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례 계기로 '권익 보호' 위한 정책 추진
장재성 시의원 "사회적으로 더욱 관심을"
지난해 말 32년만에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통과하면서 지방자치2.0 시대를 연 올해 무등일보는 한층 강화된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연재기사를 통해 지역의 좋은 조례를 조명하고자 합니다. 정치인에게는 더 나은 조례를 만들도록 격려를, 시민들에게는 지역의 조례를 잘 알고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주>
지난해 5월4일 8년간 택배 노동자로 일한 정상원씨가 집에서 잠을 자던 도중 의식불명으로 숨을 거뒀다. 고된 노동을 잠시 멈추고 가족들과 제주로 떠나기로 한 하루 전날이었다. 사인은 과로. 매일 400여개의 택배를 배달하면서 일주일 평균 72시간이라는 중노동의 결과였다.
누구든 원하는 물건을 하루 만에 집 앞까지 배송받을 수 있는 편리함 뒤에는 톱니바퀴처럼 쉴 새 없이 도는 택배노동이 있었다. 택배노동자는 특수고용직으로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않아 장시간 노동에도 제재받지 않았다. 그동안 정부는 이같은 택배노동 환경에 대해 정확한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음 또한 드러났다. 그러는 사이 코로나19로 택배 업무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지난해에만 16명의 택배노동자가 과로사로 집에 가지 못했다는 조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광주시의회가 가장 발 빠르게 택배노동자 보호에 나섰다. 장재성 광주시의원 대표발의로 '광주시 택배노동자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택배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관련 노동자의 권익 증진·보호를 담은 전국 최초의 조례다.
한 직종의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례는 이례적으로 택배노동이 이 사회의 필수노동이라는 것을 폭넓게 인정받은 것이다. 특히 택배뿐만 아니라 이동노동자 등 폭증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제도권 내에서 보호하려는 시도가 발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관심을 받았다.
이 조례는 택배노동자를 생활물류서비스 배송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규정했다. 생활물류서비스란 소비자 요청에 따라 화물의 집화와 포장, 보관, 분류 등의 과정을 배송하거나 직접 배송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우선 광주시가 실태조사 등을 통해 택배노동자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을 위해 지원계획을 5년마다 수립·시행하도록 했다. 또 생활물류서비스 편의성을 높이고 택배노동자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여건 조성과 시책을 추진토록 했는데 대표적인 게 무인택배함 보급이다.
조례는 광주시와 소속 직속기관, 사업소, 그 밖에 시민 편의 장소 등에 무인택배함을 설치·운영하도록 했다. 또 택배노동자 안전·보건을 위한 여러 시설의 설치·개선을 지원하도록 했고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제도와 정책 개발도 규정했다. 이외에도 택배노동자의 권익 증진을 위한 교육·홍보 등의 사업을 실시할 수 있는 조항도 포함했다.
특히 택배노동자 지원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고용노동부를 비롯해 광주지방고용노동청, 광주시 관할 자치구, 광주시 지방공기업 및 출자·출연기관 등과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했다.
장 의원은 "시민들 사이에서 택배노동자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기 때문에 제정까지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었다"면서 "조례 제정 과정에서 간담회 등을 하면서 이들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고민을 할 수 있었고 시청이나 각 기관, 단체에서도 더욱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이어 "택배노동자와 광주시와 지속적으로 협의를 통해 권리 보호를 위한 정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국회 본회의에서 택배노동자 등 필수노동자를 과중하고 불공정한 업무로부터 보호하는 '필수업무 지정 및 종사자 보호·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삼섭기자 seobi@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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