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평] 슬기로운 스마트폰 사용법

@김기태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 이사 입력 2019.12.15. 14:31

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요즈음 수업시간에 스마트폰은 여간 곤란한 존재가 아니다. 적지않은 학생들이 수강 중에도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사용하기 때문이다. 교수의 눈을 피해 살짝살짝 조심스럽게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학생은 그나마 양반이다. 교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나 배려를 해주는 것 같아 고마울 정도이다. 아예 노골적으로 시종 스마트폰을 들고 교수의 시선이나 지적에 상관없이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학생들도 많다. 교수들 중에는 이런 상황에 대해 도저히 참을 수 없어 강의에 집중할 수가 없고 심한 경우에는 스트레스를 넘어 두통과 소화불량을 호소하는 교수도 있다. 수업 내용을 충실하게 준비하기 위한 시간이나 관심 못지않게 수업중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대처 방안에 소비하는 시간이 점점 늘고 있다. 이에 대한 뾰족한 대안은 아직 없다. 수업시간 중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허용 범위를 정하는 문제에서부터 이를 허용하거나 제재하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견해가 공존하기 때문이다.

수업시간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학생들에 대해 교수들이 전혀 관여할 필요가 없다는 무한허용파가 있다. 학생들이 교수의 강의에 집중하고 말고는 그 학생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할 문제이지 교수가 일일이 개입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고 거기에는 스마트폰 이용도 마찬가지라는 주장이다. 다른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쳐 수업분위기를 해칠 우려가 있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으나 그렇다고 해도 스마트폰 이용 자체에 대해 교수들이 개입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요즘 학생들에게는 언제 어디서나 가까이 두고 만지고 사용하는 매우 자연스럽고 익숙한 필수품이기 때문에 이런 물건을 굳이 떼어놓을 필요가 없을 뿐 아니라 그런 시도가 오히려 학생들의 자연스러운 수강 흐름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본다. 스마트폰 이용에 대해 지적하고 때로는 화를 내는 교수들에 비해 학생들은 그렇게 심각한 문제로 여기지 않을 뿐 아니라 때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학생들도 많은게 현실이다.

반면 이런 학습태도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강의시간에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적극개입파가 있다. 강의시간에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행위 자체가 수업 내용에 집중하기 어렵게 만들 뿐 아니라 강의하는 교수들에 대한 예의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적어도 강의실에 들어온 이상 교수의 강의에 집중하는게 옳고 수업중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행위는 그것 자체가 교수를 무시하는 행위이고 불성실한 수업 태도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다. 많은 초중고교에서는 이런 차원에서 아예 등교시에 스마트폰을 일괄 수거한 후 방과후에 되돌려주는 학교가 있는데 바로 이런 경우와 같다. 이런 입장을 가진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강의가 시작되면 스마트폰을 이용해서는 절대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공지하고 이를 지키지 않는 학생에 대한 다양한 대응 방식을 채택, 사용하고 있다. 강력한 반대의사를 천명했지만 결국 학생들의 자율적인 행동에 맡기는 경우에서부터 매우 직접적이고 강력한 제재를 가하는 경우까지 다양하다.

오늘날 스마트폰 사용은 현대인들에게 필요에 따라 선택하는 행위가 아니라 사실상 필수적인 삶의 일부가 된 지 오래이다. 세상과 만나고 세상을 향해 말하는 세상과의 소통을 위한 교류 수단인 동시에 인간의 기본 욕구들인 오락과 교육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만물상자가 곧 스마트폰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잠시라도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하고 불편할 뿐 아니라 우울하거나 슬퍼질 정도로 오늘날 스마트폰은 인간의 감정과 욕구 그리고 관계를 원활하게 만들어주는 교차로이자 애용품이고 친구이며 선생님이다. 초등학생에서부터 중장노년에 이르기까지 모든 연령층을 막론하고 스마트폰이 보급되어 있는 현실을 토대로 스마트폰 이용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대안이 마련되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교실에서의 스마트폰 사용을 자유롭게 허용하든, 아니면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금지하든 오늘날 스마트폰은 우리들의 일상생활에서 필수품화되었다는 전제로부터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문제는 이렇게 우리들의 삶 속에 깊이 들어와 세상과의 소통을 좌우하는 스마트폰을 제대로 사용할 줄 아는 교육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세계 최고의 IT강국임을 자랑하고 스마트폰 보급률이 세계 최고수준에 이른데 비해 스마트폰을 제대로 이용하고 활용할 줄 아는 진짜 필요한 사용법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게 현실이다. 이른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인데 스마트폰 리터러시, 스마트폰 바르게 이용하기 교육이 필요하다. 스마트폰 열풍의 어두운 그림자도 제대로 알고 스마트폰을 오용, 남용, 과용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폐해나 역기능도 미리 배워야 한다. 스마트폰을 통해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어 보내고 자유롭게 댓글도 쓸 수 있는 만큼 그에 대한 책임과 윤리도 가르치는 교육이 절실한 때이다. 학교와 사회 그리고 가정에서 수준과 필요에 맞는 스마트폰 리터러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고 무엇보다 스마트폰 제조사나 유통사가 앞장서서 소비자 교육 차원에서 스마트폰 리터러시 교육에 적극 나서는 성숙한 자세와 실천을 당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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