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9회 영평상 독립영화 지원상,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 대상,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초청 작.
지난해 독립영화 부문에서 단연 최고의 기록을 세운 다큐멘터리 ‘김군’의 면면이다. ‘김군’은 광주민중항쟁 39주년에 혜성처럼 나타나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김군’은 군사평론가 지만원이 북한군 ‘제1광수’라고 지목한 인물을 사진 한 장으로 추적하는 다큐멘터리다. 지난해 자유한국당 전·현직 의원을 비롯한 극우세력의 폄훼와 왜곡이 판치던 시절이라 다큐멘터리의 힘은 더욱 컸다. 특히 서울 출신의, 1980년 이후 세대가 그린 광주 진실찾기라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를 안겼다.
다른 한편, ‘왜 이런 작품이 광주에서는 나오지 못하는가’ 라는 탄식과 안타까움이 흘러나왔다.
‘김군’은 2015년 인천영상위원회 제작지원으로 4년여에 걸쳐 만들어진 다큐다. 한해 수백억원을 문화예술에 지원하고, 광역 최고(最古)·최다 시립예술단을 보유한 광주는 왜 내로라할만한 5·18 예술작품 하나 없는가.
문화재단이 지원하는 예산에는 자체 기준은 있지만 ‘광주’만의 색깔이나 철학이 없다. 연간 130억원 가량이 문화재단을 통해 민간에 투입되지만 5·18을 콘텐츠로 하는 예술작품 발굴·지원은 전무하다.
수년전 5·18 브랜드화를 표방하고 5억원을 들여 재단이 자체 제작한 ‘자스민광주’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최근에는 ‘임을 위한 행진곡’ 대중화를 내걸고 교향곡 공모와 연주에 8억5천만원을 쏟아부었다. 거액을 들여, 자신들이 만들어야 브랜드라고 생각하는 전근대적 환상에 사로잡힌 것은 아닌가 우려된다. 연 200억원 가량의 시비를 쏟아 붓는 시립예술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40주년을 맞아 처음으로 정기합동 공연에 나서지만 예술단별 자체 창작품 제작은 발레단과 오페라단이 유일한 실정이다. 그나마 민선 7기 들어 처음 선보였다.
이런 와중에 지난해 광주시가 주목할만한 정책을 선보였다. 정보문화산업진흥원이 ‘광주브랜드 영화제작’ 이라는 이름으로 7억5천만원의 예산을 투입 작품지원에 나선 것이다.
마침내 광주가 본격적인 5·18 콘텐츠화 에 나선 것이다. 5·18을 소재로 한 독립영화와 다큐멘터리 제작·발굴에 한국의 주목할 만한 인사들이 참여했다. 역사상 최초로 베니스 비엔날레 은사자상을 수상한 임흥순 감독 등 내로라하는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들이 응모해 선정됐다.
민간영역에서 다양한 실험과 시도, 작품화가 시간과 역량이 축적되면서 더 좋은 작품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이제 문화재단의 지원과 발굴에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재단이 지원하고 있는 연극 등 공연예술에도 ‘오월’ 브랜드 항목을 만들어 50주년, 100주년을 대비해야한다. 올해로 창립 9주년이니 창립초기부터 지원에 나섰더라면 그간의 역량이 어떤식으로든 빛을 발하지 않았을까. 시립예술단도 이제부터라도 자체 오월 작품을 만들어 광주 브랜드로 키워나가야 한다. 내놓을 만한 기념공연 작품 하나 없는 지금은 부끄러운 시간이다.
이처럼 시립예술단을 중심으로한 공공영역과 문화재단을 통해 지원하는 다양한 민간영역이 함께 성장·발전해 나가면 어느날엔가는 빼어난 작품 하나 만날 수 있으리라.
하여 ‘광주는 볼것이 없다’가 아니라 ‘광주 가면 그 작품 하나는 봐야한다’. 아니 ‘그 작품 보러 광주 가자’를 만들어 내야한다. 그런 풍경이야말로 5·18의 대중화, 세계화의 중요한 한 얼굴이고 빼어난 문화상품이자 관광상품이다.
