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사망에도 연차 못 쓰고
다시 돌아가 야근 근무 하는 형편
온 가족 뿔뿔이 흩어져 연락 뚝
“아들같은 희생자 다시는 없어야”
"다시 회사로 돌아가 야근을 해야 합니다. 비정규직이라 연차를 쓸 수 없어서 반장에게 사정을 말하고 근무시간을 바꿨습니다. 아버지지만 연락도 잘 못하고 살고…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고 김재순(26)씨의 아버지(52)는 25일 강현철 광주지방고용노동청장에 요구사항을 전달한 후, 다시 일을 하러 충남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손가락 한 마디가 없고, 뼈가 가죽을 뚫을 듯 튀어나온 왼손을 연신 오른손으로 가리는 모습을 보고 기자가 묻자 김씨는 "2002년에 일하다 산재를 당했다"고 했다. 아버지 김씨도 열악한 산업 현장에서 일하는 한 명의 노동자였다.
아들 재순씨는 지난 22일 광주 광산구 한 폐기물 처리 업체에서 일하다 파쇄기에 미끄러져 숨졌다. 재순씨는 2018년도께 입사해서 중간에 2개월을 쉰 것을 빼고 2년 가까이 정규직으로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원수가 10명인 작은 회사는 7명의 현장직과 3명의 사무직이 있었다. 현장직인 재순씨는 수지 파쇄기에 이물질이 끼자 이를 밀어 넣으려다 그만 파쇄기로 떨어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원래 파쇄기 작업을 담당하던 동료는 출장중이었고, 재순씨는 안전장비 없이 홀로 일하다 10분만에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재순씨의 시신은 참관할 가족과 친지도 없어 장례 하루만에 화장됐다. 김씨는 갑작스런 아들의 죽음을 장례가 끝난 뒤에야 알았다.
김씨는 "경황이 없어 생각나지 않았다는 둘째의 연락을 통해 어제(24일) 들었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고 오늘 아침 열차를 타고 충남에서 광주로 왔다"고 말했다.
김씨의 가족은 뿔뿔이 흩어져 살았다. 재순씨가 어릴때 부부는 이혼했고 재순씨는 잠시 작은아버지에 맡겨졌다. 재순씨의 동생도 떨어져 살았다.
재순씨는 성인이 되자마자 일거리를 찾아 나선 것으로 여겨지지만 그의 생애를 정확히 기억하는 이를 찾기 어려웠다. 그의 아버지도 충남 한 업체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면서 가족들에 신경쓰지 못했다. 2002년에는 산재를 당해 왼손을 다쳤다.
재순씨에게 마지막으로 연락한 것이 지난해 6월로, 정처없이 떠돌던 아들이 광주에 정착했다는 말을 듣고 "잘했다"고 말했다고 한 것이 전부였다.
가족이라는 의식조차 희미해질 무렵 아들의 죽음이라는 형태로 찾아온 가장의 책임감에 김씨는 조심스러워했다.
김씨는 "한때 우리 가족도 잘 살았던 적이 있었다. 그렇지만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가족들을 잘 챙길 수 없었다"며 "연락도 잘 하지 못했고…이런 자리에 왔지만 아들에 대해 뭐라고 말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와 함께한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재순씨의 죽음을 두고 검찰이 과실사로 사건을 지휘하고 있고, 사업주도 과실사를 주장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또 작업자가 접근하면 기계가 멈추는 등 수지 파쇄기가 갖춰야 할 안전 및 방호장치를 사업주가 설치하지 않았고, 재순씨의 단독 작업을 방치하면서 인명 피해를 낳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4년에도 목재 파쇄기에서 인명 피해가 있었다고도 밝혔다.
김씨는 "사업주는 나에게 매우 죄송하다며, 그렇지만 아들의 죽음은 과실사라고 했다"며 "바라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저 아들이 왜 죽었는지 알고 싶고 아들 같은 희생자가 없길 바랄 따름이다"고 말했다.
