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그래, 작물 바꾸자” 결단
매년 10t 출하, 농법 연구도 부심
최근 아열대 작물이 지역 농가를 중심으로 고소득 작물로 각광받는 가운데 이에 속하는 애플망고가 농가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영광군의 망고야농장이 그동안 제주도 등지에서만 한정됐던 애플망고 재배 성과를 내륙에서도 보이면서 눈길을 끌고있다.
11일 찾은 영광군 염산면 망고야농장. 온실에서 키우는 망고나무마다 선홍색의 꽃이 피어있었다. 일부 묘목은 수확을 앞두고 열매가 영글어 서서히 익어가고 있었다. 총 1만2천평 대지위에 세워진 농장에서는 오는 6월 본격적인 애플망고 출하가 시작된다. 이곳 농장에서 출하되는 애플망고 물량은 매년 10t에 달한다.
농장은 지난 2018년부터 직접 기른 애플망고를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앞서 이곳 농장에서는 파프리카를 주요 작물로 재배하고 있었다. 이곳 대표인 박민호(34)씨의 아버지로부터 파프리카 농사가 20년 넘게 이어져오면서다. 지난 2010년 농장을 물려받은 박씨는 파프리카의 생산 대비 낮은 소득을 3년간 분석한 끝에 작물 전환을 결심했다.
작물전환을 결심한 박씨의 눈에 들어온 것은 기후변화였다. 내륙의 기온이 점차 오르는데 관심을 갖게 된 박씨는 아열대작물 재배에 눈길을 주게 됐다. 체리, 천혜향, 레드향 등 다양한 아열대 작물 가운데서도 애플망고가 눈에 들었다. 박씨는 2013년부터 애플망고 묘목을 들여오면서 내륙 사정에 맞는 묘목으로 개량을 거듭했다.
당시 애플망고는 제주도 지역 일부 농가에서 재배되고 있었다. 특히 애플망고는 제주도라는 한정적인 지역과 유통 과정에서 해로를 거쳐야 하는 특성때문에 일반 소비자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과일로 여겨지고 있었다. 박씨는 내륙의 애플망고 재배가 유통과 신선도 측면에서 차별화를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농장에서의 애플망고 재배계획을 세웠다. 이 같은 계획을 세운 끝에 농장에 묘목들을 식재하고 6년차가 된 시점인 2018년부터 시장에 영광산 애플망고를 선보일 수 있게 됐다.
망고야농장의 애플망고는 기존 시장에 유통되던 '아윈'종을 농장에서 직접 연구하고 개선한 끝에 만든 '홍망고'다. 먼저 화려한 색으로 주목을 받는 애플망고인 만큼 기존 아윈종보다 열매의 색감이 투명하고 진하다. 또한 기존 아윈 품종 과실(340g~450g)보다 무게가 무겁고 다양하다. 500g~1.5kg까지 선택의 폭이 높다. 당도 또한 18~20브릭스에 달할 정도로 높다. 이 같은 특성을 지닌 농장의 애플망고는 2018년 출하 이래 현재까지 매년 10억원(묘목 연매출 10억원)에 이르는 매출을 가져다주고 있다.
농장은 애플망고 출하와 함께 내륙 특성과 재배에 알맞는 특성을 가진 묘목 개량에도 앞장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묘목의 키를 낮춰 과수 수확에 부담이 없게 하는 것이다.
망고나무는 키가 큰데다 가지가 원형으로 뻗는 특성에 따라 사다리를 타고 올라야만 열매를 딸 수 있다. 이에 따라 인부의 위험부담이 생기면서 인건비가 추가로 든다.
농장에서 개량한 묘목은 분재 묘목을 기르는 방식을 도입해 과수의 높이를 사람의 키 정도로 낮춘 한편 생산성은 그대로 유지시켰다. 농장은 현재까지 6년째 묘목을 보급해고오있는 한편, 이렇게 개량한 묘목을 들여 수익을 창출하는 농장들이 현재 제주도 150여곳과 내륙 80여곳 등 전국 230곳에 달한다.
