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피스가 무슨 죄인가.
최근 정의당 류호정 의원의 원피스 국회 등원을 둘러싸고 일부의 공격이 경악스러운 지경이다.
뜬금없이 술집 마담이 호출 당하고, 여성을 얕잡아 부를 만한 온갖 어휘들이 등장했다. 허나 이들이 기를쓰고 총 동원한 비난이라고 하는 것이 사회적 신분에 대한 화석화된 인식 수준이 전부다. 서글프기 짝이 없다. 술집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은 아무렇게나 취급해도 괜찮다는건가. 맥락에 관계없이 마녀사냥하듯 한 젊은 '(여성)의원'을 물어뜯는 이 기괴한 현상. 우리사회의 병적 징후로 밖에 달리 해석할 방도가 없다.
진짜 위험은 미디어다. 소위 전통 매체라는. '왜' 원피스를 입었는지, 드레스 코드와 국회의 품격은 무슨 상관관계인지 등을 살피기보다 혐오 표현을 적나라하게 소개하는 방식으로 공격에 '가세'한다. 그 옷이 얼마라더라 하는, 포르노식 중계는 혐오보다 더 저급하다. '의정 활동 중 기자들이 복장과 가방 브랜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졌다'. 진보당 김재연 대표의 최근 한 인터뷰는 시사하는 바가 많다.
물론 정치인의 의상은 옷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들의 의상은 정치적 메시지를 담기도한다. 정통 언론이 정치인의 드레스코드를 심층 분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바마의 편한 복장은 자유로움을 상징한다'는 식이다. 색깔이나 스타일에서 정파적 위치, 정치인으로서 그의 행동과 연관해서 해석된다. 성별로 논의되거나 특정 성이라는 점에 시선을 들이대지는 않는다.
알려진대로 류 의원의 원피스는 기획된 이벤트였다. 전날 있은 국회의원 연구단체 '2040 청년다방'의 창립행사에서 그날 입은 옷을 다음날 본회의에 입고 출근하자는 것이었다.
재미 있는 것은 소위 '논란'의 이면에 국회라는 장소에 대한 특정한 전제가 반영됐다는 점이다. 엄숙한 국회, 국민을 대표하는 곳. 다른한편 이는 실로 터무니없다. 국회가 그토록 신성하고 엄숙한 곳이었던가. 우리사회 가장 신뢰할 수 없는 직업군 1위가 국회의원이라는 점에 이르면 당최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토록 신뢰하지 않으면서 국민의 대표기관을 무시했느니 하는 주장은 공격을 위한 빌미일 뿐이다. 존중은 강제된 권위가 아니라 신뢰의 정도에 달려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무엇보다 그 '상식'-네티즌과 일부 언론이 주장하는-이라고 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도 생각해봐야한다.
그 상식이라고 하는 것은 시대에따라 바뀔뿐더러 더러는 반인권적인 경우도 허다하다. 전통적인 성역할을 비롯해 이 상식들은 많은 경우 강력히 반박된다.
이슬람권의 소위 명예'살인'. (특정 종교나 민족을 비난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 관행은 생명에 직결된다는 점에서 전통이니 관습이니 명예니 하는 상식에 대해 엄숙하게 되묻게 하는 대표적 예 중 하나다.
