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7주기]"유민이를 기억하려 다시 4월 아픈 바다 찾습니다"

입력 2021.04.11. 19:00 임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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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후 7년, "고통 더 심해져"
유가족 받아준 광주 정착… 귀농도 결심
세월호 恨 아직 그대로… "올해 해결해야"
"바다 보며 내 딸 유민이 계속 기억할 것"
7일 무안군에서 인디언감자(아피오스) 농사를 짓는 김영오씨.

세월호 침몰 사고의 희생자인 김유민양의 아빠 김영오씨는 지난 2017년 거주지였던 안산에서 광주로 내려와 정착했다.

사고 이후 수년이 지났지만 딸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는 안산에서는 슬픔과 고통을 더욱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광주시민들의 따뜻함이 큰 위안이 됐다.

김씨는 최근 무안에 땅을 구입했다. 황무지를 개간해 농사를 짓고 있다. 다시 찾아온 봄, 세월호 7주기를 맞아 세월호 유가족, '유민 아빠'의 일상을 들여다 봤다.

2016년 세월호 침몰 사고의 희생자인 김유민 양과 아버지 김영오 씨의 과거 메신저 대화 내용.

◆무작정 시작한 귀농생활

2017년 무작정 광주로 내려온 유민 아빠는 먹고 살기 위해 일자리를 찾아 나섰지만 나이 든 중년 남성을 받아줄 회사는 없었다.

취업도 안되는 데다가 세월호 유가족을 둘러싼 온갖 의혹과 비난들 때문에 대인기피증까지 겪으면서 급기야 모든 외부 활동을 중단했다.

당연히 사람들을 피하게 됐고 그러다 찾아낸 게 농사였다. 처음 시작한 농사는 서리태, 참깨, 콩이었다. 800평 가량으로 시작했는데 쉽지가 않았다. 인건비는 커녕 투자비용도 건지지 못했다.

땅이 좁다보니 특수작물을 해볼까 싶어 레몬 농사도 알아봤지만 초기 설비 투자 비용만 억 단위라는 사실을 알고 포기했다.

인디언 감자라고 불리는 '아피우스'도 재배했다. 농약을 쓸 수 없고 인력이 많이 필요한 농작물이지만 김씨는 무작정 부딪혔다.

농사를 짓지 않던 땅에 나무와 풀을 베어내고, 도랑을 파고 검은 비닐을 씌웠다. 아피우스를 심고 잡초를 제거하는 등 온 정신을 농사일에만 집중했지만 심었던 아피우스의 절반 이상이 말라버려 또 다시 망치고 말았다.

연이은 실패에도 김씨는 실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어떤 부분이 잘못된 것인지 알기 때문에 올해 농사는 더 잘 지을 수 있다. 하루 삼시세끼만 챙겨먹을 수 있으면 되기 때문에 소득에 대한 큰 부담은 없다"고 말했다.

2016년 세월호 침몰 사고의 희생자인 김유민 양과 아버지 김영오 씨의 과거 메신저 대화 내용.

◆응어리로 남은 세월호

2014년 4월16일, 진도군 병풍도 인근 해상에서 벌어진 참사. 언론과 정치권, 각종 단체들의 행태는 유가족의 마음을 갈갈이 찢어놓았다.

7년이 지난 지금까지 세월호는 아직 유가족들을 일상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있다.

김씨에게 농사는 단순히 돈벌이나 생계 수단이 아니다. 7년 간의 고통에서 해방시켜주는 출구다. 대인기피증, 자식을 잃은 고통으로 우울증까지 겹치면서 인생을 포기하려던 김씨에게 생각을 정리하고 삶을 지탱하게 끔 해주는 역할을 한다.

김씨는 "흙은 만지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내가 땅에 흘린 땀 만큼 거짓 없이 나에게 다가오는 것을 느낄 때, 비로소 심적 안정감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위안을 주는 농사일도 7년의 고통과 응어리를 해결하기엔 아직 역부족이다. 상처가 조금씩 아물어가는 과정일 뿐, 유민이를 잃은 슬픔은 여전히 마음 속 깊이 남아있다.

7일 무안군에서 인디언감자(아피오스) 농사를 짓는 김영오씨.

◆내 딸 유민이를 기억하는 법

김씨는 오는 4월16일 세월호 현장을 방문할 예정이다. 7년만에 낸 용기다. 유민이와 함께 살아가기 위한 발걸음을 시작한 것이다.

최근에는 무안군 해제면 인근 바다가 보이는 농지를 매입했다. 바다가 보이는 곳에 집을 지을 생각이다.

4월만 되면 알 수 없는 무기력감과 우울감에 바다는 커녕 외부 출입도 자제했던 김씨지만, 이제는 바다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김씨는 "집을 지으면 4월에 피는 꽃들을 한아름 모아 마당에 심을 예정이다"며 "꽃 피는 계절에 맞춰 딸을 기억하고, 딸이 아름다운 꽃들을 감상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씨는 취재 도중 유민이와 마지막으로 만났던 2014년 1월의 명절을 떠올렸다.

"그 흔한 사춘기 한 번 없이 아빠를 사랑해주던 예쁜 아이였다. 명절 분위기에 술냄새 풀풀 나던 아빠 곁에서 자겠다고 팔베개를 하던 딸이었다"며 눈물을 글썽이던 그는 "이제는 슬퍼하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방식으로 사랑하는 딸 유민이를 기억하고 싶다"고 말했다.

임장현기자 locco@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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