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 전후 시민참여 없어 '화제성 부족'
유명인 대상으로 한 콘텐츠 지속성 의심
"거리 만드는 것보다 키우는게 더 중요"
전문가들 "수요자 중심 조성 전략 필요"
[스페셜기획ㅣ노광탈 프로젝트⑩·끝 스타콘텐츠 지속성은?]
광주에는 숨겨진 유명(有名)한 거리가 있다. 이름 그대로 유명인(스타)들을 테마화한 거리다. 특색 없는 거리에 유명인들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를 넣어 방문객과 관광객을 끌어모은다는 취지이지만 시민들의 외면을 받으면서 '비판 거리'가 되고 있다.
광주 동구 충장로 일원에 조성한 'K-POP(케이팝스타) 스타의 거리'는 시민적 공론장 없이 맥락 없는 조성으로 비판받는가 하면, 북구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일원의 '야구의 거리'는 조성된 이후 무관심 속에서 방치되고 있다.
전문가는 관광객 유치를 위해 조성하는 거리가 지속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관 주도의 콘텐츠 조성에서 벗어나 민·관이 협업해 공간을 입체적으로 활용하는 한편 인근 주민, 상가 등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뜬금없이 생긴 거리에 시민들, 어리둥절
29일 오후 동구 충장로 충장우체국 옆 골목. 케이팝스타의 거리를 알리는 큰 조형물과 함께 그 뒤로 알록달록한 바닥을 따라 제이홉, 유노윤호, 수지 등 광주 출신 케이팝 스타들을 대상으로 한 셔터벽화, 스타 핸드프린팅, 스타 기념관(더 팬존) 등이 들어서 있다. 광주시가 전세계 케이팝 팬들을 광주로 유치하기 위해 지난해 조성한 거리다.
상권이 위축되고 있는 충장 거리를 살리고 국내관광객뿐만 아니라 해외 케이팝 팬들을 광주로 불러 모으기 위해 야심 차게 조성했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이곳을 지나던 시민 박모(30)씨는"무채색의 거리에 뭔가 생긴 것 같아서 재밌긴 한데 의미는 별로 없어 보인다"며 "관광객을 모으는데 도움이 될까요"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시민 이모(28)씨는 "어느 날 보니 케이팝스타의 거리라고 생겼는데 조금은 뜬금 없다고 생각한다"며 "아이돌이라는 게 수명이 얼마나 될지 모르는데 큰 돈을 들일만큼 핵심 콘텐츠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콘텐츠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광주 출신 스타뿐만 아니라 출신과 상관없이 여러 스타들도 무분별하게 전시했다는 지적이다.
핸드프린팅을 구경하던 수피아여고 재학생 정모(17)씨는 "광주 출신 아이돌이 많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들까지 전시한 것 아니냐"며 "광주가 특별히 케이팝 거리를 조성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광주시는 광주 출신 케이팝스타뿐만 아니라 유명한 다수 스타들의 핸드프린팅을 제작했거나 제작할 예정이다.
◆"또 얼마 있다가 사라질 거리" 지속가능성 의문도
이곳에서 만난 적잖은 시민들은 케이팝스타거리의 지속성을 의심했다. 상당수가 얼마 안가 방치되다가 흉물처럼 남게 되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전남대학생 김소은(25)씨는 "케이팝은 몇 달마다 판도가 완전히 바뀌는 변화가 심한 분야인데 몇 년 후 이 거리가 시대와 동떨어진 모습을 하고 있을까봐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이모(36)씨는 "여기가 충장로 중에서는 가장 눈에 띄지 않는 장소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전부터 ACC가 지하에 만들어져 아쉽다고 생각하던 차에 이번 거리도 접근성이 부족한 것 같아 오래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자체가 조성한 거리에 대한 불신도 있었다. 광주시민 이모(31)씨는 "지자체에서 이것저것 시도한다고 거리를 조성했지만 결국 만들어만 놓고 관리 안한 게 얼마나 많느냐"면서 "아이를 낳는 것보다 육아가 더 중요한 데, 케이팝스타 거리가 광주가 오랜 호흡을 가지고 키울 수 있는 브랜드인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광주시는 꾸준히 콘텐츠를 보강한다는 입장이다. 발광다이오드(LED) 디스플레이 장치를 활용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금남로4가역 공간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5년째 변하지 않은 야구의 거리
광주시가 케이팝스타거리의 지속성을 담보하겠다고 말하지만 시민들은 쉽게 의구심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전례가 많기 때문인데 대표적으로 북구 임동 '광주 야구의 거리'가 있다.
야구 명가 '타이거즈'의 홈구장인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과 옛 무등경기장 일원에 약 1km 길이로 조성된 이 거리는 조성 이후 5년 이상 변화하지 않는 모습으로 남아있다.
지난 29일 오후 찾은 거리에는 '골든글러브' 등을 수상한 야구선수들의 명단이 줄줄이 나열돼 있었다. 하지만 수상목록과 선수 명단 등이 2016년 이후로 추가되지 않으면서 방치되고 있다는 인상을 풍겼다.
야구의 거리를 따라 '스탬프 투어'라고 적힌 우편함이 설치돼 있었지만 내부에 배치된 스탬프는 대부분 분실되거나 고장난 상태였다. 선수 모습으로 조형물을 만들어 둔 '포토존'도 과거의 모습으로 멈춰있었다. 인근 거리를 산책하던 주민 임모(29)씨는 "이미 옛날에 은퇴한 선수들이 주로 있다"며 "종종 거리의 모습을 바꿔주면서 양현종 선수나 이의리 선수처럼 최근 선수들의 모습을 마련해주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모(26)씨는 "거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후에 어떻게 관리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케이팝 스타의 거리나 야구의 거리나, 차라리 연예인과 선수가 팬싸인회라도 여는 공간으로 만들 수 있어야 생명력이 생길 것이다"고 이야기했다.
