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평] 투자리딩방 사기를 당하는 이유

@김정규 호남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입력 2024.03.24. 17:00


투자의 전성시대다. 너 나 할 것 없이 모바일 환경에서 게임하듯 어딘가에 투자한다. 투자의 방식은 헤아릴 수 없는 만큼 가짓수가 많다. 그중에 고전적 형태는 단연 주식이다. 통상주식 투자자들은 부단히 종목을 분석하고 앞날을 예측하며 판단한 결과를 실행한다. 이러한 활동에 참여하는 인구는 최근 몇 년 사이에 급속히 증가하더니 2023년 12월 말 기준 1천424만명으로 집계되었다. 주식투자의 일반화 추세는 긍정적인 측면 못지않게 다양한 부작용들도 양산하고 있는데 최근 투자리딩방 사기범죄 피해가 예사롭지 않다. 경찰청은 2023년 1월부터 7월까지 투자리딩방 사기로 9천360명의 피해자가 발생했고 그 피해액은 약 2천400억 원에 달하였다고 밝혔다. 진행 중인 사건들을 감안하면 현재까지 피해액은 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투자리딩방 사기는 대략 3단계 과정으로 진행된다. 우선 보이스피싱처럼 '1000%'. '급등','비상장 폭발', '우량주 기회포착' 등이 포함된 이욕을 자극하는 문자를 무차별 발송한다. 유튜브를 통해 연애인, 투자전문가, 공식 금융기관을 사칭하여 광고를 올리고 피해자들이 접근해오기를 기다린다. 어떤 경우는 실제 비상장 주식투자자의 경험이 있는 대상자의 정보에 기반하여 미끼 문자를 보내기도 한다. 유난히 출처 불명의 투자권유 문자가 많이 오는 경우라면 자신의 투자 정보가 유출되었을 가능성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문자나 광고를 통해 접속이 시작되면 2단계는 피해자에게 신뢰감을 주기 위한 작전이 시작된다. 소액의 대리 투자를 통한 수익을 경험하도록 하거나 서비스 참여 명목으로 현금을 지급하기도 한다. 사기범들은 이때 스마트폰 주식투자 프로그램을 설치하도록 하는데 피해자가 평소에 사용하는 홈트레이딩과 유사하고 실시간 코스피 지수와 연동되어 의심을 무력화한다. 마지막 단계에서 피해자는 이런 가짜 투자프로그램에 속아 거액을 송금하게 된다. 송금 후에도 의심하지 않도록 프로그램상에는 수십 배 수익이 달성된 수치가 표출되게 하는데 실제 출금은 불가하다. 피해자가 출금을 요구하면 비상장 주식의 특성 등 여러 이유를 들어 수수료 납부를 추가로 요구하고 이것까지 편취하고 나서야 사기범들은 연기처럼 사라진다. 이러한 투자리딩방은 다른 사기 사건과 결합하기도 한다. 예컨대 연인이라는 착각에 빠지게 만들어 사기를 하는 로맨스 사기범들이 현금을 요구하는 대신 투자리딩방에 투자하도록 유인하는 사건도 발생하고 있다. 최근 미국 연방 범죄수사국(FBI) 인터넷 범죄 신고센터에는 올해 2월 밸런타인데이에 샌디에이고에서 발생한 로맨스 사기범이 피해자를 가짜 코인거래 프로그램으로 유인하여 사기 투자를 발생시킨 사례를 경고하였다. 이러한 투자리딩방사기과 로맨스사기의 잡종사건은 국내에서도 모방될 가능성이 높다.

투자리딩방 사기범죄에 그토록 많은 피해자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각자가 주의를 기울이면 예방할 수 있을 것도 같지만 사실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인간 본능의 결함을 파고든 범죄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본래 타인의 거짓말을 판별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아웃라이어의 저자로 유명한 말콤 그래드웰은 근간 「타인의 해석」(김영사 펴냄)에서 이를 설명하는 개념으로 '진실 값 모드'를 제시하였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타인을 정직한 사람으로 가정한다는 것이다. 심리학자 팀 러바인의 실험은 사람은 진실을 찾는 것에는 유능하지만 거짓을 발견하는 능력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는 '일단 믿고 보는'본능이 더욱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 저명한 사이버 심리학자 메리 에이킨은 이를 '사이버 효과'라고 규정한다. 그녀에 따르면 인간은 온라인에서 접촉하는 인물을 실공간에서 만나는 사람보다 더욱 신뢰하고 자신의 정보를 의심 없이 공개하는 비이성적 행동을 경고한다. 더욱이 사람들은 온라인에서 평소보다 대담해지고 위험에 대한 인식능력도 저하되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는 것을 지적하였다. 종합해보면 인간은 거짓에 관련된 본성적 결함으로 누구나 투자리디방 사기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투자리딩방사기의 공격들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개인에게 단순히 주의를 촉구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고 적극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방패들을 일상의 곳곳에 설치하는 대책이 요망된다.

무엇보다 체계적인 대국민 홍보 교육을 통해 투자사기의 수법과 위험성을 알리는 일이 중요하다. 예컨대 피해가 속출되는 신종 수법에 대해서는 재난 문자나 실종자 알림과 같은 경고성 메시지를 이용하여 신속하게 전파해야 한다. 나아가 일기 예보하듯 특정 사기 수법에 대한 주의보를 발령하고 포털과 보도자료에 게시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기술적으로는 가짜 프로그램의 설치 여부를 감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개발과 보급도 요망된다. 관련된 범죄가 의심된다면 수사기관에 적극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현재 범행이 진행 중인 상황의 신고라면 범인 검거에 결정적인 제보가 될 수 있다. 경찰은 현재 투자리딩방 특별단속 체계를 마련하고 관련 사건을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추가해서 경찰청 홈페이지 등에 의심문자나 광고 등을 신고할 수 있는 전용 메뉴를 마련하여 범죄 기법이 공유되도록 하는 것도 예방법이 될 수 있다.

투자리딩방 사기는 인간의 심리적 약점을 이용하여 치밀하게 시도되고 있는 만큼 그보다 정교한 예방책이 필요하다. 경제적 살인죄라 하듯이 사기 피해자는 회복이 불가한 정도의 좌절과 고통에 빠지게 된다. 발생한 피해 회복의 어려움을 고려하면 예방만 한 대응책이란 없다. 모두가 스스로 잠재적 사기 범죄 피해자라는 위험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사회적 대응책 마련과 함께 투자에 있어서 만큼은 '일단 믿는 본능'을 거스르기 위해 각별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김정규 호남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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