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강진, 여수, 순천, 광주 나흘 일정
생일 축하받자 "전날 부친 제사도 깜빡"
"윤석열은 무식·무능·무당 3無 죄악"
'구름 인파' 몰려 예정된 행사 취소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4박5일동안 광주·전남 대장정 대부분을 전남에 할애하면서 전남 표심 잡기에 사활을 걸었다. 매일 지역시장을 방문해 바닥민심을 훑는가 하면 김대중 전 대통령 정치적 고향인 목포 등 전남 곳곳을 누볐다.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일환으로 지난 25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광주·전남지역을 순회 중인 이 후보는 둘째날인 지난 26일 전남 첫 방문지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목포를 찾았다.
◆DJ 고향 목포유세 인산인해
이 후보는 이날 오전 목포 동부시장에서 시민들과 만나 "이 나라의 민주주의와 개혁은 호남에 빚을 지고 있다"며 "호남이 이 나라 민주주의와 인권과 평화의 뿌리"라고 역설했다.
이 후보는 5·18민주화운동을 언급하며 "(뉴스에서) 자막과 아나운서의 멘트로 '폭도들이 경찰을 습격해 총을 빼앗아갔다, 사람들을 살상하고 군을 향해 총질하고 있다'고 해 제가 진짜인 줄 알았다"고 당시 왜곡 보도를 지적했다. 이어 "그래서 저 같은 사람들은 '아, 나쁜 사람이구나, 혼내야 한다'고 (생각해) 막 말하고 다녔다"며 "그런데 대학에 가니까 완전히 반대더라. (군부가) 국민이 준 총칼로 국민 가슴팍에 총알을 박아넣었다. 제가 2년간 잘못된 정보에 속아서 2차 가해에 가담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수백명의 희생자와 수천명의 억울한 부상자, 희생자들 덕에 이 나라 민주주의가 정착됐고 그 속에 자유를 누리면서 살았다"며 "그들의 희생 덕에 저는 자유를 누리고, 기회를 누리고 나름 성공했다. 제가 빚을 졌다. 이제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것으로 그 빚을 갚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목포 동부시장은 이 후보가 온다는 소식에 사람들이 운집하면서 인산인해를 이뤘다. 지지자들은 '나는 이재명이다' '이재명과 함께 합니다' 등의 손팻말을 들고 이재명을 연호했다. 동부시장의 좁은 통로는 이 후보를 보기 위해 몰려든 시민들로 움직일 틈이 없었다. 이 후보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사진 촬영 요청과 사인 요청이 쇄도해 입구에서 70m 이동하는 데만 1시간이 넘게 걸렸다. 이 후보는 목포 방문 이후 신안군 압해읍 전남 응급의료 전용헬기 계류장을 찾아 '섬마을 구호천사 닥터헬기와 함께 하는 국민 반상회'를 가졌다.
◆정남진 장흥 토요시장서 생일 축하
27일에는 장흥에 이어 전남 인구 절반이 사는 여수, 순천, 광양 등 동부권 3개 시를 차례로 돌며 광폭 행보를 이었다.
먼저 이날 정남진 장흥 토요시장을 찾아 지지자들에게 생일 축하를 받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향해 '3무 후보'라고 비난했다. 음력 10월23일 생일로 알려진 이 후보는 축하를 받은 뒤 지지자들에게 "생일 전날 아버님이 돌아가셨다. 생일 전날이 아버님 제삿날"이라고 말했다. 순간 숙연해진 지지자들 속에서 이 후보는 "제가 여기까지 내려와서 정신이 없다보니까 원래 형님이 제사를 지내셔서 가봐야 하는데 제가 깜빡해버렸다"며 "깜박해버려서 어제 아버님 제사는 결국 못갔다"고 했다. 이에 한 지지자는 "하늘에서 이해하실 것"이라고 위로했다.
