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간 차이나는 재정불균형 해소
문화·교육 분야 등 자율권 강해
주민 스스로 지역 문제 관심 필요
국가 지탱하는 정책은 아래서 시작
자치분권으로 여는 미래도시 ④독일 지방분권 선진국 사례
지난해 9월 독일 베를린시가 갈수록 심화되는 주택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민간 부동산회사가 보유한 20여만채의 주택을 몰수하는 방안에 대한 주민투표를 진행했다. 유권자 약 56%가 주택 3천채 이상을 보유한 민간 부동산 회사의 보유 주택을 몰수해 공유화하는 방안에 대해 주민 투표에서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표는 전체 39%에 그쳤다.
이같은 결과가 가능한 이유는 지방분권에 있다. 독일은 세계적으로 지방분권 역사가 오래된 나라다. 독일 국가 조직은 지방정부 없이는 생각할 수 없다. 지방도 중앙과 평등한 협상 기회가 제도적으로 보장되면서 중앙이나 수도권 집중 현상이 없는 것이다.
특히 독일은 헌법을 통해 지방분권을 보장해 지방정부가 입법, 재정, 조직권 등 독자적 운영이 가능하다. 헌법 개정부터 세율 조정까지 모두 주민들의 손에 달려있다. 각 지역마다 다양한 정책들이 아래로부터 올라오는 구조다.
독일의 정식 명칭은 독일연방공화국이다. 연방정부 아래 16개 각 주정부가 있다. 그 밑에 소단위 자치 조직이 자리하고 있다.
독일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권한 배분은 기본법에 명시돼 있다. 입법과 관련해 연방정부만 할 수 있는 것,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함께 할 수 있는 것 등이 규정돼 있다.
특히 국가 전체적으로 중요한 외교나 군사, 철도 등을 제외하고는 행정 등은 철저히 개별 주정부가 책임진다.
주정부도 지방행정과 관련해 전권을 가진 것은 아니다. 각 주안에서도 기초자치단체인 '게마인데'와 광역자치단체인 '크라이스'등이 있다.
'게마인데'는 독일의 나라의 행정 구역 단위 중 최소 단위로, 수장이나 지방 의회 등의 자치 제도가 있는 것을 뜻한다. 주민들 생활과 직접 연관있는 근거리 교통, 교육, 의료, 건축심의 등 사무를 담당하며 조세권을 행사한다. 규모는 제 각각이다. 수백명부터 큰 단위는 20만명이 육박한다고한다. 기본적으로 게마인데는 기초자치단체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다른 의미로는 독일의 모든 지방자치단체를 대표하는 개념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여러 게마인데가 합쳐진 상급 광역자치단체 성격인 '크라이스'는 게마인데가 독자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사무 업무를 지원한다. 사회, 경제, 문화 등을 지원하며 게마인데와 다르게 조세권을 직접 행사하는 것이 불가능해 공공시설 사용료나 수수료 등 수입과 연방정부와 주정부로부터 지원을 통해 재정을 충당하고 있다.
이같은 게마인데와 크라이스의 연결고리의 상부에서 유기적 조정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주정부, 그위에 국가의 방향을 잡아나가는 것이 연방정부다.
수도인 베를린의 경우 연방정부 사무를 제외하고는 행정적 업무는 지자체 독자적으로 수행한다. 지방의회가 의사결정을 하고 정부는 결정된 정책을 집행하는 역할을 한다.
시의원들은 지역 주민들이 언제든 찾아와 지역 현안과 민원을 상담할 수 있는 지역 사무실도 운영한다.
베를린 시의회 안스가 힌츠 언론홍보 대표는 "기본법에 의해 이 곳들에서 지역 자치가 보장되고, 각 지역 의회들이 현지의 자치에 관련된 기본적인 것들을 결정하며 지방 자치를 통제한다"면서 "어떤 지역 내의 건설 계획이 정치적으로 유의미한지에 대해서 가장 잘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지역이고, 토지세 및 영업세에 대한 세금 인상율이 지역 의회에서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베를린에는 각 주정부의 대사관 위치해 있다. 연방국과 수도 베를린과의 중요한 정보 전달 및 입법 관련 주요 사항에 관한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존재한다.
업무적인 협력 이외에도 자치분권을 균형적으로 유지시키는데는 재정적 면도 크다. 독일은 법으로 연방정부와 주정부 간 권한 및 조세 수입 배분을 명시했다. 연방정부가 주정부에 세금을 교부하는 방식이 아닌 배분한다고 명시해 동등한 조세 주권을 부여했다. 또한 각 지자체간 산업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수입 차를 주정부가 조정해 준다. 연방정부는 주정부간 재정불균형을 조정해주는 역할을한다. 연방정부와 주정부, 지자체가 세원을 공유하고 이에 따른 수평적 재정조정제도가 이뤄지는 것이다.
독일의 지방분권이 오늘날까지 잘 유지해가고 있는 것은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원활한 행정적 업무 처리 방식이나 재정조정제도 등 법률 규정때문만은 아니다.
주택문제 해결을 위한 주민 투표부터 동네 공원 하나를 만드는 데도 수 많은 공정회가 열리는 등 지방행정에 대한 주민들의 높은 관심과 이를 기반한 공정한 사무 처리 없이는 불가능하다.
베를린 자유대 클라우스 제그베어스 교수는 "독일은 자치분권은 탈중앙화가 특징이다. 16개 주정부들은 권한이든 수입에 있어서든 강한 위치에 있다"면서 "주정부들은 각각의 고유한 정체성이 있고, 각 주민들도 이를 자랑스러워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독일 헌법에는 '모든 주들의 삶의 조건이 동질화되어야 한다'는 모호한 표현이 있는데, 특히 문화·교육 분야에서 각 주의 자율권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안스가 힌츠 대표는 "독일 지자체 사례에서 한국이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주민들이 자신의 지역 문제에 관심을 갖는 다는 것"이라며 "정치라는 것은 적어도 지역 현안 문제에 있어서는 멀리 떨어진 수도에서 정치인들이 정하는 것이 아닌, 집 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이다. 국가를 지탱하는 정치는 아래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서울=김현수기자 cr-200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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