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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덕진의 어떤 스케치- 소고기 ‘플렉스’, 기본소득을 위한 변명

@조덕진 입력 2020.05.25. 18:47 수정 2020.05.26. 14:38

재난지원금이라 쓰고 기본소득이라 읽는다.

"어리둥절해요. 이렇게 일찍 마감된 적이 없는데"

저녁 7시가 갓 넘었을까 싶은, 이른 저녁 북구 말바우시장 고깃집이 문을 닫아 걸 채비를 하고 있다. 고기가 다 팔려 매장 문을 열수가 없다는 설명이다. 재난지원금이 제공되면서부터 확연히 손님이 늘었는데 '그날은 정말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 명절 때보다 더했다'는 말도 덧붙인다. 가게 앞에 내놓고 손님을 유혹하던 이동형 냉장고는 이미 철거해 포장덮개가 씌워졌고 실내 대형 냉장고 고기는 거의 동나고 팩 몇 개만 남아있었다.

혼자 마감을 하던 여성 직원은 절로 흥에 겨운 모양새였다. 그 많은 고기를 다 팔려면 얼마나 많은 손님을 맞아야했을텐데 피곤함보다 즐거움이 더 커 보였다.

고깃집 정도는 아니지만 시장은 전체적으로 활기가 넘쳤다. 물건을 구입하는이도 파는 이도 발걸음은 가벼웠고 장터는 알 수 없는 흥분으로 북적였다. 사용처가 지역 업체로 한정되면서 시장이나 동네 가게에 새로운 손님들이 나타나고, 그동안에는 얇은 지갑으로 차마 내밀지 못했던 손을 과감히 내밀고 있는 것이다. 동네 한 가게 주인은 대통령에 대한 감사와 찬사를 더하기도 했다. 이게 다 국민들에게 재난지원금을 지원했기에 가능한 일 아니냐는 설명과 함께.

다른 한편 사람들이 돈을 마구 쓴다는 비판도 있다.

불요불급한 것들에 재난소득을 쓰냐는 비난인데 억울한 부분도 많다. 이를테면 네일샵이나 미용실 사장님들이 '우리도 자영업자'라는 하소연을 하고 나서는 식이다. 누군가에게는 이러저러한 사연으로 머리 한번 다듬는 일이, 손발톱 다듬는 일이 절실한 일상이 될 수도 있는 일이라는 주장과, 가게 운영자는 우리 동네 자영업자라는 걸 잊지말아달라는 청이다. 소고기나 미용이나 한 사람의 마음의 위로로 치자면 플렉스 효과는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허나 다른 풍경도 있다.

어렵게 아르바이트를 구했다는 친구 딸은 광주시민들의 쇼핑행태를 탓했다.

'세금으로 왜 일본기업 제품을 사느냐, 자기 돈으로 사도 마땅치 않은 마당에 일본 불매운동 한지가 언젠데 벌써 잊어버리고'

국민세금으로 일본브랜드를 구입하는 시민들을 당최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 지적에도 플렉스를 갖다 붙여도 되는 것인지는 대략난감하다. 플렉스는 젊은층이 좀 과하지만 만족한 소비행태를 표현하는 의미로 사용되는 용어다.

재난소득이 다양한 풍경과 상념을 던진다.

불의한, 부정한 , 수치스럽기까지했던 국가가 어느 날 우리 곁에 다정한 이웃으로 다가온 느낌이랄까. 코로나 19로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시절, 국민 모두에게 제공된 국가의 지원은 돈 이상의 풍요를 만들어내고 있다. 기본소득이라는 말에 경기 일으키는 일부 극단주의자들에겐 안된 말이지만 재난지원금이란 이름의 기본소득이 이토록 지친 국민들의 마음에 작은 풍족함을 선사하고 있다.

세금으로 소고기냐라고 하지만 먹느라 즐겁고, 동네 사장님 돈벌어 좋다. 소박한 플렉스라도 여유롭게 즐기는 풍경 보기에만도 좋다.

문화체육부국장 겸 아트플러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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