체를 대표하고 정부, 의회, 중개기관, 파트너, 각종 공공기관, 선출직 공무원 및 지자체 협회 등이 망라된 위르벤(URBAINE)은 모든 국가 정책에 영향을 미치면서 지방분권을 이끌고 있다. 위르벤은 각 지자체의 공공정책과 프로젝트, 법률 등을 분석하고 해당 정책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를 함께 논의하며 이를 회원 지자체에 홍보하는 일 등을 도맡고 있다. 또 지역과 지역민의 실생활과 연결된 환경친화적 전환, 건강, 도시정책, 연대 등의 정책을 선도하고 있다.

다음은 한국의 자치분권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프랑스 위르벤 브누아 코르미에(Benoit Cormier) 홍보 담당자와 공동취재진이 지난 7월 6일 진행한 인터뷰의 일문일답.

-프랑스 위르벤을 소개하자면?

▲대도시는 물론 해당 도시를 중심으로 형성된 주요도시중심체와 도시지역 공동체, 주거밀집 공동체 등 도시지역 선출직 공무원들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협회이다. 두 가지 주요 역할이 있는데 첫 번째는 회원들이 좌우 진영을 초월해 각자의 정보와 경험을 나눌 수 있도록 하나로 규합하는 것이고, 두 번째로는 모든 회원들이 동의할 수 있는, 그리고 현실과 법안의 괴리가 없는 도시 정책들을 개발하는 것이다. 회원 지자체는 108곳이고 도시의 시장과 공동체의 장을 겸직하는 경우를 감안하면 선출직 공무원의 수는 81명이다. 해당 지역에 사는 사람의 인구수는 3000만 명에 가깝다.

-조직은 어떻게 구성되며, 정기 모임이나 회의는 어떻게 진행되는가?

▲5명의 회원들이 집행부를 이룬다. 회장은 낭트 시장인 요한나 롤랑(Johanna Rolland)이고 두 명의 부회장(툴루즈 시장, 그르노블 시장), 사무총장(렌느 시장), 회계(깡 시장) 등이 있다. 이들 집행부 외에 13명의 회원을 포함한 총 18명은 매월 이사회를 갖고 주요 결정을 내린다. 전체 회원이 참석하는 총회는 매년 봄에 한 차례 열려 예산 의결과 정책 방향 등을 조율한다. 상시적으로는 디지털, 의료, 관광, 에너지 전환 등 각종 주제를 다루는 위원회가 22개 있는데 각 위원회의 장은 두 명이다. 서로 뜻이 다른 좌우 양 진영에서 한 명씩 나선다. 위원회에는 위원장이 소속된 지자체의 해당 주제와 관련된 공무원, 그리고 프랑스 위르벤의 전문가 등이 참여한다. 프랑스 위르벤에는 14명의 전문가 그룹이 있다.

지난 7월 6일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위르벤 사무실에서 브누아 코르미 홍보 담당자와 인터뷰를 가졌다. 공동기획취재단

-현재 관심 사안은 무엇인가?

▲최근 들어 약 10여년 전부터 세금의 중앙집중화가 이뤄지고 있다. 중앙정부는 특정 사안에 대해 예산을 거두는 방향으로 가고, 지방 재원은 없어지고 있어서 지자체의 재정 부족은 더 심각해지고 있다. 재정은 당면 문제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프랑스 위르벤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주제 중 하나는 에너지 전환이다. 단순히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다. 에너지 전환은 재건축이나 도심 공원 조성, 도심 열섬 현상 등 모든 분야와 연관이 돼 있다. 이 밖에도 시민들의 구매력 제고, 공무원을 포함한 시민들의 급여 상승, 고령화, 지역 개발, 관광 등 모든 주제가 중요하다.

-프랑스 자치분권의 특징은?

▲프랑스 자치분권의 특징 중 하나는 지방정부의 권한임에도 여전히 중앙정부의 역할이 있어 비효율적인 면이 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일임한 일인데도 불구하고 예산은 온전히 배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앙 권력은 5년에 한 번, 행정부는 2년에 한 번 등 주기적으로 바뀐다.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은 자치분권에서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지방정부가 진 책임을 알맞게 졌을 때 시민들은 공공서비스에 대한 만족을 느끼게 될 것이다. 물론 재정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지방권력이 자치분권에 맞는 책임을 다 했느냐는 임기가 끝나는 6년 후에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자치분권이 이뤄졌으므로, 시민들이 뽑아준 권력이므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말이 아니다.

-지방분권의 성공을 위해서 재정의 중요성은?

▲세금은 무조건 나쁜 것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는데 매우 위험하다. 프랑스인들은 정부를 비판하면서 세금이 너무 세, 라고 쉽게 말하고는 한다. 그러나 세금은 공공서비스를 통해 다시 국민들에게 돌아온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 세금을 내야 한다면 그만큼 벌었다는 말이 되므로 오히려 자부심을 가질 일이다. 프랑스인의 절반 가량은 소득세를 내지 않는다. 나머지는 소득세를 더 낼 정도로 많은 월급을 받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다만 내가 낸 세금이 내 지역을 위해 시민들을 위해 제대로 쓰이고 있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민이 낸 세금 해당 지역의 발전에 다시 투자되고 있는지를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프랑스 위르벤과 같은 지역 간 교류와 소통을 촉진하는 중간 매개체가 없는 한국의 지자체들을 위한 조언은?

▲최근 지자체장 선거에서 프랑스 위르벤은 모든 출마자들에게 300개의 제안을 내놓았다. 그 중 절반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관계에 관한 것이었고, 나머지는 지방정부들끼리의 문제에 대한 것이었다. 우리 단체의 역할에도 그래서 회원 지자체들간의 연대와 협력이 중요하게 자리하고 있다. 지방정부들끼리 한 목소리를 낸다면 중앙정부에 뭔가를 요구할 때도 훨씬 더 힘을 받을 것이다. 한국처럼 땅이 넓지 않은 곳에서는 더더욱 지역이기주의에 사로잡혀선 안 된다. 각 지자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을 것이니까. 프랑스에서도 대도시 지역 지자체와 농촌 지역 지자체의 상생에 상당 부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김현수기자 cr-2002@mdilbo.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0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
연재마감

자치분권으로 여는 미래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