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평] '이준석 현상'과 '이준석'

@김정호 법무법인 이우스 변호사 입력 2021.06.27. 12:55

"정치꾼은 다음 선거를 생각하고, 정치가는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 제임스 프리먼 클라크가 일갈하였다고 전해지는 이 말에서 자유로운 현실정치인이 있을까? 안타까운 일이지만 나는 현실정치인의 말을 믿지 않는다. 정치가 우리사회의 개혁과 변화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인의 진정성과 갈등해결 능력을 신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정치권은 사회의 갈등에 대한 해결과 조정이라는 정치의 본령과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진영논리에 매몰되어 소모적 싸움으로만 일관하고 있는 모습은 가히 정치의 실종상태라고 평가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러한 정치의 부재상황에서 최근 우리 사회에 이준석 열풍이 거세다. '이준석 현상'으로 표출되는 세대교체의 열망은 그 자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할 일이다.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 교수는 '이준석 현상'을 한 시대의 종말이자 새로운 시대로 접어드는 분기점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준석 현상'을 긍정하면서도 개인 이준석 자체에 대한 기대의 이면에 의문과 걱정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개인 이준석이라는 생물학적 청년이 야당의 대표가 되고 정치적 리더가 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준석 현상으로 상징되는 새로운 세대들이 우리사회의 시대적 과제에 응답할 수 있느냐의 문제를 우리가 간과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미래세대의 상징인 그에게 정작 미래에 대한 비전을 찾아보기 어렵고 철지난 과거의 담론에 머물러 있는 한계가 보이는 것을 우려한다. 이준석의 경제적 사고는 애덤 스미스의 고전주의 경제학이나 밀턴 프리드먼의 신고전파 경제학의 사고의 범주에 머물러 있는 측면이 보인다.

이준석 대표가 강조하는 원칙은 능력주의다. 그의 주요 공약인 여성과 청년 할당제 폐지는 성별이나 나이만으로 혜택을 받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는 능력주의에 근거한 것이다. 그는 그의 저서 '공정한 경쟁'에서 엘리트주의라는 비판도 기꺼이 감수하겠다고 하면서 실력 혹은 능력이 있는 소수가 세상을 바꾼다고 주장한다. 쉬운 해고와 시장만능주의를 거침없이 주장하기도 한다. 이준석 대표의 이와 같은 주장에 우리사회의 모순이나 불합리에 대한 시대적 고민이 부족해 보인다는 점에 아쉬움이 있다. 그의 능력주의에는 경쟁에서 낙오한 이들이나 기회가 동등하지 않은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고민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그는 출발선이 다르거나 운동장이 기울어진 불평등의 현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게이츠와 프랑스 파리 경제대 교수인 토마 피케티의 호소를 경청했으면 한다. 빌게이츠는 '인류의 가장 위대한 진보는 기술 발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발전을 통해 불평등을 해소하는데 있다'고 강조했다. 피케티는 그의 저서 '21세기 자본'에서 '불평등 자체도 문제지만 정치가 불평등을 만들어내고도 불평등을 해소하지 못하는 무기력함이 문제'라며 불평등에 눈감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 바 있다. 이준석 대표의 주장은 빌게이츠와 피케티의 문제의식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 미국의 연방대법원의 일련의 판례를 통하여 형성되었고 우리 헌법에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적극적 평등실현조치와 우선처우론 조차도 수용하지 않는 단선적 주장을 하고 있다. 그의 주장에 동조하는 이들은 현 정부의 실정에 대한 분노와 여성에 대한 증오가 공통분모로 자리하고 있는 위험성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하버드 대학 출신인 이준석 대표가 자신이 승자가 된 입시에 대해서 '완벽하게 공정한 경쟁이었다'는 말이 공감능력 결여와 성찰 부족으로 느껴지는 이유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하버드 출신인 이탄희의원은 자신은 한 번도 이준석 대표와 같은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면서, 이는 자신이 겸손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주변에 수많은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부모를 잘 만나지 못하거나, 건강하지 않거나, 시행착오를 감당할 여유가 없었던 친구들을 열거하며, 그 친구들이 모두 대한민국의 평범한 시민들이 되었고, 그들과의 일체감이 자신의 본질이고 이들은 누구 하나도 남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준석 대표가 자신이 이룬 결실의 원인을 자신의 능력만이 아닌 사회 속에서도 찾아보기를 권하고 싶다. 그리고 이준석 대표를 비롯한 여야의 젊은 세대 정치인들이 '이준석 현상'을 넘어 세대교체와 시대교체에 성공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이준석 현상'을 통해 표출하는 국민들의 마음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다만 그의 주장이 엘리트주의에 터 잡은 능력주의에 매몰되어 절박한 현실에 대한 회피나 우회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불합리를 극복하려는 시대적 과제를 정면으로 응시하기를 바라고 기대한다. 국민들은 다음 선거만을 생각하는 '정치꾼'이 아닌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정치가'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김정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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