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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덕진의 어떤 스케치- '이지 타킷'들의 손가락, 남 일일까

@조덕진 입력 2020.03.23. 18:05 수정 2020.03.23. 18:35

진실이 이토록 힘겹고 험난하다니, '진짜'들이 피해를 당하지 않을까. 이래저래 걱정이 앞선다.

정의로운 '을'들의 항변으로 알려졌던 서울시향 박현정 대표 사직 파문이 슬프게도 을의 탈을 쓴 가짜들의 조작으로 드러났다.

마음 복잡하다. 이들의 작태를 비판하자니 진짜 을들의 항거나 비명이 짓밟힐까 싶고, 을들의 소리없는외침을 살리자니 가짜들의 횡행을 방조할까 싶다.

'갑질'의 전형으로 불명예 퇴진한 서울시향 박 전 대표가 6년 여 만에 대법원 판결로 진실을 회복했다. 실체적 진실은 안타깝고 잔인하다. 시쳇말로 '법적으로' 승소한 것인지, '을'이 문제가 있는 것인지 등의 궁금증은 하찮아졌다. 판결을 재구성 하자면 박 전 대표의 사임은 시향 단원들이 기존 관행에 굴복하지 않은 새 대표를 '길들이는' 과정에서 갑질로 덧씌워 중도하차시킨 사건으로 드러났다.

박 전 대표 주장에 따르면 서울시향은 운영이 방만하기로 유명해 유럽에서 '이지 타깃'(쉬운 먹잇감)으로 통했다고 한다. 직원들이 대표를 속이면서까지 당시 서울시향 예술감독이었던 작곡가 정명훈씨 소속사 입맛대로 미국 서부투어 공연을 추진한 것이 발단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걸 문제삼자 대표를 인권유린 등으로 고발했다는 것이다. 2014년, 인권 유린과 갑질의 비난 속에 물러나면서 억욱함을 호소했지만 갑의 변명 쯤으로 해석됐다. 그의 혐의는 대부분 무혐의로 끝났고 유일하게 재판까지 간 '손가락 폭행' 사건은 조작으로 드러났다

남 일 같지 않다. '광주는 외지 사람들의 무덤'이라는 시립예술단에 관한 공공연한 비밀스런 이야기가 오버랩된다. 초빙된 세계적 감독들이 인연의 폭을 넓히기는커녕 겨우 임기를 채우고 떠난 현실 너머에는 어떤 배경이 있다는 거다. 과거 예술단원들이 이곳 사정(?)을 잘 모르는 감독을 길들이는 과정에서 여차직하면 몰아내기도 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였다.

서울시향 일부 이야기로 시립예술단까지 싸잡아 매도하고 싶은 마음 추호도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 허나 구름같던 여러 이야기들이 사실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스멀거리는 것 까지 어찌해볼 도리는 없다. 더욱이 그게 예술단에만 국한된 이야기일까. 인간성 공격에서 공적인 형식을 띤 올가미까지 외부인들은 수많은 트랩을 건너야하고 일부는 굳이 트랩을 건너면서까지 머물기를 포기하고 떠난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갑' '을'의 문제가 아니라 집단의 위세에 우리사회가 어떻게 대처해야하는가 라는 질문이 아닐까 싶다.'그전까지는 문제 없었는데 시끄럽다'며 사안의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기 보다 삼인위호(三人爲虎 없는 호랑이도 세사람이 있다고 우기면 있는 것처럼 된다는 것을 일컫는 한자 성어) 에 휘둘리는 세간에 대한 경계로 삼아야하지 않을까 싶다.

이와함께 '을'의 곤궁한 처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로도 살펴야할 듯 싶다. 이번사안이 '을'의 이야기였다면 진실이 밝혀졌을까. 법의 형평성도 문제겠지만 수년의 시간을 투자해 진실을 밝혀낼 여력이 '을'들에게는 없다. 그렇게 수많은 을들의 억울한 진실은 세간에 묻혀왔다. 그러니 사안의 실체적 진실을 보려는 노력은 한 인간의 생을 다시 세우는 일이라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아트플러스 편집장 겸 문화체육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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