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상) 친일인사 잔재물 수두룩한 부끄러운 광주·전남

@무등일보 무등일보 입력 2019.01.11. 00:00

청산하지 못한 역사는 끝없는 오욕으로 이어진다. 대한민국의 과거는 청산하지 않은 역사로 점철돼 있다. 부끄러운 역사는 제대로 된 청산 과정을 거치지 않은채 살아남아 지금 이 순간도 망령처럼 민족의 정기를 해치고 있다.

광주·전남지역에 친일인사들의 잔재물이 적지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광주시가 전국 지자체 최초로 '친일인명사전(민족문제연구소 편찬)'에 수록된 광주·전남 출신 친일인사 156명과 관련된 잔재물 등을 전수 조사한 결과다. 시는 연구용역을 통해 일제 강점기 건축물과 비석, 동상, 현판, 각급학교 교가, 군사·통치·산업시설, 지명 등이 어느 시기에 만들어지고 어떻게 명명되었는지 등을 파악했다.

친일잔재 연구용역은 광주교육대학교 산학협력단(대표 홍기대)이 맡아 지난해 7월27일부터 12월23일까지 150일간 진행됐다. .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된 4천389명 가운데 광주지역 출생·출신 인사는 13명, 전남은 143명이었다. 이들은 일제 강점기 군수, 일본 태양청년회 회장, 일본군위안소 운영자, 판사, 고등경찰, 중추원 참의 등을 지냈다. 친일 인사 가운데 상당수는 해방 이후에도 단죄되지 않고 버젓이 광주고등법원 법원장과 전남도 관찰사를 비롯해 도지사, 교육감, 전남도 경찰부 경찰청장, 경찰국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며 영달을 이어갔다.

광주독립운동의 시발지인 광주공원내 여러 사적비를 비롯해 광주향교 비각, 원효사 부도비와 부도탑, 남구 양파정 현판, 서구 습향각 현판 등 곳곳에 친일인사들과 관련된 잔재물이 수두룩했다. 서구 마륵동의 탄약고 동굴,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회관 주변 지하동굴, 전남방직·일신방직 건물 등도 친일잔재 시설로 확인됐다. 심지어는 전남대학교 교가를 비롯한 다수 학교의 교가가 친일인사에 의해 작곡됐음에도 이를 인식하지 못한 채 제창되고 있다.

광주시는 지난 9일 친일잔재 TF팀원(20명) 등이 참여한 가운데 광주 친일잔재 조사 결과와 활용방안을 제시하는 용역 최종보고회를 가졌다. 이번 용역 결과를 토대로 광주 친일잔재 TF팀의 추가적인 논의를 거쳐 올 상반기에 친일잔재 청산 및 활용방안에 대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단계적으로 실행해 나갈 계획이다.

참담하고 부끄럽다. 해방 이후 70년이 훨씬 지났음에도 친일 잔재물이 여전함을 통탄한다. 이들 친일 잔재물의 온존은 우리의 무지, 외면, 방기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후손들에게 더 이상 부끄러운 잔재물을 남겨서는 안된다. 기왕에 전수조사를 통해 현황을 파악했다니 철저한 청산 작업이 이루어지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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