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휴가나눔제

@도철 입력 2020.08.05. 19:00

유난히 긴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시작되니 지치기 시작한다. 무기력해지고 습도가 높으니 짜증도 많이 섞여 작은 것 하나도 시비가 되고 다툼이 된다. 올 초부터 계속된 코로나19로 경제난까지 더해지자 사람들이 더욱 예민해졌다.

이렇게 뭔지 모르게 답답함이 가득하다면 '쉼'이 필요하다는 애기다.

탁 트인 하늘아래 산 계곡이나 바다를 찾아 잘 익은 과일하나 들고 발 담그면 피톤치드 한아름 몸을 감싸준다. 휴가의 백미는 역시 여름 휴가가 아닐까 싶다.

이름 그대로 계곡이 많은 곡성도 좋고 바닷가에 숭어 새끼 떼지어 다니는 신안 대광 해수욕장도 좋겠다.

바리바리 싸들고 다니지 않아도 카드 한 장과 즐길 준비만 된다면 가까운 캠핑장도 콧바람 쐬기에는 적당한 장소다.

문제는 코로나다. 사람 다니는 곳 어디나 생겨나고 있으니 휴가 장소를 쉽게 정하지 못하게 됐다. 노래방, 목욕탕, 식당은 물론 교회나 사찰, 방문판매 영업장 등을 통해 무섭게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광주에서는 방문판매 사무실을 통한 코로나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었고 지난달 말 강원도 홍천의 한 캠핑장에서 함께 식사를 한 4가족 중 9명이 코로나 확정판정을 받기도 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충전을 하고 다시 힘을 내기위해서는 '쉼'이 필요하다.

지난달 암이 재발한 동료를 위해 IBK기업은행 직원들이 십시일반 자신의 휴가를 기부했다. 기업은행 노조는 올해 처음으로 도입된 '휴가나눔제' 첫 대상자를 선정해 1인당 1일씩 휴가 기부를 받은 결과, 20분 만에 최대 휴가 일수인 1년(근로일수 기준 250일)을 모았다. 휴가를 기부한 250명의 직원은 동료를 위해 하루씩 더 일하게 됐지만 기부에 망설임은 없었다.

기업은행의 '휴가나눔제'는 중병을 치료 중인 직원의 병가 기간이 만료돼 치료를 받지 못할 수 있을 것에 대비해 동료들에게 보상 휴가를 기부받아 최대 1년까지 사용할 수 있는 제도다.

기업은행 노사는 지난해 6월 '휴가나눔제' 도입을 합의한 후 이번에 처음으로 시행했다. 대상자는 노사와 직원 대표가 참여하는 보상휴가기부위원회에서 선정했다. 기부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도철 경제부부장 douls18309@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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