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조도 맹골도와 거차도 사이
거칠게 미는 조류는 울돌목 버금
2014년 4월16일 '슬픔의 바다'
무심하게 아름다운 섬과 절벽들
서거차도는 진도의 팽목항에서 남서쪽으로 15.2㎞ 떨어진 섬이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했던 '슬픔의 바다'를 품고 있는 섬이다. 사고가 발생한 해역은 맹골수도가 위치한 곳으로, 전라남도 진도군 조도면 맹골도와 거차도(동거차도(東巨次島), 서거차도(西巨次島)) 사이이다. 이 곳은 이순신 장군이 명량대첩을 승리로 이끈 울돌목 다음으로 조류가 세기로 유명하다. 최대 6노트로 알려져 있다.
서거차도를 가는 교통편은 꽤 좋은 편이다. 서거차도는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출발한 섬사랑 10호, 13호의 마지막 종착점이다. 오가는 항로는 국내 최다 기항지답게 운항시간이 무려 8시간 30분 이상 걸린다. 항해 시간은 국내 세번째로 긴 항로다. 목포에서 30개의 기항지를 모두 거친 경우는 드물지만, 기항지의 여러 곳을 경유한다. 짝수날 팽목에서 슬도-독거도-탄항도-혈도-청등도-각흘도-죽항도를 거치는 섬사랑 9호. 조도의 창유항에서 출발해 소마도 모도 사이의 첩경 항로로 접어들면 1시간 30분이면 서거차도에 도착한다.
팽목에서 출발한 한림훼리 11호는 팽목항-조도 창유항-라배도-관사도-소마도-모도-대마도-관매도-동거차도-서거차도를 건너면 약 3시간이 걸린다. 완행버스급이다. 짝수날, 진도 팽목항에서 조도 창유항으로 거치는 섬마을 8호는 직행버스급이다. 대마도와 모도 사이를 거치면 1시간 20분 정도면 서거차도에 도착한다. 서거차도까지는 진도 팽목에서 홀수날은 1일 2회, 짝수날은 1일 3회 운항하는 교통 좋은 곳이다.
동거차도의 면적은 3.23㎢이고, 해안선 길이는 12.0㎞이다. 서거차도는 동거차도의 북쪽으로 0.7㎞ 떨어졌으며, 면적 2.29㎢, 해안선 길이 11.0㎞이다. 동거차도가 약간 크다. 동거차도는 서거차도와 함께 거차군도를 형성하며, 부속섬으로 망도, 북섬, 상송도, 하송도 등이 있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조도지구에 속한다.
백제시대에 제주를 내왕하는 선박들이 거쳐 가는 곳이라 하여 '거차(巨次)'라고 부르게 되었다. 서거차도는 어족자원이 풍부한 병풍도 해역과 가깝고, 특히 바람이 거세게 부는 겨울에는 피항하기 좋아서 많은 어선들이 지금도 서거차항을 드나들고 있다. 물양장은 상당히 넓은 편이다. 원래 이곳은 몽돌밭이었으나 항만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없어져 버렸다. 3종 어항인 이곳의 항만시설은 IBRD 차관으로 지난 1979년 12월에 착공, 1984년에 준공했다. 훼리호가 서거차도의 항쪽으로 접어들면 양쪽으로 길게 늘어선 방파제의 끝에 위치한 하얀등대와 빨간등대가 여행객들을 맞이한다. 상마산으로 둘러쌓인 서거차항은 넓은 항구로 한적하고 쾌적하다. 서거차항에 내리면 항구의 대합실 옆으로 키큰 풍력발전소 2기가 보인다. 마을 표지석에서 항구를 지나면 오른쪽으로 보건소, 출장소, 해양경찰 조도면사무소 거차출장소가 있다. 아랫마을에는 1970년대에 파시 흔적들인 술집, 식당, 다방 등이 지금도 남아있다. 아랫마을의 북쪽 작은길을 따라 20여분 가면 오른쪽으로 수천평의 습지가 있다. 서거차도는 한때 200마지기 논과 밭이 많아 꽤 많은 농사를 지었던 섬이었다고 한다. 농사를 지었던 서거차도의 제작골짜기는 큰제작골과 작은 제작골로 나뉘는데, 두곳은 좁은 협곡(valley)으로 이루어졌다. 제작골의 삼거리에서 협곡의 오른쪽으로 나있는 잔도(棧道, 외진 산악 지대를 통과하는 길)를 따라 지나가면 좌우의 해식절벽은 마치 비단을 둘러친 듯 비경이다.
잔도 끝의 넓은 자연전망대에 이르면 멀리 신안군 우이도, 조도의 외병도, 눌옥도, 갈목도, 상조도, 관사도, 소마도가 보인다. 다시 잔도를 걸어나와 삼거리에 이르러서 오른쪽으로 접어들면, 큰제작골 습지. 바람결에 나부끼는 억새숲이 목가적인 풍경이다.
임도를 따라 10여분쯤 걷다보면 바로 앞으로 좁은 계곡사이에 흔들바위다. 상마산 산신할머니가 가지고 놀았다는 꽁돌바위다. 좁은 계곡에 이르르면 수많은 억겁동안 파도의 침식작용에 의해서 생성된 좁은 골짜기와 바위에 생성된 작은 골속으로 파도가 일렁인다. 큰제작골 협곡 주변은 서거차초등학교의 학생들이 단골로 소풍을 다녔던 곳이라고 한다. 우기 때는 제작골의 슬랩바위의 골에서 흘러내린 물은 폭포를 이룬다. 꽁돌바위에 오르면 맑은 날에 흑산군도의 교맥도와 흑산도가 보인다.