아트플러스 편집장 겸 문화체육부국장
- 일상 속 휴식 가능한 건축적 산책 공간 최근 광주광역시건축사회 회원 20여명은 대구 군위에 자리한 사유원 답사를 다녀왔다. 광주광역시 건축사회(회장 정인채) 회원 20여명이 함께 최근 사유원 답사에 다녀왔다.사유원은 대구 군위군에 위치한 곳이다. 광주에서 차로 3시간 정도 달려야 도착 할 수 있는 장소였다. 꽤 먼 거리라 생각하고 나선 길이 무색하게 회원들과 담소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도착해 있었다. 심리적 거리는 1시간정도 되는 듯 했다.사유원은 대구의 향토기업 태창철강의 유재성 회장이 모과나무를 수집해 키우던 정원을 '사유를 위한 수목원'으로 조성하고자 승효상 건축가와 함께 오랜 시간 동안 구상하고 준비해, 2021년 9월 정식으로 개관했다.우리는 코르텐강판소재의 정문 '치허문'을 지나, 안내소에 도착했다. 생수 한 병과 답사지의 지도가 담긴 간단한 책자를 들고 '사유원'을 두발로 사유할 준비를 했다. 근래에 계속 된 비도 잠시 쉬는 답사 날, 봄의 기운을 담고 불어오는 바람이 마음을 설레이게 했다.사유원은 철과 콘크리트로 된 계단으로 시작한다. 걷는 내내 소나무향과 흙 밟는 소리, 회원들이 가볍게 나누는 잔잔한 대화소리가 함께 했다. 간간히 답사임을 망각하고 '좋은 산책'이라는 착각에 빠졌다. 산책로를 따라 10여분 걷다 보면 첫 번째 목적지인 '소요헌'이 눈에 들어온다. 소요헌은 '자유롭게 거니는 집' 이라는 주제로 설계 된, 포르투갈 건축가 알바로 시자의 작품이다. 자연과 건축이라는 극명한 차이를 조화롭게 엮어 낸 건물이다. 노출콘크리트로 된 소요헌은 인공조명 없이 자연채광만으로 공간의 깊이와 빛의 질감을 아름답게 드러낸다. 빛을 따라 걷다보면 우직한 철문이 나타난다. 호기심에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전면이 유리로 된 창과 건축 모형, 쉴 수 있는 테이블이 놓여있다. 이 곳은 건축가의 방(요요빈빈) 이라고 한다. 알바로 시자가 디자인한 가구와 드로잉을 볼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다.알바로 시자가 만들어 낸 '아름다운 것'들에 영감을 얻고 발길을 옮겨, 사유원의 시작 이라고 할 수 있는 모과나무 정원 '풍설기천년'으로 향했다. 유재성 회장은 우연히 일본으로 밀반출될 예정이었던 모과나무 네 그루를 알게 되었고, 이 공간의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된다. 그 모과나무는 수령이 300년 이상 된 귀한 나무들이었는데, 일본 분재로 모과나무가 인기가 많아 일제 강점기시절 부터 우리나라의 모과나무가 밀반출되었다고 한다. 이를 알고 유재성 회장은 모과나무들을 사 모으기 시작하였고, 무려 108그루를 한곳에 모아 가꾸기 시작했다. 이것이 사유원의 시작이다.300년 된 모과나무지만 아직도 연분홍색의 단정한 꽃이 피고, 향기로운 모과가 열린다고 한다. 자연은 우리가 가늠할 수 없는 영역이다.회원들과 얘기하며 걷다보면 어느덧 사유원 정상에 도착한다. 저 멀리 대구 팔공산이 보이는 이곳에 승효상 건축가가 설계한 명정이 위치해 있다. 콘크리트로 된 좁은 길을 따라 가면 지하로 내려가 하늘만 보이는 건축물과 만난다. 정상에 올라 좋은 풍경을 보았으니, 이곳에서는 오로지 자신을 위해 명상하는 고요한 공간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나 또한 이곳에서 한참을 물과 빛이 만들어준 그림자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허만수 건축사명정 옆으로는 최욱 건축가가 설계한 카페 '가가빈빈'이 자리한다. 사유원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나지막한 단층의 '가가빈빈'은 사유원을 한없이 관망하기에 좋은 장소이다. 아름다운 이야기가 깃든 곳에서 향긋한 차와 함께하니,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 했다.광주에도 사유원처럼 건축적 산책 공간이 있었으면 하는 부러움과 질투가 마음한 곳에 생겨난다. 물론 광주에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의 거리, 광주공원, 양림동 등 역사성과 랜드마크적인 요소가 있는 좋은 건축물과 장소가 있다.광주천이나 영산강은 산책할 수 있는 보행자 동선과 자전거 도로가 잘 갖추어져 있다. 이를 활용해서 사유원처럼 숲을 거닐며 건축 산책을 하는 것과 같이 강가를 거닐며 현대 건축을 만나는 경험 또한 광주시민에게 일상 속 휴식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허만수 사계절프로젝트 건축사사무소 대표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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