박씨는 "현재 애플망고 재배 면적을 넓히는 등의 작업을 진행중이다. 이로 인해 과실을 출하해 얻는 수입은 내년부터 평년 대비 30% 오를 것으로 보인다"며 "또한 농장에서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통중인 애플망고 종자의 99%를 확보해둔 만큼 묘목 연구 개발에도 앞장서 2,3세대 영농인 발굴에도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영주기자 lyj2578@srb.co.kr·영광=한상목기자
장래희망이 농사꾼? 이젠 아버지도 흐믓
박민호 영광 망고야농장 대표
"어렸을 적 장래희망을 '농사꾼'으로 정하자 주변으로부터 '꿈이 작다'며 놀림을 받았던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모두에게 떳떳한 농사꾼이 돼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박민호 망고야농장 대표는 올해로 농업에 뛰어든 지 11년차를 맞은 '농사꾼'이다. 농장을 운영해온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어렸을 적부터 농업에 뜻을 품고있었던 그는 세월이 흐른 현재 연매출 20억여원의 애플망고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점차 변하는 기후환경과 농업트렌드를 읽어낸 끝에 아열대작물을 도입한 성과다. 어엿한 농업경영인으로 자라난 그는 현재의 성과에 대해 "고민과 발전이 매번 필요한 시기"라고 답했다.
박 대표는 본격적인 애플망고 농업에 뛰어들기 전 아버지와 함께 현재의 농장에서 파프리카를 재배했다. 그러나 2010년부터 2~3년동안 이어진 농산물 가격 하락과 인건비 상승이 겹치면서 농장 경영이 악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파프리카로는 이전과 같은 수익 창출이 어려워진 것을 느낀 그는 고민에 빠졌고, 곧장 아버지의 경험이 떠올랐다.
박씨의 아버지 또한 IMF 이전에는 현재의 농장에서 토마토를 재배했었다. IMF로 인한 수익 악화는 박씨의 아버지에게 파프리카로의 작물 전환을 고민하게 만든 계기가 됐다. 고민 끝에 내린 토마토에서 파프리카로의 작물전환 결정은 당시 성공을 거뒀었다.
이 같은 아버지의 경험에 빗대 아들도 모험을 결심했다. 점차 아열대로 변하는 우리나라의 기후와 이에 맞는 고소득 작물을 찾은 끝에 애플망고가 눈에 띈 것이다.
애플망고 도입 초기에는 갖은 불상사도 겹쳤다. 당시 국내에 모종이 없었던 애플망고는 외국에서 이를 전량 수입해야 했다. 수입 과정에서 모종이 얼어죽거나, 여러 사유로 인한 수입이 금지되는 경우를 겪으면서 많은 재산 손실을 입기도 했다. 겨우 모종을 들여와 농장에 심어도 문제는 이어졌다. 당시 국내에 애플망고 재배 전문가가 없었던데 따라 극소수의 농장들이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재배를 하고있었기 때문이다.
박대표는 충분한 모종이 확보된 후 우리나라의 기후에 맞는 재배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애플망고 모종의 뿌리가 습도 등에 취약한 점을 파악한 그는 다양한 시도 끝에 '활착율 증가 단근 육묘법'을 개발해 적용시켰다. 이 같은 3년간의 재배 시험 끝에 당시 주로 유통되던 '어윈' 품종을 개량한 '홍망고' 종을 생산하기 시작한 한편 양질의 모종을 전국 각지의 애플망고 농장에 보급하고 있다.
향후 박씨는 애플망고의 생산 주기를 연중으로 확대하는 한편 해외 수출 판로를 틔울 방침이다
박씨는 "'농사꾼'이 된 저를 바라보며 아버지께서 흐뭇해하신다. 현재의 제가 있기까지 가족이 큰 힘이 돼줘 고맙다"며 "향후 홍콩 등지의 수출 판로를 확보해 국내 소비자들은 물론 해외 소비자들의 입맛까지 사로잡고 싶다"고 밝혔다.
이영주기자 lyj2578@srb.co.kr·영광=한상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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