다시 제작골 삼거리로 돌아와 아랫마을로 접어들면 작은 슈퍼마켓 수준의 동네 가게가 보인다. 서거차도에는 두개의 슈퍼마켓이 있다고 한다. '없는 것 없이 다 있다'는 슈퍼마켓이다. 상비약도 준비되어 있다.
다시, 서거차도 윗마을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내연발전소, 윗마을, 조도초등학교 거차분교다. 거차분교는 선생님 네분에, 학생들이 9명이다. 윗마을 쪽으로 약 20여분쯤 걸으면 서거차도의 상수도수원지인 서거차도 저수지가 있다. 해안 포장도로는 서쪽으로 계속 이어진다. 한적한 해안길로 접어든다. 아늑한 서거차항이 보인다. 걷다보면 서쪽 너머로 맹골도가 살짝 얼굴을 내비친다. 왼쪽으로 병풍도가 실루엣처럼 나타난다. 한적한 해안도로를 따라 20여분 걸으면 모래미 마을이다. 모래미마을의 백사장은 여름에는 해수욕장으로 변한다. 모래미 마을은 일본어선단의 평화선 침범이 잦아지고 대남간첩선의 출몰이 잦아지던 1969년 서거차도 모래미 일대에 해군기지를 설치했다. 해군 고속정과 군인으로 약 60명가량이 배치됐다고 한다. 1992년에 철수했다.
마을 입구에 해당되는 곳에 조그마한 방파제가 있다. 정자에서 오른쪽으로 10여분쯤 천천히 걸으면 서거차교회가 나타난다. 인심 좋은 목사님이 커피도 대접한다. 교회에서 왼쪽으로 포장 임도를 따라 잠시 오르면, 포장되지 않은 임도가 나타난다. 좁은 등산로를 따라 40여분쯤 힘겹게 오르자 상마봉 정상이다. 국가시설물, 무인 진도 VTS레이더 기지로, 이곳에서는 맹골군도 해상을 지나는 모든 항해 선박들을 감시한다. 정상에서 철조망을 어렵사리 돌아서 서쪽을 바라보니 멀리 맹골군도의 몽덕도, 곽도, 맹골도, 죽도다. 동쪽으로는 조도군도가 시원스럽게 내다보이고. 남쪽 해상에는 세월호의 슬픈 상처를 지닌 병풍도가 신비스럽게 보인다.
상마봉에서 모래미마을로 30여분 동안 다시 내려와 해안도로를 따라 서쪽으로 가면 바위와 모래로 연결된 목섬이다. 맹골군도의 아름다운 모습이 정면으로 보이고 병풍도가 멀리 보인다.
임도를 따라 10여분 내려가면 모지구미다. 남쪽에서 불어오는 세찬 바람에 파도가 해식절벽에 부딪쳐 하얀 물보라를 일으킨다. 모지구미 일대는 눈향나무가 자생하는 군락지다. 아름다운 해식 암릉에 오르면 병풍도와 맹골군도가 시퍼런 바다에 주옥처럼 떠 있다. 모지구미의 남쪽으로는 침식지형인 새끼섬도 있다.
◆여행길잡이
산행이라고는 상마산(150m)을 오르는 정도다. 모래미마을의 서거차교회에서 임도를 따라 40여분 오르면 상마산 정상에 도착한다. 서거차마을-삼거리(10분)-작은재작골(10분)-삼거리(10분)-큰재작골(15분)-삼거리(15분)-서거차 마을(10분)-모래구미(30분)-상마산(40분) 정상-모래미마을(30분)-목섬끝(20분)-모지구미(10분)코스는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최적의 코스다. 쉬엄쉬엄 걸어도 약 40여분이다. 연계할 수 있는 인근 섬과의 여행은 남쪽에 위치한 동거차도. 매일 아침 7시에 섬사랑호 10호와 13호가 출발한다. 맹골군도는 짝수날 오후 12시 30분 경에 섬사랑호 8호가 출발한다.
◆숙박 및 먹거리
슈퍼마켓이 두 개나 있어 구태여 웬만한 것은 준비할 필요가 없다. 마을 주민들이 슈퍼마켓에서 많이 구입하는 경우도 있지만, 가끔씩 어선들이 피항을 하면 가게에서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기도 한다. 항에 내리면 아담한 민박집이 있는데 주영민박이다. 박화영, 이영주 부부가 운영하는 민박집이다. 주영민박의 맛깔스러운 어촌밥상은 서거차도에서 나는 채소 반찬, 미역국과 싱싱한 생선구이, 생선회 등이 나온다.
◆볼거리
병풍도: 병풍도(屛風島)는 전라남도 진도군 조도면 동거차도리에 속한 섬이다. 16폭의 병풍에 그림으로 담을 정도로 빼어나서 조도의 소금강이라 불리운다. 섬안에는 상록 활엽수림 등 자연식생이 우수하며, 멸종위기동물인 매 및 슴새가 서식하고 있다. 해양생물이 다양해 독도 등 도서지역의 생태계보전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환경부에서 특정도서로 지정해 관리한다. 병풍도에 도착하면 섬의 북쪽에서 소티 할아버지가 반긴다. 지금으로 약 50여년 전 서거차도 주명민박의 박화영(63)씨의 외할머니 부부가 살았다고 한다.
천기철 기자 tkt7777@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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