◆관 주도 벗어나 민간 협력…"상호 콘텐츠 필요"
지자체가 주도하는 거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관 주도의 일방적 콘텐츠 공급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 문화관광업계의 한 관계자는 "요즘 성공하는 거리들을 보면 관이 일방적으로 하기보다는 민·관협업과 기업의 참여,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뒷받침되고 있다"면서 "지자체는 공간을 입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주고, 민간이나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결국 수요자 중심의 조성 전략이 필요하다"며 "다양한 정보뿐만 아니라 체험을 공유할 수 있는 콘텐츠를 통해 방문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명인을 활용한 거리의 경우 자칫 스타가 물의에 휩싸이거나, 혹은 거리 사후관리를 잘못해 스타들 이미지를 퇴색시킬 수도 있어 품격과 명예가 있는 거리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또한 위치를 선정할 때도 대중교통 등으로 접근성이 용이한 것에 설치한 뒤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홍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 광주 공공배달앱, 대형 플랫폼 사이서 살아남으려면? 광주지역 공공배달앱 '위메프오' 광주시가 지역 소상공인의 경영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난 2021년 민관협력 방식으로 공공배달앱 '위메프오'를 선보인 가운데 최근 '땡기요'를 추가 도입해 경쟁에 불을 붙였다.하지만 앞선 '위메프오'가 민간기업보다 저렴한 수수료 등 이점에도 민간 배달 플랫폼 사이에서 눈에 띄는 이용률을 보이지 못한 실정이라 서비스 편의 개선, 인지도 향상 등 근본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29일 광주시에 따르면 지난 2021년 7월 공공배달앱 '위메프오'를 도입한 데 이어 지난 21일부터는 '땡겨요'를 추가해 총 2개 운영사에서 공공배달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소상공인들의 경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공공배달앱을 추가함으로써 플랫폼간 경쟁체계를 만든 것이다.추가된 공공배달앱 '땡겨요'는 신한은행이 지난 2022년 1월 정식 출시해 전국 가맹점 13만여곳과 3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서울시, 서울 각 자치구, 충북도, 세종시 등과도 협약을 맺고 공공배달앱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현재 위메프오와 땡겨요에 등록된 지역 가맹점 수는 각각 9천459개소, 2천96개소다.앞서 광주시와 공공배달앱 운영사들은 위메프오와 땡겨요가 모두 광주상생카드 결제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으며 가맹점 중개수수료가 2%로 민간기업의 최대 7%에 달하는 수수료보다 훨씬 저렴한 것으로 홍보해왔다.또 땡겨요는 가입비 당일정산 서비스, 한눈에 장부관리 서비스, 매장식사 기능 도입 등을 지원하고 위메프오도 첫 구매 할인, 프랜차이즈 할인, 결제금액 1% 페이백을 지원한다.하지만 앱을 이용하는 점주들이나 광주시민들 사이에서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한 실정이다.광주지역 공공배달앱 '땡겨요' 광주 공공배달앱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점주들은 사용 시 시스템상 불편함이 있었거나 주문량이 타 앱보다 극히 적어 기대감이 떨어졌고 이용 고객들도 앱 이용 시 불편, 적은 입점 점포 수 등을 이유로 손이 잘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광주 동구에서 제과점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위메프오를 사용해본 경험이 있지만, 현재는 배달앱으로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만 등록해뒀다. 위메프오를 사용했을 당시 알림소리가 작고 시스템 사용이 불편했으며 무엇보다 타 앱에 비해 주문량이 현저히 적었다고 했다.지역한 한 전통시장 상인회장도 공공배달앱 초기에는 상인들이 이용하려고 했었는데 민간 플랫폼에 비하면 10분의1 수준으로 주문량이 적어 이용률이 많이 줄었다고 설명했다.또 광주 북구에서 분식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는 C씨는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3개 앱을 이용하고 있는데 이번에 추가된 땡겨요는 써볼 의사가 있다"며 "주로 쓰는 플랫폼을 계속 쓸 것이라는 생각에 새로운 시도를 덜 하게 되기도 하고 공공배달앱을 모르는 손님들이 많아서 홍보가 더욱 활발하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이어 "배달의민족은 수수료가 부담되긴하지만 쿠팡이츠도 그렇고 배달기사들이 지정돼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공공배달앱도 무조건 할인 이벤트만 할 게 아니라 서비스 이용 개선이나 홍보,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필요한 시스템이 무엇인지 조사해서 개선해나갈 필요가 있겠다"고 덧붙였다.위메프오에서 배달 음식 주문 경험이 있는 최모(31)씨는 "음식을 주문했는데 배달이 너무 안 와서 가게에 전화하니 사장님이 위메프오에서 주문이 들어온걸 모르고 계시기도 했고 한번은 결제 오류로 문의를 하려는데 상담 진행이 느렸다"며 "문의사항이 비교적 빠르게 해결되고 입점 매장 수도 많은 대형 플랫폼을 주로 사용하게 됐다"고 말했다.이와 관련 광주시는 온·오프라인 홍보 계획이 있으며 개선사항이 접수되면 플랫폼 운영사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배달앱 안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광주시 관계자는 "엘리베이터 홍보 영상 제작하고 있고 버스쉼터 광고 등 예정된 온·프라인 홍보들이 있다"면서 "공공배달앱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으며 지난해 위메프오에서는 이용 고객들을 대상으로 개선사항을 조사했고 시로 불편사항이 접수되면 운영사로 전달하는 등 이용자들의 편의를 위해서도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승희기자 wlog@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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