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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광주 도시 공원 내 일제 신사 가당키나 한가

@무등일보 입력 2020.08.04. 18:56 수정 2020.08.06. 00:38

평소 시민들이 즐겨찾는 광주 도시 공원 한복판에 일제의 대표적인 통치시설이었던 신사가 버젓이 남아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광산구 소촌동 송정공원 내에 있는 '송정신사'가 바로 그것이다. 해방 이후 75년이 지나도록 일제 잔재가 제대로 청산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대다수 시민들의 씁쓸한 심정 또한 마찬가지다.

신사는 일제가 한반도 강점기에 내선일체를 내세워 조선의 민족정신을 말살하기 위해 조성한 시설이다. 이 지역에 들어섰던 신사가 송정신사다. 1922년 신명신사(神明神祠)로 세워진 이 건물은 1941년 큰 규모의 신사(神社)로 승격되면서 송정신사라 했다.

국내에 유일하게 목조 신사로 남아있는 이 건물은 1948년부터 현재까지 불교재단인 정광학원이 사찰인 금선사로 사용하고 있다. 비록 개보수를 하긴 했지만 사찰 곳곳에서 일제 신사의 흔적들이 보인다.

대웅전 처마나 종무소는 전형적인 일제 신사의 양식을 갖추고 있다. 경내의 '나무아미타불' 탑은 광주공원 신사 부근에 일제가 세운 충혼탑의 양식과 흡사하다. 특히 탑에 새겨진 '나미아미타불' 여섯글자는 본래 '황국신민서사'가 새겨졌었다고 한다. 황국신민서사는 '천황의 신민'이란 의미로, 일제가 조선인들에게 강요했던 맹서였다.

송정신사의 존재가 확인된 건 오래 전 일이다. 하지만 정광학원과 사찰측이 이곳이 일제시대 신사였다는 사실이 들춰지는 걸 꺼려한 탓에 외부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광주시의 미온적인 대처도 일조했다. 이렇게 감춰지는 동안 일제의 혼이 서린 신사 건물은 수십년 동안 무관심 속에 광주 도심 한복판에서 명맥을 유지해 올 수 있었다.

광복절 75주년을 앞두고 광주시가 오는 13일 이곳에 일제 잔재 단죄비를 세운다고 한다. '의향'을 자부해온 광주로선 뒤늦은 조치가 아닐 수 없다. 뒤늦게라도 단죄비를 세우겠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스럽다.

다만, 단죄비 설치만으로는 부족하다. 아무리 종교시설인 사찰이라고는 하지만 시설 곳곳에 일제의 흔적이 배어있는 한 그대로 방치해둘 수는 없는 일이다. 광주시는 역사교육의 장 등 사후활용 방안에 대해서도 심사숙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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