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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사격 지시 형사 재판 종결
발포명령 부인·행불자 미궁 속으로
'그날의 진실' 말하는 군 기록 통해
신군부 세력 양심 고백 기회 관측도
사진=뉴시스
전두환씨의 사망으로 5·18민주화운동 당시부터 지금까지 광주시민들이 41년 동안 계속 요구하고 있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게 됐다.
특히 전씨가 사과와 반성 없이 사망한 뒤에도 그의 측근은 5·18 당시 공수부대 발포 명령 지휘한 것에 대해 부인한데다 헬기사격에 대한 재판에서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등 과오에 대해 인정하지 않아 5·18민주화운동의 진실 규명은 또다시 미완의 과제로 남게 됐다.
다만, 당시 군 기록들은 전씨 중심의 별도 지휘체계에서 사격과 발포 명령이 이뤄졌다고 밝히고 있어 일부 신군부 세력이 전씨의 사망을 계기로 발포 경위 등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고백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전씨는 23일 오전 자신의 집에서 사망했다. 전씨 사망 이후 그의 측근인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씨 자택 앞에서 '(고인이) 5·18 피해자 유족에게 따로 남긴 말은 없느냐'는 질문에 "어떤 부대에 어떻게 지휘했는지 사실이냐 아니냐를 먼저 따져야지 무조건 사죄하라는 것은 잘못됐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발포 명령은 있지도 않았다. 보안 사령관이 했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얘기"라며 전씨에게 책임이 없다는 취지로 덧붙였다.
민 전 비서관은 또 "5·18 당시 많은 희생자가 나왔고 희생자 가운데 억울하게 돌아가신 분도 많다"며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고 상처 치유하기 위한 여러 조치를 충분히 못했기에 그 점에 유감스럽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지, 구체적으로 발포 명령을 했기에 사죄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5·18은 폭동이다'는 입장도 변하지 않았다.
1980년 광주시민들을 향해 군용 헬기가 쏜 사격 명령에 대한 고백도 듣지 못한 채 이대로 흐지부지 끝나게 됐다. 피고인 사망에 따른 공소 기각 절차 때문이다.
전씨는 회고록에서 "5·18 민주화운동 기간 내내 헬기 사격은 없었다"며 "조비오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사자 명예훼손죄를 가리는 재판을 3년 넘게 받고 있었다.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오는 29일 항소심 결심 공판을 앞두고 있었다.
전씨의 회고록과 관련한 형사 소송은 공소기각 결정이 날 것으로 전망되지만, 민사 소송은 소송 당사자 승계 등을 통해 재판이 계속될 수 있다. 5·18 4개 단체와 고 조비오 신부의 유족 조영대 신부가 전씨와 아들 재국 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고 1심에서 일부 승소한 후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1심 재판부는 북한군 개입, 헬기사격, 계엄군 총기 사용, 광주교도소 습격 등 회고록에 기술된 23가지 주장을 객관적인 근거가 없는 허위사실이라고 보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5·18 진상규명의 한 축인 행방불명자에 대한 의문도 풀지 못하게 됐다. 현재까지 집계된 5·18민주화운동 행불자는 모두 242명. 지금까지 행불자 시신을 찾은 경우는 지난 2002년 망월동 옛 묘역에 묻힌 11구의 무명열사 유해를 5·18민주묘지로 이장하는 과정에서 유전자 분석을 통해 행불자 6명이 확인된 한 번 뿐이다.
5·18 발포 명령이나 헬기시격 지시 등에 대한 고백이나 사과는 받지 못한 채 전씨가 사망했지만, 그의 사망이 오히려 그의 행적을 고백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우선 당시 군의 기록들이 전씨의 행적을 설명해주고 있다. 육군 제2군사령부의 '광주권 충정작전 간 군 지시 및 조치 사항'에 '전(全) 각하(閣下) : 초병에 대해 난동시에 군인복무규율에 의거 자위권 발동 강조'라고 명시돼 있는 점은 사실상 전씨가 발포 지시를 내린 정황을 선명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505보안부대가 5월 21일 작성해 보안사령부에 보고한 것으로 추정되는 일일속보철 '광주 소요사태'(21-57) 문건에는 '23:15 전교사(전투병과교육사령부) 및 전남대 주둔 병력에 실탄 장전 및 유사시 발포명령 하달(1인당 20발)'이라고 적혀 있다.
'1980년 기갑부대사'에는 5월 21일 오전 8시 전투태세인 진돗개 하나가 발령됐고, 오전 11시 각급 부대에 개인당 M16 소총 실탄 90발씩을 지급했다고 기록돼 있다.
'5공 전사' 등에는 '1980년 5월 21일 국방부장관실에서 열린 열린 자위권 발동 결정 국방부회의와 5월 25일 광주 재진압 작전 최종 결정 회의에 전씨가 참석했다고 적혀 있다. 전 505보안대 수사관, 미군정보 요원, 공군 706보안부대장 운전병 등은 5월21일 정오 전씨의 광주 방문 직후 이뤄진 전남도청 발포에 대해 한결같이 증언했다.
여기에 ▲공수부대 투입 과정에 작전통제권을 갖게 될 전교사령관·31사단장과 사전협의가 없던 점 ▲상급 부대 승인 없이 공수부대가 독자적으로 실탄을 분배한 점 ▲발포 관련 보고가 공식 지휘 계통에 누락된 점 ▲계엄군 간 오인 사격이 잇따른 점 등도 비공식 지휘 체계에 따른 발포를 방증하고 있다.
정수만 전 5·18유족회장은 "5·18 학살, 실종자·암매장에 대한 사죄 없이 죗값을 치르지 않고 떠난 전씨는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면서 "오히려 전씨의 사망으로, 진실을 밝힐 수 있는 이야기가 더 나올 수 있다고 본다. 41년 전 공작을 주도하고 민주주의를 지킨 시민을 불법 구금·수사·고문한 이들이 이제는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선정태기자 wordflow@mdilbo.com
- 피해자 합의 종용·수사정보 흘린 전직 경찰관 법정구속 피의자에게 뇌물을 받고 사전에 수사 정보를 흘린 것도 모자라 피해자들과 합의를 종용한 전직 경찰관이 법정 구속됐다.광주지법 형사10단독 나상아 판사는 17일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전직 경찰관 A(50)씨에게 징역 1년 4개월과 벌금 1천200만원, 추징금 590만원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A씨는 전남 나주경찰서 여성청소년과에서 근무한 2020년께 다수의 피의자들로부터 880만원 상당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A씨는 피의자에게 수사 정보를 유출하거나 성범죄 등을 당한 피해자들에게 합의를 종용했다. 피의자로부터 합의금 명목으로 받아 챙긴 돈을 도박 등에 탕진하기도 했다.또 친분이 있는 피의자의 도주 사실을 알고도 동료 경찰관들에게 알리지 않았다.A씨는 파면 처분을 받았다.재판장은 "일반적인 사건 처리 방식을 크게 벗어나 경찰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크게 훼손했고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수사 과정에서 범죄 피의자들과 허위 진술을 공모했다.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이관우기자 redkc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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