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평]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청와대를 나온다던 대통령"

@김기태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 이사 입력 2024.02.18. 10:58

지난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졸업식에 참석해서 축사를 하던 중 현 정부의 R&D 예산 삭감에 대해 항의하던 졸업생을 입을 틀어 막은채 팔과 다리를 들어 밖으로 끌고나가는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의 발언 중에 "…R&D 예산을 대폭 확대할 것"이라는 요지의 내용을 읽어내려가는 중이었다. 경호원들에게 끌려나가면서 이 졸업생이 외친 말은 "생색내지 말고 연구개발 예산을 복구하십시오"였다. 졸업생의 외침에 대한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 대통령과 정부 여당의 국민을 대하는 태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졸업식에 참석해서 단지 소리를 질러 자신의 의견을 표현한 항의 표시로 질서유지 차원에서 다소 소란스럽게 한 점은 있을지언정 대통령실의 해명처럼 경호 안전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자신들과 다른 생각을 가진 국민에 대한 대통령과 그 주변 사람들의 권위적이고 적대적인 태도를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지난 달 전주에서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해 항의하던 현직 국회의원이 사지가 들린 채 경호원들에게 끌려 나가던 모습이 그대로 떠 올려지는 순간이었다. 연이은 대통령에 대한 과잉 경호의 현장을 보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현 정부여당의 국민소통지수는 그야말로 낙제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윤석열 대통령의 국민과의 소통 수준이나 방식에 대해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동안 많은 대통령들이 이용하던 인터뷰가 아니라 KBS가 만든 미니 다큐 녹화방송을 신년대담으로 대신한 일은 그야말로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사안에 대해 기자들이 대신 직접 묻고 답하는 민주주의 국가 지도자들이 대부분 채택하는 방식을 애써 외면한 것이다. 이번 대담방송에서 국민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사안은 당연히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사건이었다. 그러나 진솔하고 분명한 대통령의 답변과 사과를 기다렸던 국민들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내용으로 일관했다. KBS 박장범 앵커가 '조그마한 백'이라고 3백만원 상당의 명품 브랜드 가방을 지칭할 때부터 대통령의 그 다음 메시지는 이미 방향이 정해졌다. 지난해 11월 유튜브 방송 '서울의 소리'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을 제시한 이후 침묵을 지키던 윤 대통령이 처음으로 직접 입장을 밝히는 자리였는데 여전히 사과보다는 공작 의혹 제기 등 일방적인 해명 위주였다. 현직 대통령 부인이 직접 명품백을 수수하는 부적절하고 불법적인 장면이 생생하게 방송을 통해 온 국민에게 방영된 상황에서도 대통령은 여전히 단호하지 못해서 발생한 단순한 부주의였고 공작의 피해자였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을 뿐이었다. 국민과의 진정한 소통과는 거리가 먼 신년대담 녹화방송이었다.

민주주의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자세로부터 시작된다. 표현의 자유를 민주주의 운영의 기본 지침으로 삼는 이유이다.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는 언론의 자유로 실현된다. 대통령에게 자유롭게 묻고 숨김없이 답변을 듣고 보도하는 언론의 자유가 민주주의를 건강하게 만든다. 과연 지금의 언론에 대한 대통령의 태도를 민주적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자신들에게 다소 비판적이거나 까다로운 질문을 했다는 이유로 취임초기 매일 아침 출근길에 진행하던 도어 스테핑(doorstepping)을 일방적으로 중단하고 지금까지 열지않고 있는 대통령이다. 국민과의소통을 더욱 원활히 하기위해 청와대를 나온다던 대통령의 설명이 무색하기 짝이 없다. 언론을 일방적으로 탄압하고 국민과의 소통을 가로막은 정부의 말로는 항상 불행으로 마감했다.

권력에 대한 쓴소리나 비판적인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는 성숙한 대통령을 보고싶다.?김기태(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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