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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덕진의 어떤스케치- '책', 시장상품인가 문화공공재인가

@조덕진 입력 2020.09.14. 18:49 수정 2020.09.14. 19:08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

'앞뒤 생각 않고 당장에 좋은 편을 취하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최근 도서정가제를 흔들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 행태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여기에는 책을 시장의 상품으로 볼 것인가, 사회 공공재, 문화로 볼 것인가라는 철학의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이는 관련 생태계 조성의 관건이다.

정해진 가격대로만 팔도록 강제하는 이 제도가 왜 논란이 되는지 다음 두 나라 사례를 들여다보자.

지난해 145년된 미국의 최대 서점기업 반즈앤노블이 매각됐다. 1873년 문을 연 이 서점은 70년대 급성장했다. 미국 최초로 정가보다 40%나 싸게 팔고 서점을 휴게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엄청난 자본력에 이들이 진입한 지역의 동네책방은 모두 무너졌다. 짐작 가능한데로 미국은 도서정가제가 없고, 아마존은 미국기업이다.

도서정가제를 이야기할 때 교본으로 거론되는 나라가 프랑스다.

정리하자면 프랑스에서는 동네서점만 할인 판매할 수 있다. 인터넷 서점은 할인도 무료배송도 할 수 없다. 무엇을 위해, 동네서점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프랑스는 1924년(푸아레법)부터 권장가격제를 운영해왔다. 허나 대형서점의 할인공세 등에 소형서점들이 고사하자 이들을 보호하기위해 1981년 법령을 개정한다. 일명 '랑법'. 당시 문화부장관 자크 랑의 이름을 따왔다.

전국 동일가격판매로 독서평등권 보장, 전국 서적유통망 유지, 출판 다양성 보장 등이 목적이었다. 그러던 중 2013년 온라인 판매가 18%까지 올라가고 이중 아마존이 80%를 차지하자 그해 다시 관련 법령 개정에 나섰다. 이때 개정법안은 반아마존법이라고 불릴 정도로 온라인 판매를 규제했다.

이렇게 형성된 프랑스 도서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안정적인 생태계라는 평가를 받는다. 독립서점만 800개가 넘고 이들 전통적 서점이 3천500여개가 있다.

랑 장관의 81년 개정사유는 많은 것을 생각케한다. '당장의 이익에 가려서는 안될 책의 문화적 특성 보장'

우리는 2003년 도입된 이후 3년마다 개정을 필요로하고 있다. 이번차 11월 일몰을 앞두고 문체부가 할인폭 확대 등을 시도하면서 관련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프랑스 사례가 보여주듯 이 제도는 동네서점 보호가 목적인데 근간이 흔들릴 우려가 큰 것이다. 문체부는 전자책 할인폭을 확대하고, 웹소설과 웹툰 등 웹기반 콘텐츠를 도서정가제에서 제외하려하고있다

그러나 서점 등은 대형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력만 강화하고 창의적 중소 전자책 업체를 고사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더구나 도서정가제로 동네서점이 겨우 되살아나고 있는데 문체부가 이를 흔들려는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도서정가제 이후 지난 5년여 사이에 100여곳에 불과하던 독립서점은 650곳으로 늘었다.

관련업계는 프랑스처럼 '반아마존법'이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자국 문화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법을 강화하지는 못할망정 있는 법이라도 제대로 지키라고 촉구한다.

대중도 '싼' 책값에만 기대서는 안될 일이다. 장기적으로는 우리가 누릴 문화적 다양성을 저당잡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독립서점 등 동네책방은 대형서점에서는 결코 만날 수 없는 창의성과 다양성을 풍성하게 살려낸다.

문화체육부국장 겸 아트플러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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