년 200억원을 둘러싼 해남-진도 갈등, 골만 깊어진다

입력 2022.01.06. 16:53 선정태 기자
진도-해남 만호해역 어업권 40년 분쟁
대법원 판결로 조업 자격 결정 약속 불구
김 수출량 증가에 황금어장 사수 '눈독'
진도 “해남, 철수한다는 약속 지켜야”
해남 “경계조정 헌재 결정 지켜본 후”
진도군과 해남군 사이의 만호해역을 둘러싼 어민들의 해상 시위 모습.

만호해역을 둘러싸고 40년 넘게 진도군과 해남군 사이의 갈등이 법원 판결로도 마무리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이 지난해 최대 수출량을 자랑하면서 'K-푸드'의 대표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연간 200억원 이상의 수익이 가능한 황금어장을 두 지자체 모두 하루 바삐 소유하려는 모양새에서 갈등은 더 격해질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온다.

◆ 法, 연이어 진도군에 손 들어 줘

광주고등법원 제3민사부는 지난해 10월 27일 해남지역 어민들이 제기한 '만호해역 어업권 분쟁 관련 행사계약 절차 이행 및 어장 인도 소송'에서 항소를 기각했다.

해남군은 1심에 이어 2심에서 패하자 "항소심에서 과거 양 군 어민 간 최초 합의된 사항과 해남군 어업인의 생존권, 민사소송과 권한쟁의 심판의 법적충돌 우려, 사회적 형평 등이 고려되지 않은 것에 대해 아쉬움이 크다"며 "포기하지 않고 어민들의 생존권 보호를 위해 군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 끝까지 총력 대응하기로 했다'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진도 수협과 해남 수협은 대법원 판결을 따르기로 합의했다.

두 지역은 최종 대법원 확정판결 결과에 승복하고, 판결 전까지 해남 어민들이 사용하기로 했다.


◆ 해남군 "갈등 종결 위해 헌재 판단 기다리자"

이처럼 '법의 판단에 따라 결정한다'는 합의가 있어 대법원 판결만 기다리면 될 것 같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

해남군은 대법원 판결과 별개로 분쟁의 영구적인 해결을 위해 헌법재판소의 해상 경계 판단을 기다리자는 것이다.

해남군은 2심 판결 전에 이미 헌법재판소에 해상경계 획정을 위한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권한쟁의 심판은 해상경계 획정시 등거리중간선 원칙에 따라 '유인도 기준 등거리 중간선의 동쪽해역 관할권한은 해남군에 있다'는 취지로 청구됐다.

해남군이 2심에 불복, 지난 달 31일 대법원에 상고했다. 진도군은 3~4개월 안에, 해남군은 올해 안에 대법원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해남군은 헌재의 판단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통상 헌법재판소 청구부터 판결까지 5년 정도가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수 년 동안 지금까지의 마찰은 해소되지 않고 오히려 더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진도군 "약속 지키지 않으면 강제 철거"

진도군은 대법원도 1·2심 판결과 같을 것으로 기대하면서 오는 8월부터는 진도 어민들이 만호해역을 사용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해남군이 철거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전남도와 함께 행정대집행도 고려하고 있다.

진도군 관계자는 "대법원이 빠르면 4월께 판결할 가능성이 있다"며 "7월31일 이전에 해남 수협이 양식장 시설물을 철거하고 진도 수협에 해역을 인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진도와 해남간의 협의에 전남도가 중재를 약속했다. 해남군이 패하고도 승복하지 않을 경우 전남도와 협의해 행정대집행 날짜를 정할 것"이라며 "진도군이 수십년동안 양보했다.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것을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다"강조했다.


◆ 40년의 갈등…해결 난망

만호해역은 해남군과 진도군 사이 1천370㏊의 전국 최대 규모 김 양식장이다. 바다 경계선을 기준으로 진도 쪽에 80%, 해남 쪽에 20% 위치해 있다. 이 해역의 어업 행사권을 놓고 벌어진 양 군 어민들간 갈등은 무려 40년 전인 지난 1980년 초부터 시작됐다.

육지로부터 해남군은 약 3.2㎞, 진도군은 약 8㎞ 떨어져 있는 만호해역은 1982년부터 거리가 가까운 해남군 어민들이 만호해역의 진도 바다로 넘어가 개척해 최초로 김 양식을 하며 높은 소득을 올리자, 진도군 어민들도 뛰어들면서다.

양측은 지난 2011년 법원 조정을 통해 마로해역 김 양식장에 대해 해남군이 2020년까지 양식장 권리를 행사하고 진도군에는 그 대가로 같은 크기인 1천370㏊의 양식장을 신규 개발해 주기로 합의했었다.

10년간의 조건부 합의 기한이 만료되면서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진도군수협이 기간 종료를 앞두고 해남군에 어업행사권 종료 통보를 하고 어장 반환을 요구하고 나자 해남 어민들은 양식을 계속하겠다며 어업권 행사계약 절차 이행소송을 제기해 '2차 분쟁'으로 촉발됐다. 법원의 조정을 위한 변론이 계속되는 과정에서도 양측 어민들은 대규모 규탄대회를 열고 해상에서 충돌하는 등 대립을 이어왔다.

만호해역 양식장에서 생산되는 김은 매년 200억원 상당에 이른다. 지난해 김 수출양은 사상최대인 8천억원에 이르며 올해는 1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선정태기자 wordfl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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