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통감, 직 물러나겠다” 발표
계약해지·재시공, 보증기간 연장도
실종자 가족들 “가식적··· 수습 먼저”
붕괴 피해민 “처벌 피하려는 꼼수”
지역민들도 무너진 신뢰 회복 ‘글쎄’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사고 7일 만인 17일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지역에서 연이어 발생한 2건의 사고로 피해자, 가족, 지역민, 국민들께 실망을 준 데에 대한 책임 차원이라는 것이 HDC현산 측의 설명이다.
'안전점검에 문제가 있다면'이라는 전제조건이 달리기는 했지만 붕괴가 일어난 201동을 포함한 2단지 계약해지, 완전 철거 후 재시공까지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잇따른 참사에 대한 법적·행정척 처분이 나오기 전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통해 기업 이미지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하지만 그룹 총책임자가 참사 이후 줄곧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가 7일 만에야 대국민 사과를 통해 사퇴를 이야기 하는 것을 두고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피해 가족들, 붕괴 피해 주민들은 "면피성 쇼에 지나지 않는다"며 사고수습 대책 등에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라고 촉구했다.
정몽규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두 사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이 시간 이후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며 "광주 사고 피해자와 가족,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와 가족에 대한 보상은 물론 입주예정자와 이해관계자들의 피해 최소화는 물론 전국 건설현장에 대한 외부 안전진단 실시 계획을 내놓았다.
안전점검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 수분양자에 대한 계약해지는 물론 아파트 완전 철거와 재시공도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입주예정지를 포함해 HDC현산이 지은 모든 주택의 구조적 안전결함 법적 보증기간을 현재 10년에서 30년으로 늘려 안전이 문제가 되어 발생하는 재산상 피해가 전혀 없도록 하겠다고도 약속했다.
그는 "잇단 사고로 회사 신뢰가 땅에 떨어져 죄송하고 참담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사퇴로 책임에서 벗어난다는 생각은 안한다. 대주주로서 할 수 있는 부분은 다 하겠다. 이것이 고객과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길"이라고도 말했다.
이어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은 투명하게 진행하겠다. 광주 화정지구가 다시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될 수 있도록 하는것이 최선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 회장의 뒤늦은 사과를 두고 붕괴사고 피해자 가족들은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피해자 가족 협의회는 곧바로 사고 현장에서 브리핑을 열고 "책임을 회피하고 물러 날게 아니라 실질적인 사태 해결을 총괄 책임지고 응당한 처벌을 받으라"고 지적했다. "고개 몇 번 숙이는 사과는 '가식'과 '쇼'에 불과하다"며 "물러나는 것은 자유지만, 책임을 지지 않고 물러나는 것은 면피"라고도 강조했다.
화정 아이파크 예비입주자대표회의와 비상대책위원회도 성명서를 통해 "실질적 기업 지배구조는 그대로인 상황에서의 명목상 사퇴"라며 "이는 오는 27일로 예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의 처벌 대상에서 제외되려는 꼼수"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또 책임있는 실종자 수색, 가족을 향한 진심어린 사과, 합당한 보상안, 입주예정자 구제 대책, 1·2단지 전체 철거 후 재건축 시행 등을 주장했다.
이용섭 광주시장도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물을 통해 "사퇴가 능사 아니다, 책임지는 모습도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통해 강하게 지적했다. 사고가 발행한 광주가 아닌 서울에서 입장을 발표한 것을 두고도 "(시민들께) 실망을 넘어 분노와 울분만 줄 뿐"이라고 꼬집었다.
지역민들도 시공능력 평가 9위의 대형 건설사 건설현장에서 후진적 사고가 연이어 발생한 것을 두고 "무너진 신뢰 회복이 과연 가능할까"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주현정기자 doit85@mdilbo.com
이예지기자 foresigh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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