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광고비로 과태료 ‘충당’
지난해 27억, 올 상반기 10억
절반 미납…안내고 버티기도
지자체 막대한 예산 불구 한계
광주가 불법 현수막 '홍수 도시'로 전락한 것은 단속인력 부족과 솜방망이 처벌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더욱이 전체 불법 광고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아파트 분양 및 주택 건립을 위한 조합원 모집의 경우 업체들이 과태료 부과 조치를 감수하고 있는 점도 불법 천지의 배경으로 꼽힌다.
불법 현수막은 도시미관 저해와 안전 위협은 물론 현혹적인 문구나 거짓 광고가 대부분이어서 최대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 몫인데도 행정기관의 강력한 제재가 뒤따르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29일 광주시와 5개 자치구에 따르면 지역에서 한 해 수거되는 불법 현수막은 수 십만개 수준이다. 지난해에는 47만3천여개, 올해에도 상반기에만 9만3천여장이 단속됐다. 이중 상당수는 아파트 분양 대행업체가 내건 것으로, 이들에게 부과한 과태료도 매년 수십억원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는 27억5천169만8천원, 올해는 상반기까지 10억4천976만4천670원 규모다.
하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 부과된 과태료를 내지 않는 업체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당장 올해 상반기에 부과된 과태료 가운데 서구 28%, 남구 45%, 북구 50%, 광산구 49% 등만 납부가 완료됐을 뿐이다.
심지어 서구의 한 업무 대행사와 지역주택조합 등 4곳은 2016년과 2018년 부과된 과태료 1천286만원을 아직까지 내지 않아 주요 체납자로 분류되기도 했다.
광주시는 지역내 불법 현수막 근절을 위해 오는 10월까지 대대적인 정리 사업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27억4천만여원을 투입해 430여명 규모의 전문인력을 구성, 철거작업을 벌인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불법 현수막 수거 보상비용으로도 연 2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단속인원 부족, 주말 단속 공백 등의 한계로는 도심 곳곳에서 시시각각 벌어지는 불법 행위에 맞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인 점을 감안, 주민들의 힘을 빌어 이를 해결해 보겠다는 취지로 꺼내든 카드다.
하지만 다양한 대책에도 불구하고 불법 현수막 근절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은 대부분이 수거에 방점이 찍힌 '사후약방문'격이기 때문이다.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행 옥외광고물관리법에는 지정 게시대를 벗어나 붙이는 현수막은 건당 25만원 안팎의 과태료가 부과된다고만 명시돼 있다. 문제가 되는 대규모, 상습적 현수막에 대해서는 형사고발 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지만 이러한 법적 조치는 음란, 퇴폐, 사행성 등을 노골적으로 담을 때만 가능한 상황이다.
과태료 부과 역시 업체 피해로 이어지지 않는 점도 문제다. 전국 아파트연합회 광주시지회 한 관계자는 "불법 현수막 과태료는 아파트 분양 대행사나 시행사가 내지 않는다. 업무추진비 속 광고비 등으로 감당하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귀띔했다.
최근 광주 서구의 한 주택재개발조합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도 "조합원 등 분양모집 성공 여부가 문제였지 광고물 과태료를 걱정한 적은 없었다"면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은 모두 업무추진비로 처리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업무추진비 상승은 자연스럽게 분양가 인상요인으로 연결된다.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과태료가 조합원 부담으로 전가되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장 단속 공무원들 역시 억대의 벌금 부과에도 불법 현수막이 근절되지 못하고 있는 배경으로 '홍보비'를 꼽았다. 조합원 등 분양 모집 성공에 방점이 찍히면서 부과된 과태료는 업무추진비로 갈음하면 된다는 식의 인식이 파다하다는 것이다.
시민들은 "도심 곳곳에 떼어내면 붙이고, 떼어내면 붙이고 해도 해도 너무 한다"면서 "주말이나 늦은 밤이면 도시 전체가 불법 현수막으로 도배되고 있는데도 행정기관은 도무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충섭기자 zorba85@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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