국제 인권단체와 여성단체(희생자 대부분이 어린 여자아이인 경우가 많다)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수없이 개선을 요구했지만 범죄적 전통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 5월엔 이란서 14세 소녀가 결혼을 반대하는 부모를 피해 사랑하는 이와 도피를 했다가 붙잡혀 부모에게 살해당했다. 이슬람 율법에 따르면 사형에 해당되지만 이런 경우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오히려 부모나 친척은 명예를 인정받기도 한다고 한다. '자신의 조건으로 차별받아서는 안된다'는 취지의 차별금지법을 대놓고 반대하는 일부 집단과 뭐가 다를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상식이란 무엇인가. 내 상식이 누군가를 옥죄거나 누군가의 존엄(생명에 다름없는)을 해치지는 않는지 돌아볼 일이다. 아트플러스 편집장 및 문화체육부국장
- 일상 속 휴식 가능한 건축적 산책 공간 최근 광주광역시건축사회 회원 20여명은 대구 군위에 자리한 사유원 답사를 다녀왔다. 광주광역시 건축사회(회장 정인채) 회원 20여명이 함께 최근 사유원 답사에 다녀왔다.사유원은 대구 군위군에 위치한 곳이다. 광주에서 차로 3시간 정도 달려야 도착 할 수 있는 장소였다. 꽤 먼 거리라 생각하고 나선 길이 무색하게 회원들과 담소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도착해 있었다. 심리적 거리는 1시간정도 되는 듯 했다.사유원은 대구의 향토기업 태창철강의 유재성 회장이 모과나무를 수집해 키우던 정원을 '사유를 위한 수목원'으로 조성하고자 승효상 건축가와 함께 오랜 시간 동안 구상하고 준비해, 2021년 9월 정식으로 개관했다.우리는 코르텐강판소재의 정문 '치허문'을 지나, 안내소에 도착했다. 생수 한 병과 답사지의 지도가 담긴 간단한 책자를 들고 '사유원'을 두발로 사유할 준비를 했다. 근래에 계속 된 비도 잠시 쉬는 답사 날, 봄의 기운을 담고 불어오는 바람이 마음을 설레이게 했다.사유원은 철과 콘크리트로 된 계단으로 시작한다. 걷는 내내 소나무향과 흙 밟는 소리, 회원들이 가볍게 나누는 잔잔한 대화소리가 함께 했다. 간간히 답사임을 망각하고 '좋은 산책'이라는 착각에 빠졌다. 산책로를 따라 10여분 걷다 보면 첫 번째 목적지인 '소요헌'이 눈에 들어온다. 소요헌은 '자유롭게 거니는 집' 이라는 주제로 설계 된, 포르투갈 건축가 알바로 시자의 작품이다. 자연과 건축이라는 극명한 차이를 조화롭게 엮어 낸 건물이다. 노출콘크리트로 된 소요헌은 인공조명 없이 자연채광만으로 공간의 깊이와 빛의 질감을 아름답게 드러낸다. 빛을 따라 걷다보면 우직한 철문이 나타난다. 호기심에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전면이 유리로 된 창과 건축 모형, 쉴 수 있는 테이블이 놓여있다. 이 곳은 건축가의 방(요요빈빈) 이라고 한다. 알바로 시자가 디자인한 가구와 드로잉을 볼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다.알바로 시자가 만들어 낸 '아름다운 것'들에 영감을 얻고 발길을 옮겨, 사유원의 시작 이라고 할 수 있는 모과나무 정원 '풍설기천년'으로 향했다. 유재성 회장은 우연히 일본으로 밀반출될 예정이었던 모과나무 네 그루를 알게 되었고, 이 공간의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된다. 그 모과나무는 수령이 300년 이상 된 귀한 나무들이었는데, 일본 분재로 모과나무가 인기가 많아 일제 강점기시절 부터 우리나라의 모과나무가 밀반출되었다고 한다. 이를 알고 유재성 회장은 모과나무들을 사 모으기 시작하였고, 무려 108그루를 한곳에 모아 가꾸기 시작했다. 이것이 사유원의 시작이다.300년 된 모과나무지만 아직도 연분홍색의 단정한 꽃이 피고, 향기로운 모과가 열린다고 한다. 자연은 우리가 가늠할 수 없는 영역이다.회원들과 얘기하며 걷다보면 어느덧 사유원 정상에 도착한다. 저 멀리 대구 팔공산이 보이는 이곳에 승효상 건축가가 설계한 명정이 위치해 있다. 콘크리트로 된 좁은 길을 따라 가면 지하로 내려가 하늘만 보이는 건축물과 만난다. 정상에 올라 좋은 풍경을 보았으니, 이곳에서는 오로지 자신을 위해 명상하는 고요한 공간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나 또한 이곳에서 한참을 물과 빛이 만들어준 그림자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허만수 건축사명정 옆으로는 최욱 건축가가 설계한 카페 '가가빈빈'이 자리한다. 사유원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나지막한 단층의 '가가빈빈'은 사유원을 한없이 관망하기에 좋은 장소이다. 아름다운 이야기가 깃든 곳에서 향긋한 차와 함께하니,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 했다.광주에도 사유원처럼 건축적 산책 공간이 있었으면 하는 부러움과 질투가 마음한 곳에 생겨난다. 물론 광주에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의 거리, 광주공원, 양림동 등 역사성과 랜드마크적인 요소가 있는 좋은 건축물과 장소가 있다.광주천이나 영산강은 산책할 수 있는 보행자 동선과 자전거 도로가 잘 갖추어져 있다. 이를 활용해서 사유원처럼 숲을 거닐며 건축 산책을 하는 것과 같이 강가를 거닐며 현대 건축을 만나는 경험 또한 광주시민에게 일상 속 휴식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허만수 사계절프로젝트 건축사사무소 대표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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