또 이날 이 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겨냥해 "무식·무능·무당 3무(無)는 죄악"이라며 비난했다. "국정이라고 하는 것이 몇 달 벼락치기 공부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며 윤 후보의 무지를 주장했고 "무능한 것은 개인에게는 용서가 되지만 국가 책임자가 무능한 것은 범죄"라며 무능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윤 후보의 왕(王)자 논란을 겨냥한 듯 "무당 안 된다. 우리의 생명과 안전과 미래 등 모든 것을 걸고 국민들이 합의한 규칙에 따라서 이 나라의 많은 전문가들이 합리적 기준에 의해 선택한 가장 좋은 길을 골라내도 부족한 판에 엽전을 던져서 결정하면 되겠냐"고 주장했다. 반면 자신은 실력·실천·실적을 갖춘 3실(實) 후보라고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광양·순천·여수 동부권 소통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여수광양항만공사에서 열린 광양항 관계자들과의 항만 활성화 간담회에서 "중요한 것은 국토균형발전이고 지역에서도 성장발전을 위해 독자적으로 가야한다"며 "국가 재정 투자를 생각하면 사람이 많은 곳에 집중 투자를 해야 하지만 이제는 균형발전이 국가 생존이기 때문에 지방에 대한 고려, 분권에 대한 고려가 더 많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수광양항은 국가산단화, 항만 스마트화 해상 산업의 적격지며 특화된 항만의 특성을 살려서 세계적인 경쟁력이 갖출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며 "수도권에 집중된 불균형 산단 전략은 이제 한계를 맞고 있어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후보는 순천 도심을 찾아 호남 표심을 다졌다. 특히 이 자리에는 배우자인 김혜경 여사가 등장하면서 지지자들의 환호성이 더욱 커지기도 했다. 그러면서 몰려든 수백명의 지지 인파로 인해 이재명 후보 일행은 230m 정도 되는 거리를 걷는데 30분 이상이 걸리기도 했다.
이 후보는 해가 저문 오후 7시 30분께는 여수 대표 관광지인 낭만포차 거리 광장을 찾아 지역 젊은이들과 소통에 나섰다. 다만 너무 많이 몰린 인파로 예정된 연설 계획은 취소됐다. 대신 이 후보는 하멜전시관 앞에 운집된 시민들에게 "(아내와) 손잡고 여수 밤바다를 걸어보려고 했는데 힘들 것 같다"며 "아름다운 여수 밤바다처럼 이 순간만이라도 아름답게 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28일 광주로 이동한 이 후보는 오전 남구 양림동의 한 교회에서 예배를 드린 뒤 광주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했다. 곧바로 나주로 이동해 빛가람혁신도시 주민들과 타운홀미팅과 지역 거리를 걸으며 시민들과 소통했다. 마지막 일정인 29일에는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전국민 선대위 회의, 지역 대학생들과 대화의 시간을 갖은 뒤 영광으로 이동한다. 당 경선 경쟁자였던 이낙연 전 대표의 고향인 영광에서 4박5일 대장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박지경기자 jkpark@mdilbo.com·이삼섭기자
- 이낙연 "새미래, 총선 패배 책임으로 비대위 꾸려···이석현 위원장 지명" 이낙연 대표가 새로운미래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해단식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뉴시스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가 17일 4·10 총선 패배 책임을 지기 위해 지도부를 비롯한 모든 당직자가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대신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이 비상대책위원장 으로 지명됐다.이 공동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4.10 총선거에서 국민의 신임을 얻지 못하고 참패했다"며 "지금 새로운미래는 안팎으로 엄혹한 현실에 직면했다"고 밝혔다.이어 "총선패배의 책임을 지면서 당의 새로운 운영방식을 찾기 위해 지도부를 비롯한 모든 당직자가 사퇴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당 운영을 맡기기로 했다"고 적었다.이 공동대표는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을 비대위원장 으로 지명, 이날 책임위원회의를 통해 제안이 수용됐다는 사실도 전했다. 이에 이 전 부의장의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설명했다.이 공동대표는 "지도부를 포함한 여러 지도자, 관계자들과 만나 당의 현실과 미래를 상의했다"며 "그 결과 당직자 총사퇴와 비대위 체제 전환에 의견을 모으고, 비대위원장은 제가 지명하도록 위임 받았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이 전 부의장은 6선 국회의원 으로서 풍부한 현실정치 경험과 지혜를 갖추셨고, 새로운미래 창당준비위원장 으로도 수고하신 분"이라고 전했다.새로운미래는 이번 총선에서 김종민 의원의 세종갑 지역구 의석만 확보한 채 비례대표 의석은 확보하지 못했다. 비례대표 투표에서 1.7% 득표율 이라는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서울=강병운기자 bwjj238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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