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대금 지급 과정서 가품 드러나
4억 이미 지급···6억원 지불 남았지만
法 “속임당한 계약 잔금 줄 필요없어”
유물 매도자에게 속아넘어가 체결한 10억원 규모의 매매계약에 대해 취소와 함께 잔금을 줄 필요가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사기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다'는 현행 민법(제 110조 1항)을 감안해 계약 취소에 따라 매매대금을 치를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최근 광주고법 민사 3부(부장판사 김태현)는 유물 매도자 A씨 등이 고흥군을 상대로 제기한 '매매대금 지불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 부부는 지난 2015년 11월 ▲윤봉길 의사의 유묵 ▲안중근 의사의 족자 ▲도산 안창호 선생의 시문 ▲김구 선생의 서신 ▲독립운동가 조완구 선생의 서신 ▲독립운동가 조경한 선생의 서첩 등 유물 6점을 고흥군에 10억원에 넘기는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유물을 넘겼다. 당시 고흥군은 그해 개관이 예정된 덤벙분청문화관에 국가 보물 지정가치가 충분한 애국지사들의 유물을 보존·전시할 계획이었다.
고흥군은 A씨 부부와 매매계약을 체결한 뒤 곧장 매매대금 중 4억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머지않아 진위 논란이 제기되면서 나머지 잔금 6억원을 지급하지 않고있는 상태였다. 이에 A씨는 고흥군에 매매계약에 따른 잔금을 내놓으라며 소송을 제기했었다.
1심 당시 재판부는 "각 유물이 진품이 아니라면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당시까지 밝혀진 윤봉길 의사 유묵이 진품이 아닌 점을 들어 일부 계약 해제 사유를 반영했다. 이에 고흥군이 잔금 6억원 대신 1억3천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진행된 항소심에서 결과가 뒤집혔다. 고흥군이 잔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이 나오면서다.
항소심 재판부는 "고흥군이 A씨 등에게 각 유물 출처와 진위 여부 등에 관해 기망(欺罔·속임) 당해 계약이 체결됐다"고 판단하며 "고흥군이 A씨 등에게 속아 체결한 매매계약은 취소가 적법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계약 체결무렵, A씨 부부 등이 갖고 있던 윤봉길 유묵, 안중근 족자, 안창호 시문, 김구 서신, 조경한 서첩은 모두 모조품이었다"며 "그외 김구 서신, 조완구 서신, 조경한 서첩은 1천만원 정도에 구입한 것에 불과하고 나머지 서예 작품들은 출처가 분명하지 않거나 진품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법원은 '사기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다'는 현행 민법(제 110조 1항)을 감안, 해당 매매계약의 경우 고흥군이 취소의사표시가 기재된 재판 준비서면이 A씨 등에게 송달된 시기에 적법하게 취소됐다고 밝혔다. 이영주기자 lyj2578@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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