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국당 김예지 당선인 안내견 조이의 국회 본회의장 문턱 넘어서기에 정의당이 나서며 아름다운 국면이 연출됐다. 미래통합당이 정의당에 감사를 표하고 국회사무처도 '조이'의 국회 본의의장 출입 '검토'에 착수해 허용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일견 아름다운 이 감동스토리, 슬프고 부끄럽다. 블랙코메디가 따로 없다.
국회의원 안내견의 본회의장 출입 '검토' 자체로 수치다. 인권의식이니 장애인 인권 감수성이니를 논할 계제도 아니다. 소위 이 나라 최상위특권계급이라는 국회의원도 장애 앞에서는 '장애인'일 뿐인 것이다. 지난 2004년 17대 국회 때 시각장애를 지닌 정화원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끝내 보좌진 안내로 출입해야했다. 막장드라마에 다름아니다.
안내견 출입은 '당선인'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존엄에 관한 문제다. 안내견 불허는 시각장애인에게 타인의 도움을 강제하는 일이다. 허용여부를 논하는 것 자체가 인격권 침해에 다름 아니다. 국민을 대표하는 공직자에게 타인의 도움을 강제하는 것을 당연시해온 사회라니. 이곳 인권감수성은 바닥이라고 해도 할 말 없다.
국회의원 뿐아니라 누구라도, 안내견과 함께 움직이고 활동하고 생활할 수 있어야한다. 소위 평등이니, 공정이니 하는 이름은 이런데 같다 붙여야 할 것이다.
이런 처참한 환경이지만, 그럼에도 변화에 대한 한 가닥 기대감이 몽실거린다.
인권침해, 반인륜적 막말을 자행한 자들에게 국민이 엄격한 심판을 내렸다. 다른 한편 각 분야의 대표성을 지닌 인물들의 손을 들어줬다. 장애인, 여성, 다문화 등 사회적 약자와 계층, 계급을 장식용으로 악용하는 특정 정당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장애여동생의 삶을 통해 우리사회 장애인에 대한 인식, 장애인 제도 문제에 공감을 불러일으킨 정의당 당선인 장혜영 의원 이야기다. 그녀는 장애 여동생의 삶을 통해 많은 감동과 사유를 제공한 다큐멘터리 '어른이 되면' 감독이기도 하다.
그녀는 묻는다. "왜 누군가를 돌본다는 것이 다른 누군가가 자신의 삶을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 되어야 할까"(다큐멘터리 '어른이 되면' 작가노트 중) 장애인 시설의 강제된 고립에 대해 질문한다. 외딴 산꼭대기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과 살아야하는 시설의 삶이 자연스러운 것인가.
소위 '장애인을 위한'다는 많은 정책들이 사실은 '직·간접적인 폭력'인 경우가 많다. 이같은 '자연스러운 폭력'은 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약자에 대한 천박한 인식에 또아리를 튼다. 경제적 약자를 비롯한 사회 '약자'를 얕잡아보는 천박함.
20일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을 즈음해 지역 장애인들이 '같이 타자! 함께 살자!'란 온·오프라인 캠페인을 전개하고 나섰다. 장애인의 이동권보장, 탈시설-자립권, 감염병으로부터 안전할 권리'. 이들의 요구가 너무 일상이어서 아프다. "차별 없는 인권의 도시에 살고 싶습니다. 차별 없는 광주를 위해 함께 요구합니다." 이들의 목소리가 더이상 요구나 바람이 아닌 현실이기를 꿈꿔본다.
인권도시 광주가 새 시대에 또 하나의 뉴노멀(새로운 표준)을 만들어가기를.
