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진실 밝히는 공적 영역
조현오·지만원 등도 실형 선고
1980년 5월 무고한 시민들을 향한 신군부의 헬기사격을 목격한 고 조비오 신부의 증언을 거짓이라고 폄훼한 전두환에 대한 형사재판 1심이 마무리 단계에 돌입하면서 판결 수위에 관심이 집중된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보수논객 지만원과 전 경찰청장이었던 조현오가 故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등의 명예를 훼손해 각각 실형을 선고받았던 선례가 이번 판결의 기준이 되어야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이번 사안이 역사적 진실을 밝히는 공적 영역이라는 점, 5·18민주화운동을 비방하거나 폄훼하고 사실을 왜곡할 경우 최대 7년의 징역에 처할 수 있는 이른바 '한국판 홀로코스트 부정 처벌법' 등 법적 제재 마련이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무게감 있는 판결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두환에게 적용된 혐의는 사자(死者) 명예훼손죄다. '사실 혹은 허위사실'을 적시해 누군가의 명예를 훼손하면 처벌받는 일반 명예훼손과 달리 사자명예훼손은 '허위사실'을 적시해 고인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 성립된다.
따라서 이번 재판의 쟁점은 전두환의 회고록 내용이 허위사실인지, 이를 작성할 당시 허위사실임을 알고도 고의로 썼는지 등 2가지다.
전두환은 자신의 회고록에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이 있었다고 살아 생전 폭로한 조 신부에 대해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썼다. 이번 재판을 이끈 핵심 문제 표현이기도 하다.
문제는 회고록 출간 시점인 2017년 4월 이전인 2017년 1월에 이미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헬기 사격이 사실'이라는 내용의 감정서를 내놓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해당 서술은 허위사실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전두환이 이러한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 할 수도 있지만 그간 재판 과정에서 헬기 사격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데 집중했던터라 '고의성' 문제 기피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올 초 보수논객 지만원은 영화 '택시운전사'의 실존 인물을 '빨갱이'라고 지칭해 사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등 5가지 명예훼손 혐의 1심 판결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앞서 지난 2013년에도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허위 사실을 퍼트린 혐의로 기소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지난 2014년에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차명계좌를 거론하는 등 허위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조현오 역시 징역 8월을 선고받은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국민과 비판하는 국민 사이에 국론을 분열시켰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전두환 회고록 관련소송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인 김정호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역사적 사안에 대한 심각한 왜곡, 이로 인한 피해 회복 지연, 국민 분열 조장, 사법기관 및 경찰 등 사회적 비용 지불 등 공적인 영역을 다루고 있는 만큼 일반 명예훼손 사건과 결이 다르다"면서 "조현오, 지만원의 사례처럼 이번 사건도 그에 준하는 실형 수준의 처벌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주현정기자 doit85@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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