서충섭기자 zorba85@srb.co.kr
- 광주 공공배달앱, 대형 플랫폼 사이서 살아남으려면? 광주지역 공공배달앱 '위메프오' 광주시가 지역 소상공인의 경영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난 2021년 민관협력 방식으로 공공배달앱 '위메프오'를 선보인 가운데 최근 '땡기요'를 추가 도입해 경쟁에 불을 붙였다.하지만 앞선 '위메프오'가 민간기업보다 저렴한 수수료 등 이점에도 민간 배달 플랫폼 사이에서 눈에 띄는 이용률을 보이지 못한 실정이라 서비스 편의 개선, 인지도 향상 등 근본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29일 광주시에 따르면 지난 2021년 7월 공공배달앱 '위메프오'를 도입한 데 이어 지난 21일부터는 '땡겨요'를 추가해 총 2개 운영사에서 공공배달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소상공인들의 경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공공배달앱을 추가함으로써 플랫폼간 경쟁체계를 만든 것이다.추가된 공공배달앱 '땡겨요'는 신한은행이 지난 2022년 1월 정식 출시해 전국 가맹점 13만여곳과 3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서울시, 서울 각 자치구, 충북도, 세종시 등과도 협약을 맺고 공공배달앱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현재 위메프오와 땡겨요에 등록된 지역 가맹점 수는 각각 9천459개소, 2천96개소다.앞서 광주시와 공공배달앱 운영사들은 위메프오와 땡겨요가 모두 광주상생카드 결제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으며 가맹점 중개수수료가 2%로 민간기업의 최대 7%에 달하는 수수료보다 훨씬 저렴한 것으로 홍보해왔다.또 땡겨요는 가입비 당일정산 서비스, 한눈에 장부관리 서비스, 매장식사 기능 도입 등을 지원하고 위메프오도 첫 구매 할인, 프랜차이즈 할인, 결제금액 1% 페이백을 지원한다.하지만 앱을 이용하는 점주들이나 광주시민들 사이에서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한 실정이다.광주지역 공공배달앱 '땡겨요' 광주 공공배달앱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점주들은 사용 시 시스템상 불편함이 있었거나 주문량이 타 앱보다 극히 적어 기대감이 떨어졌고 이용 고객들도 앱 이용 시 불편, 적은 입점 점포 수 등을 이유로 손이 잘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광주 동구에서 제과점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위메프오를 사용해본 경험이 있지만, 현재는 배달앱으로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만 등록해뒀다. 위메프오를 사용했을 당시 알림소리가 작고 시스템 사용이 불편했으며 무엇보다 타 앱에 비해 주문량이 현저히 적었다고 했다.지역한 한 전통시장 상인회장도 공공배달앱 초기에는 상인들이 이용하려고 했었는데 민간 플랫폼에 비하면 10분의1 수준으로 주문량이 적어 이용률이 많이 줄었다고 설명했다.또 광주 북구에서 분식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는 C씨는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3개 앱을 이용하고 있는데 이번에 추가된 땡겨요는 써볼 의사가 있다"며 "주로 쓰는 플랫폼을 계속 쓸 것이라는 생각에 새로운 시도를 덜 하게 되기도 하고 공공배달앱을 모르는 손님들이 많아서 홍보가 더욱 활발하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이어 "배달의민족은 수수료가 부담되긴하지만 쿠팡이츠도 그렇고 배달기사들이 지정돼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공공배달앱도 무조건 할인 이벤트만 할 게 아니라 서비스 이용 개선이나 홍보,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필요한 시스템이 무엇인지 조사해서 개선해나갈 필요가 있겠다"고 덧붙였다.위메프오에서 배달 음식 주문 경험이 있는 최모(31)씨는 "음식을 주문했는데 배달이 너무 안 와서 가게에 전화하니 사장님이 위메프오에서 주문이 들어온걸 모르고 계시기도 했고 한번은 결제 오류로 문의를 하려는데 상담 진행이 느렸다"며 "문의사항이 비교적 빠르게 해결되고 입점 매장 수도 많은 대형 플랫폼을 주로 사용하게 됐다"고 말했다.이와 관련 광주시는 온·오프라인 홍보 계획이 있으며 개선사항이 접수되면 플랫폼 운영사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배달앱 안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광주시 관계자는 "엘리베이터 홍보 영상 제작하고 있고 버스쉼터 광고 등 예정된 온·프라인 홍보들이 있다"면서 "공공배달앱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으며 지난해 위메프오에서는 이용 고객들을 대상으로 개선사항을 조사했고 시로 불편사항이 접수되면 운영사로 전달하는 등 이용자들의 편의를 위해서도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승희기자 wlog@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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