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을 브랜딩 하자

녹차의 무한변신···국내 넘어 세계로

입력 2020.07.01. 17:25 선정태 기자
지역을 브랜딩 하자 <11>보성 '보성녹차'
고려시대 왕실에 공납했던
'뇌원차' 복원 역사성 입증
기업과의 협업 대중성 강화
가루녹차·황차 등 다양화도
봇재, 영천리 다원

보성녹차가 제2의 중흥기를 맞이하고 있다. 보성군은 고려 왕실에 공납으로 바쳤던 '뇌원차'를 복원시켰고, 자연 잎을 그대로 마시던 방법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발전시킨 음용법을 활용한 상품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결과 유명 편의점 체인에 녹차 음료를 출시하는가 하면, 미국 아마존에도 진출했다.

보성군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역 대표 명물인 녹차와 연계한 다양한 관광 상품 개발에도 주력하는 등 역사성과 확장성을 무기로 보성녹차 부흥기를 준비하고 있다.

보성군은 지난달 12일 보성녹차의 정통성을 입증하기 위해 뇌원차 복원 중간 보고회를 가졌다.

◆ 고려 왕실 납품차 복원

보성군은 최근 고려시대 팔관회나 연등회 등에 쓰였던 '뇌원차(腦原茶)'를 복원했다. 고려시대 뇌원차는 왕실에서 사용했던 차로 진다의식(차를 올리는 의식)뿐 아니라 죽은 신하에게 내리는 장례용, 거란에 보내는 예물용, 신하에게 내리는 하사용 등으로 사용됐다.

최근 뇌원차 복원에 성공한 조기정 목포대 교수팀이 다른 전통차와 차별성을 가져 역사적·문화적으로 큰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보성군은 뇌원차를 통해 보성녹차의 역사성을 입증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뇌원차는 최근까지 주를 이룬 비발효차와는 달리 발효차다. 독특한 제다공정을 거쳐 첫 맛은 구수하고 부드러우며 끝 맛은 깔끔하고 향기로운 것이 특징이다.


◆역사성 정당성 확보

보성군은 '뇌원차'를 세계중요농업유산에 등재할 계획이다.

보성군은 또 '뇌원차'를 통해 '보성녹차는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졌다'는 오명도 벗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때 한국에서 차를 생산해 일본으로 가져가기 위해 차 재배 적지를 조사하다 자생차가 많고 제다기술이 뛰어난 보성에 차나무를 심게 된 기록이 퍼지면서 왜곡이 시작됐다.

보성군은 '오션브리즈'라는 브랜드로 아마존에 입성, 글로벌 차(茶)시장에서 정면 승부를 시작했다.

보성군의 자체 조사결과 일제강점기 때 심어진 녹차 나무는 전체의 10%도 되지 않는다.

오히려 보성 곳곳에 101곳에 이르는 자생 차밭이 있으며, 고려시대 차를 공납하던 다소가 회천(포곡다소)과 웅치(가을평가소)에 있었던 기록만으로도 일제강점기에 조성됐다는 가짜뉴스를 일축 시킬 수 있다. 대원사의 천년 고차수 야생차와 다전마을 등의 기록은 보성차의 역사성과 정당성을 뒷받침하고 있으며,특히 뇌원차 복원으로 보성녹차의 오명을 씻을 수 있게 됐다.

보성군은 지난달 12일 보성녹차의 정통성을 입증하기 위해 뇌원차 복원 중간 보고회를 가졌다. 사진은 조기정 목포대 교수팀이 복원한 뇌원차.

◆세계시장으로 진출

보성군은 잎녹차만으로는 확장성이 없다고 판단, 수년 전부터 다원들과 함께 다양한 녹차 상품을 개발했다. 몇년 간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이 가루녹차와 블렌딩녹차, 황차 등이다.

