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 이 조례

[참 좋은 이 조례⑤] 광주시 여성청소년 생리용품 지원 조례

입력 2021.04.26. 18:50 이삼섭 기자
장연주 광주시의원 대표발의
'깔창 생리대' 촉발 전국민 충격
'가난 증명' 보편적 지원 필요성
예산 난색에도 과감히 추진·선도
'모든 지자체 지원' 개정안 통과

지난해 말 32년만에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통과하면서 지방자치2.0 시대를 연 올해 무등일보는 한층 강화된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연재기사를 통해 지역의 좋은 조례를 조명하고자 합니다. 정치인에게는 더 나은 조례를 만들도록 격려를, 시민들에게는 지역의 조례를 잘 알고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주>

지난 2016년 어린 여성 청소년들이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 신발 깔창으로 생리대를 대신한다는 게 알려지면서 온 국민이 충격을 받았다.

정부가 서둘러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에 생리용품을 무상공급하는 정책을 실시했지만 동시에 여성이라면 한 달에 한 번 찾아오는 자연·보편적 현상에 '빈곤'에 따른 구분이 있어선 안 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무상급식 때와 마찬가지로 '보편적 필요'에 '보편적 지원'이 합당하다는 것.

사회취약계층에게만 선별 지원하는 방식은 예민한 청소년 시기에 가난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평생 안고 갈 상처를 입게 될 수 있다는 주장 또한 힘을 받았다.

그러나 정부는 예산 문제로 보편 도입을 망설였고 그러는 사이 지자체가 먼저 움직였다. 광주시의회는 어떤 지자체보다 논의를 서둘렀다. 그 결과 지난해 7월 전국광역자치단체에서는 서울에 이어 두번째로 '여성청소년 생리용품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26일 광주시의회와 조례에 따르면 생리용품은 구입비를 직접 지원하거나 생리용품을 구입할 수 있는 이용권을 교부하는 방식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만 11세 이상 만 18세 이하의 저소득층 여성에게만 지급했던 생리용품이 소득에 상관없이 전 여성에게 확대된 것이다. 조속한 시행을 위해 광주시의회는 올해 2월 '광주시교육청 여학생 생리용품 지원 조례안'을 제정했다. 그러면서 올해 예산에 생리용품 바우처 시스템 구축비용 5억원 가량도 반영했다.

그러나 한 해 70억원 가량 드는 예산은 걸림돌이었다. 정부도 예산을 우려해 보편 지원을 망설이는데 재정자립도가 떨어지는 광주시가 선뜻 먼저 도입하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닌 게 분명했다. 올해 기준 지원 생리용품 지원 대상은 6만906명이며 1인당 13만원씩 매년 약 70억 가량 들어갈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장연주 광주시의원이 대표발의해 모든 의원이 공동발의에 참여하고도 막상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하면서 진통을 겪었던 이유다. 당시 장 의원은 "예산이 부담이라면 당장 모든 여성청소년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있다"고 주장했고 결국 본회의에서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그에 따라 광주시도 올 예산에 일부 반영해 지원할 예정이다.

장 의원은 "단계적 지원에 따라 올해는 당장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광주시와 교육청이 7대 3 비율로 지원 비용을 부담하는 안으로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시에 이어 광주시가 조례를 제정하자 다른 광역단체와 시·군·구에서도 따라서 조례 제정에 나서면서 전국 상당수 지자체에 여성청소년 생리용품을 보편지원하는 근거가 마련됐다.

그러면서 정부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부분 지자체가 재정 상황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은 반드시 필요했다. 장 의원을 비롯해 광주시의회도 수차례 정부에 지원을 건의했다.

그 결과 지난해 우리나라의 경우 신청하는 모든 여성청소년에게 생리용품을 지원하도록 하는 '청소년복지지원법' 개정안이 지난 3월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풀뿌리의회에서 먼저 앞장서자 국회가 따라간 것이다.

장 의원은 "여성의 생리는 여성이라면 모두 거칠 수밖에 없고 인간의 기본권 관점에서 국가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보편복지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조례와 개정안이)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삼섭기자 seobi@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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