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름 떨치고 40일 만에 회복한 활기
피해 컷지만 도움받아 다시 장사 가능
구례읍을 관통하는 섬진강 지류에 피어 있는 코스모스는 가을이 왔음을 느끼게 하지만 그 옆으로 비스듬히 누워 누렇게 익어가는 벼들과 뼈대만 남은 비닐하우스는 지난 달에 심각한 수해를 입었다는 것을 상기시켜 줬다.
구례군민들 말대로 '6·25 이후 구례에 가장 큰 피해를 준' 수해 후 40일 만인 18일 다시 개장한 구례읍 5일장. 이곳이 집 1층 높이까지 물이 찼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은 여느 곳과 비슷한 평범한 시골장을 방문한 것으로 착각할 만큼 인파들이 북적였고 시끌벅적했다.
이날 오전 시장 곳곳에서 물건 흥정하는 듯한 말다툼, 곧이어 흥정이 깨진 듯 큰소리도 났고, 이웃 상인들끼리 농담한 듯 큰 웃음소리도 들렸다.
한 시장 상인은 "물이 집을 집어 삼킬 만큼 찬 것은 생전 처음이다. 상가가 물에 잠겼을 때는 바다를 본 것 같았다"며 상가 천장 높이까지 손을 높였다.
이 상인의 점포는 알록달록한 화려한 일바지를 매대 앞에 전시하며 판매하고 있었다. 곧 추워질 것이라는 것을 일러주는 듯 누빔 조끼와 바지가 그 옆에 걸려 있었다.
이 상인은 "물이 빠지고 가게에 나와보니 떠내려간 게 대부분이고, 흙탕물이 잔뜩 묻은 것이 조금 남았더라"며 "가게 벽은 기름도 묻어서 한참 동안 머리가 아팠다"고 회상했다.
수해가 나기 전에 들인 물건과 수해 복구 후 장사를 위해 빚을 내 들인 옷, 가게 내부 수리까지 수천만원이 깨졌다. 그는 "전남도랑 구례군에서 100만~200만원 지원해줘 고맙지만, 큰 도움도 안된다"며 "시장은 물론 집까지 다 잠겨 몸만 빠져나온 상인 들이 많아 매일 옷을 사가기도 한다"고 밝혔다.
5일장 인근의 목욕탕과 주유소, 카센터도 물에 잠기면서 이 곳에 있던 기름들이 흘러나와 시장은 물론 구례읍 전체를 악취로 괴롭혔다.
그릇 가게 주인은 "사기 그릇은 몽땅 깨지고 플라스틱 용기나 후라이팬, 냄비 등은 진흙에 기름기까지 묻어 씻는다고 팔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며 "수해로 잃거나 버린 물건, 다시 들인 물건까지 1억원은 빚진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버지와 함께 철물점을 운영하는 젊은 상인은 "그래도 우리는 나은 편이다. 물로 씻고 기름칠을 다시 하면 팔 수 있는 데다 가게 다락에 올려 놓은 것은 피해를 비껴갔다"며 "물에 잠긴 물건들은 최대한 싸게 팔려고 구분해 놨다"고 밝혔다.
시장 중심가는 어느 정도 복구가 됐지만, 외곽의 오랜 한옥들은 지붕이나 벽이 무너지거나 집 자체가 휩쓸려 터만 남은 곳도 있었다. 이날도 상가 곳곳에서 뼈대만 남은 집과 상가를 허물고 있었다.
상인들은 저마다 "그래도 사람이 다치지 않고 죽지 않아 다행이다. 또 군인들부터 전남과 전국 곳곳에서 오셔서 봉사활동을 해주신 분들이 너무 고맙다"며 "그 분들 덕분에 기운 차리고 장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노란색 잠바를 입은 군청 직원 무리가 5일장을 찾았다. 공무원들은 이날 시장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고 시장 물건도 사주기 위한 이벤트를 위해 찾은 것이다.
시장의 한 백반집 주인 역시 "6대의 냉장고와 부엌 조리기구, 티브이, 테이블을 버리고 생 돈 들여 다시 들일 때는 눈물이 났다"면서도 "그래도 오랜만에 손님이 꽉차서 정신없이 움직이니 기분이 좋다"고 밝혔다. 기자도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을 들렸지만 두 군데나 자리가 없거나 밥이 다 떨어져 되돌아 나와야 했다.
이날 직원들과 함께 5일장을 찾은 김순호 구례군수는 5일장 복구율을 80%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김 군수는 "구례를 덮친 수해는 섬진강댐과 주암댐의 저수율이 95%가 된 후에야 방류해 발생한 인재다"며 "이 때문에 상인들 평균 피해액만 수천만 원이고 물건을 들이는데 또 그만큼 들었다. 시골 분들이 1억~2억의 빚을 지면 다시 일어나지 못할 것이다"고 밝혔다.
김 군수는 "아직 복구 비용도 받지 못해 피해 주민들에게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 수자원공사는 인재인 것을 인정하고 배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선정태기자 wordflow@srb.co.kr·구례=오인석기자 gunguck@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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