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경영 불안정…농촌융복합산업 '활성화'
1~3차산업 연계 통해 부가가치·소득 창출
인력난·인건비 상승으로 어려움 잇따라
단계별 교육프로그램·다양한 지원 필요해
'인구 유출', '고령화', '소득 양극화'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농촌의 위기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농촌융복합산업'이 새로운 활로로 부상하고 있다. 기존과 같은 단순 농산물 생산만으로는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지자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농촌융복합산업'에 뛰어들고 있는 농업인들이 늘고 있다.
'농촌융복합산업'은 농산물만을 재배해 소득을 얻던 과거와는 달리 이를 가공하거나 식품으로 제조해 판매하는 것은 물론 관련 체험·관광 프로그램까지 진행하며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 나가는 산업이다.
그러나 농촌 위기 극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농촌융복합산업 인증경영체는 해마다 늘고 있지만 생산, 제조, 서비스로 이어지는 융복합산업 기반 조성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데다 인건비 상승과 인력난 등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경영체들 역시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농촌융복합산업'에 뛰어든 경영체들이 경쟁력과 자생력을 갖춰 기속가능한 성장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지원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단계별 교육 프로그램과 시작 단계에서부터 필요한 연구기자재 지원, 판로 지원 등의 도움도 절실하다.
"가뜩이나 농자재부터 인건비까지 안 오른 게 없는데…농산물을 재배해 번 소득으로는 생활하기가 힘든 게 현실이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자 재배한 농산물을 가공하거나 유통하고, 체험 관광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1~3차 산업을 연계 운영하는 농가들이 늘고 있다지만 꾸준한 운영도 쉽지 않을 뿐더러 기반시설과 기술력 부족으로 시작조차 하지 못한 농가들도 많습니다."
전남 담양군에서 친환경농법으로 쌈 채소는 물론 방울토마토, 케일 등 다양한 농산물을 재배해 유통·판매하고 자체 전통체험관에서 체험·관광 프로그램까지 운영하는 김상식(58) 두리농원 대표. 그가 운영하는 두리농원이 속한 두리영농조합법인은 전남의 대표적인 농촌융복합산업 인증경영체로 손꼽힌다.
김 대표의 하루는 그의 정성 어린 손길로 무럭무럭 자란 유기농 채소를 관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아이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건강한 농산물을 생산해야 한다는 그의 철학에 따라 화학비료와 농약 없이 농사를 짓다 보니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일반 농사보다 배가 넘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는 유기농 채소를 재배하는 일이 그 어떤 일보다 즐겁고 행복하고 보람 있다며 웃음 지어 보였다.
그는 유기농 채소를 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여러 업체와 계약재배를 맺는 등 안정적인 생산 시스템을 기반으로 유통도 도맡아 하고 있다.
더불어 자체 전통체험관에서 천연재료를 사용해 스카프, 손수건 등 원단을 염색하는 체험인 '천연 염색 체험'과 실제로 재배하고 있는 농산물을 활용한 '유기농 쌈 채소·오색 방울토마토 수확 체험', '유기농 모둠 장아찌 체험' 등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두리농원이 운영하는 또 하나의 관광 콘텐츠인 드넓은 마당에 펼쳐진 아름다운 전통한옥 펜션은 도시에서 찾아오는 사람들로 주말이면 빈방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마당에 있는 큰 연못과 소나무 등 자연은 한옥 정취를 제대로 느끼도록 역할을 톡톡히 한다.
김 대표는 "농자재와 인건비는 계속해서 오르는데 소득은 답보 상태를 보이면서 농산물 재배와 함께 이를 활용한 농촌 체험 행사를 진행해 소득을 창출하는 농가들이 늘고 있다"며 "하지만 영세 농가의 경우 1~3차 산업을 연계해 운영하기에는 기반 시설과 기술력, 자본 등이 부족해 농촌융복합산업에 뛰어드는 것조차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자체별로 농촌융복합산업 인증경영체가 몇 곳인지 앞다퉈 강조하지만 사실상 중요한 건 인증을 받은 경영체가 계속해서 제대로 운영하고 있는지다"라며 "인증을 받은 경영체를 둘러보면서 제대로 운영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지원을 해 이와 같은 경영체들이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 농촌의 미래로 각광받는 '농촌융복합산업'
농산물 시장이 본격화되고 농촌 사회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농업 경영의 불안정과 농가 소득 양극화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악재까지 겹치면서 경영에 경고등이 켜진 농가들은 허리띠를 졸라 매며 활로를 모색 중이다.
이처럼 농촌 사회에 위기가 도래하는 상황에서 농가들 사이에서 새로운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바로 농산물만을 재배해 소득을 얻던 과거와 달리 이를 가공하거나 식품으로 제조해서 판매하는 것은 물론 관련 체험·관광 프로그램까지 진행하며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 나가고 있다. 즉 1차 산업부터 2차 산업, 3차 산업을 연계해 농촌의 새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더 이상 단순생산만으로는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농민들 스스로 변화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아울러 농가들의 인식 변화는 정부가 추진하는 '농촌융복합산업'육성 정책과도 맥을 같이 한다.