문화체육부국장 겸 아트플러스 편집장
- 일상 속 휴식 가능한 건축적 산책 공간 최근 광주광역시건축사회 회원 20여명은 대구 군위에 자리한 사유원 답사를 다녀왔다. 광주광역시 건축사회(회장 정인채) 회원 20여명이 함께 최근 사유원 답사에 다녀왔다.사유원은 대구 군위군에 위치한 곳이다. 광주에서 차로 3시간 정도 달려야 도착 할 수 있는 장소였다. 꽤 먼 거리라 생각하고 나선 길이 무색하게 회원들과 담소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도착해 있었다. 심리적 거리는 1시간정도 되는 듯 했다.사유원은 대구의 향토기업 태창철강의 유재성 회장이 모과나무를 수집해 키우던 정원을 '사유를 위한 수목원'으로 조성하고자 승효상 건축가와 함께 오랜 시간 동안 구상하고 준비해, 2021년 9월 정식으로 개관했다.우리는 코르텐강판소재의 정문 '치허문'을 지나, 안내소에 도착했다. 생수 한 병과 답사지의 지도가 담긴 간단한 책자를 들고 '사유원'을 두발로 사유할 준비를 했다. 근래에 계속 된 비도 잠시 쉬는 답사 날, 봄의 기운을 담고 불어오는 바람이 마음을 설레이게 했다.사유원은 철과 콘크리트로 된 계단으로 시작한다. 걷는 내내 소나무향과 흙 밟는 소리, 회원들이 가볍게 나누는 잔잔한 대화소리가 함께 했다. 간간히 답사임을 망각하고 '좋은 산책'이라는 착각에 빠졌다. 산책로를 따라 10여분 걷다 보면 첫 번째 목적지인 '소요헌'이 눈에 들어온다. 소요헌은 '자유롭게 거니는 집' 이라는 주제로 설계 된, 포르투갈 건축가 알바로 시자의 작품이다. 자연과 건축이라는 극명한 차이를 조화롭게 엮어 낸 건물이다. 노출콘크리트로 된 소요헌은 인공조명 없이 자연채광만으로 공간의 깊이와 빛의 질감을 아름답게 드러낸다. 빛을 따라 걷다보면 우직한 철문이 나타난다. 호기심에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전면이 유리로 된 창과 건축 모형, 쉴 수 있는 테이블이 놓여있다. 이 곳은 건축가의 방(요요빈빈) 이라고 한다. 알바로 시자가 디자인한 가구와 드로잉을 볼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다.알바로 시자가 만들어 낸 '아름다운 것'들에 영감을 얻고 발길을 옮겨, 사유원의 시작 이라고 할 수 있는 모과나무 정원 '풍설기천년'으로 향했다. 유재성 회장은 우연히 일본으로 밀반출될 예정이었던 모과나무 네 그루를 알게 되었고, 이 공간의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된다. 그 모과나무는 수령이 300년 이상 된 귀한 나무들이었는데, 일본 분재로 모과나무가 인기가 많아 일제 강점기시절 부터 우리나라의 모과나무가 밀반출되었다고 한다. 이를 알고 유재성 회장은 모과나무들을 사 모으기 시작하였고, 무려 108그루를 한곳에 모아 가꾸기 시작했다. 이것이 사유원의 시작이다.300년 된 모과나무지만 아직도 연분홍색의 단정한 꽃이 피고, 향기로운 모과가 열린다고 한다. 자연은 우리가 가늠할 수 없는 영역이다.회원들과 얘기하며 걷다보면 어느덧 사유원 정상에 도착한다. 저 멀리 대구 팔공산이 보이는 이곳에 승효상 건축가가 설계한 명정이 위치해 있다. 콘크리트로 된 좁은 길을 따라 가면 지하로 내려가 하늘만 보이는 건축물과 만난다. 정상에 올라 좋은 풍경을 보았으니, 이곳에서는 오로지 자신을 위해 명상하는 고요한 공간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나 또한 이곳에서 한참을 물과 빛이 만들어준 그림자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허만수 건축사명정 옆으로는 최욱 건축가가 설계한 카페 '가가빈빈'이 자리한다. 사유원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나지막한 단층의 '가가빈빈'은 사유원을 한없이 관망하기에 좋은 장소이다. 아름다운 이야기가 깃든 곳에서 향긋한 차와 함께하니,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 했다.광주에도 사유원처럼 건축적 산책 공간이 있었으면 하는 부러움과 질투가 마음한 곳에 생겨난다. 물론 광주에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의 거리, 광주공원, 양림동 등 역사성과 랜드마크적인 요소가 있는 좋은 건축물과 장소가 있다.광주천이나 영산강은 산책할 수 있는 보행자 동선과 자전거 도로가 잘 갖추어져 있다. 이를 활용해서 사유원처럼 숲을 거닐며 건축 산책을 하는 것과 같이 강가를 거닐며 현대 건축을 만나는 경험 또한 광주시민에게 일상 속 휴식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허만수 사계절프로젝트 건축사사무소 대표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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