이 제품들을 통해 국내 시장 확대와 해외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 보성군은 국내 시장 확대하기 위해 동원F&B(이하 동원)를 비롯해 편의점 CU(이하 CU)와 협업해 다양한 상품을 출시했다. 보성군과 동원은 지난 2017년 말차와 말차 라떼, 말차 두유를 비롯해 보성 홍차를 출시,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또 녹차를 단순히 마시는 음료에만 한정하지 않고 편의점 CU와 함께 녹차샌드위치와 녹차 비빔면도 출시했다. 이 제품들은 편의점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어, 녹차 아이스크림이나 녹차 크림 등도 만들 계획이다.

보성녹차의 해외 진출 역시 청신호다. 지난 2018년부터 아마존 진출을 추진한 보성군은 지난해 업무협약을 체결한 후 지난 3월 온라인쇼핑몰 아마존 입점을 위해 1차 물량을 수출했다.

'오션브리즈'라는 브랜드로 수출한 보성녹차는 미국과 유럽 지역 정서에 맞는 상표·디자인에 100% 유기농녹차, 블렌딩 차, 가루녹차 등을 활용해 만든 프리미엄 브랜드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청정 보성녹차의 특성을 살리면서 해외 소비자의 기호에 맞춘 새로운 브랜드다. 또 국제유기인증을 받은 농가의 찻잎 만을 이용해 100% 유기농녹차, 블렌딩 차, 가루녹차 등 프리미엄 라인을 만들어 해외시장 경쟁력을 갖췄다.

아마존 진출을 위해 보성 12개 농가는 국제 유기 인증을 미리 획득하는 준비성도 갖췄다.

보성군은 올해 30억원 수출을 목표로 아마존뿐만 아니라 홀푸드마켓, 텍사스 프리미엄 마켓 등 유기농 프리미엄 제품만을 취급하는 미국 시장 진입도 계획하고 있다.

김철우 보성군수는 "보성녹차를 세계농업유산으로 등재하는 한편, 올해 8회째 열리는 차박람회를 '세계차엑스포'로 이름을 바꾸고 보성군이 주도해 세계 속의 보성 차, 세계 속의 뇌원차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선정태기자 wordflow@srb.co.kr·보성=정종만기자


[인터뷰] 김철우 보성군수

"브랜드화 성공발판 茶 산업 발전에 박차"

생산·판매·관광·서비스까지

고급화·대중화 모두 섭렵

김철우 보성군수

"보성은 1천년의 역사를 가진 녹차를 활용한 6차 산업을 제대로 운용하고 있습니다. 녹차도 발전하고 녹차를 활용한 관광도 커지고 있습니다."

김철우 보성군수는 "미식이나 웰빙, 힐링 여행을 선호하면서 보성을 찾는 관광객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며 "녹차를 통해 다원을 체험하고 배울 수 있는 6차 산업도 육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보성군은 2006년 673만명이던 관광객이 2011년에는 596만명으로 줄었지만 2016년에 732만명, 지난해에는 888만명으로 늘었다. 올해 보성을 찾는 관광객은 코로나19를 감안해도 1천만명을 넘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군수는 "커피가 유행하면서 녹차 인기가 예전보다 못하지만 음료 시장이 커지면서 차 소비량도 늘고 있다"며 "잎녹차 위주였던 녹차 음료에서 벗어나 다양한 음료를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고려 왕실에 납품했던 뇌원차 복원에도 성공해 보성 녹차의 역사성을 입증했고, 녹차의 대중화와 고급화가 다 가능해졌다"고 덧붙였다.

보성녹차는 역사성에서부터 제품력, 생산력, 안정성 등 전반적인 강점을 가지고 있다.

김 군수는 "보성은 녹차수도라는 지역 브랜드화에 성공했고, 2002년에는 보성녹차가 농특산물 부문의 지리적표시 1호로 등록됐다"며 "2007년에는 녹차 특구, 2018년에는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되는 등 우리나라 차산업과 차문화 발전의 선두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군수는 "보성 녹차는 이제 단순히 마시는 음료를 넘어 보성을 설명하는 단어가 됐고, 보성 사람들을 지탱하는 산업이자 문화다"며 "보성 녹차의 역사를 보전하고 전통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선정태기자 wordflow@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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