농가들도 이미 새로운 미래로 받아들이고 있는 융복합산업을 통해 농촌 지역 일자리 창출은 물론 젊은이의 농업·농촌 유입을 유도하는 등 농업·농촌의 선순환 생태계를 견인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를 목표로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촌의 활력을 제고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고자 농촌융복합산업 인증제도를 시행, 관련 경영체 육성을 추진하고 있으며 각 지자체는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기 위해 관련한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농업경영체 평균 매출 '17억'…자생력 위한 지원 필요
지난 2019년 기준 농촌융복합산업 인증을 받은 전남 지역 농업 경영체는 총 265개소로 경영체별 연평균 매출액은 17억원이다. 1억~5억원의 연매출을 보인 농업 경영체가 36.2%로 가장 많았으며 뒤이어 1억원 미만 20.4%, 10억~50억원 20.0%, 5억~10억 15.5%, 50억~100억 5.7%, 100억원 이상 2.3% 등 순이었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농산물 농가가 25.1%, 차·음료 농가가 21.9%, 건강식품 농가가 9.7% 등을 차지했다.
이후 2년여가 지난 올해 7월 전남 지역 농촌융복합산업 인증경영체는 총 336개소로 전국 2천20개소의 16.6%에 달하며 2019년 대비 27.69%p 급증했다. 이처럼 많아진 농가 수치로 말미암아 농촌융복합산업에 대한 농가들의 관심이 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계속해서 농사를 짓는 농가들이 감소하는 시점에서 농촌융복합산업 인증경영체가 늘어나는 것을 두고 농촌의 떠오르는 미래 산업이라고 해석할 수 있지만 사실상 해당 경영체 중 인건비 상승과 인력난 등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곳도 많다.
생산, 제조, 서비스로 이어지는 융복합산업의 기반을 갖추기 위해 상당한 비용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지역 경영체 20% 가량의 매출이 1억원 이하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은 새로운 도전이 그리 녹록치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자체 역시 양적 성장에만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경영체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산업생태계를 마련하고 경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꾸준한 지원을 해나가야 한다.
또한 농촌융복합산업에 첫발을 내디딘 경영체들이 경쟁력과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단계별 교육프로그램은 물론 시작단계에 필요한 연구기자재 지원과 시장 확대 시 중요한 토대가 되는 지역 시장 판매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의 도움도 필요하다.
김용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농민 수 감소와 고령화, 도농간 소득 격차 심화 등 농촌 사회의 부정적인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선 농촌융복합산업을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역 농촌융복합산업 경영체들이 지속해서 발전하기 위해서는 각 지자체를 중심으로 다양한 지원이 이뤄져야 하며 농촌융복합산업 정책 추진 역량도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예지기자 foresight@mdilbo.com
"양적 성장보다 경쟁력 갖춘 경영체 육성을"
[김용렬 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인터뷰]
농촌융복합은 침체된 농촌경제 활성화
인력난·인건비 상승에 경영체들 힘들어
지자체 다양한 서비스 제공 등 지원해야
"농민 수 감소와 고령화, 도농 소득 격차 심화 등 농촌의 부정적인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농촌융복합산업화를 추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농촌융복합산업 경영체의 양적 성장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경쟁력과 자생력을 갖춘 경영체를 육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용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산업혁신연구부 선임연구위원은 농촌 사회가 직면한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농촌융복합산업화를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를 통해 창출된 부가가치와 소득 등이 침체된 농촌경제를 활성화하고 농촌공동체를 유지하는 데 기틀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코로나19 등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지만 농가에서 1차 산업, 2차 산업, 3차 산업의 융복합화를 추구하는 경향이 자리 잡아 가고 있다"며 "귀농·귀촌인 증가, 청년 농업인들의 농촌 유입 등으로 인해 농업 생산을 가공, 유통, 음식, 문화, 관광 등과 연계하고자 하는 시도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농촌융복합산업에 뛰어드는 농가들이 늘고 있지만 인건비 상승과 코로나19로 인한 인력난 등으로 인해 영세한 지역 경영체들의 경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지역 농촌융복합산업 경영체들이 지속해서 발전하기 위해서는 전남농촌융복합산업지원센터를 중심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며 "지방분권 기조에 대응한 지자체의 농촌융복합산업 정책 추진 역량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정책 추진 체계 측면에서는 선택과 집중 그리고 변화에 민감해야 함을 지적했다.
그는 "경영체의 수를 늘리는 것에 집중하기보다는 경쟁력과 자생력을 갖춘 우수한 경영체를 육성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변화하는 정책 환경을 반영해 기존 농촌융복합산업 육성 정책의 추진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출현할 수 있는 산업생태계를 갖추도록 하는 정책도 개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경영체들은 계속해서 변화하는 시장과 소비자의 선호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좋은 원료로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소비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외면될 수밖에 없다"며 "시장 변화에 대한 정보에 민감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지원센터 등에 정보 제공 서비스 강화를 요구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지역 내 관련자들과의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내는 방안들을 고민해야 한다"며 "이러한 시도가 경영체의 고유성을 담보해주고 지속가능성을 증가시켜 줄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예지기자 foresigh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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