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돌아가는 꼴이 말이 아니다. 어정쩡한 의·약분업으로 국민들의 불편이 두달넘게 계속되고 있고 집권당 당직자들에 의해 새어나온 ‘선거 개입’설은 정치권을 극한의 싸움판으로 몰아 넣었다. 어디 그뿐인가. 새 정부들어서는 절대 없으리라던 대형 금융비리가 터지고, 정권의 심장부나 다름없는 대검찰청 공안부의 수사문건이 밖으로 새나가 정치공방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참으로 딱하다. 짜증도 나고 불쾌하다. 실타래 얽히듯, 얼키고 설킨 정치판의 싸움이야 으례 “그렇고 그런 사람들이려니…”해서 넘어간다손 치더라도 나라살림을 통째로 IMF(국제통화기금)에 넘겨줘야했던 금융부실의 주범인 권력형 금융비리가 국민의 정부에서도 터졌다니 글쎄 국민들은 누굴믿고 살아야 할지 가슴이 답답하다. 끝없이 이어지는 고달픈 개혁으로 ‘개혁피로 증후군’이라는 조어(造語)까지 나도는 판에 “청와대 00수석이다”는 말한자리에 몇 백억을 대출해줬다는 신문보도는 우리의 마음을 슬프게 한다. 우리의 사회의식 수준이 아직도 이뿐인가? 금융권은 그토록 혼쭐이 나고서도 권력앞에 그처럼 무기력해질 수가 있는가? 누굴믿나? 국민들 허탈 관련 당사자들 서로가 부인하고 있기에 정확한 진상이야 수사를 통해 나중에 밝혀지겠지만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수백억원의 빈자리는 무엇으로 매꿔야 할지…. 부어도 부어도 밑빠진 독처럼 계속 공적자금을 쏟아 부어야 했던 부실은행들…. 이번에 발생한 부실도 월급쟁이들이 낸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는걸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대형 금융비리의 표본인 한보사태때 김대중대통령은 야당 총재였다.97년 3월에 터진 한보사태에서 당시 김대중총재는 ‘관치금융의 체제아래서 약자입장의 은행은 억울한 점이 많기에 그런 약자보다는 은행에 압력을 넣고 뇌물을 챙긴 그런사람들을 응징해야 한다’는 요지의 발언으로 관치금융의 폐해를 개탄했다. 그러한 생각때문에 김대통령은 당선된 뒤에도 이같은 관치금융의 폐해가 없도록 강력하게 주문했다. 나라경제가 IMF에 맡겨진 상황에서 구조조정 등을 위한 불가피한‘관치’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인사나 대출 등은 가급적 자율에 맡기도록 했다. 그러나 그러한 의지와는 달리 ‘관치 기피증’에 걸린 통치자 밑에서 또다시 관치금융의 망령이 되살아났다니 이게 될말인가? 권력의 맛은 경험해 보지 않고는 모른다고 했다. 권좌에 앉아본 사람만이 그 맛을 안다는 말이리라. 지난 92년 대선때 부산의 초원복국집에서 김영삼대통령후보 운동원인 김기춘 전 법무부장관이 부산시내 기관장들에게 했던 말은 권력의 진수를 설명하는 명언이다. “장관한번 해보라, 그 맛이 어떤지. 권력의 맛은 누려본 사람만이 안다” 변하기 어려운 권력의 속성 탓일까? 문제가 되고있는 한빛은행 관악지점에 청와대 행정관이 찾아가 지점장에게 자기 형의 대출을 부탁하자 그 지점장은 법망을 피해갈 수 있는 불법대출 방법을 자세하게 가르쳐 줬다고 한다. 현 정권의 실세장관 조카뻘이라는 말에 그 지점장은 열을 올려가며 더욱더 친절하게, 적극적으로 가르쳐 줬을 것이다. 서민들이 단돈 천만원만 빌리려해도 신용상태 운운하며 담보물건을 내놓으라는 은행이 권력앞에서는 이처럼 나약해지다니…. 변하지 않는 권력의 속성 그런데 어찌된게 이번 사태의 전개가 옷로비사건을 닮아가려 한다.청와대 행정관 출신의 박모씨 형제에 대한 대출비리에 대해서 청와대 사직동팀이 내사를 벌이자 신용보증기금 지점장 이모씨가 사표를 내고 잠적을 해버렸다. 그리고 그는 양심선언을 통해 현직 실세장관의 이름을 거명하면서 그 장관의 개입을 주장했다.이는 곧 정부에 엄청난 부담을 주고 있다. 실세장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의혹의 농도가 짙어만가는 금융대출비리… 이 사건을 하루빨리 수습해야 한다. 수습이라는 말은 제대로 수사를 하고 진상을 밝히라는 것이다. ‘관치’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데도 검찰은 제대로 수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외압의 당사자가 실세장관이라는데서 그러는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은 김대통령에도 도움이 되지않고 당사자인 실세장관에도 도움이 되질 않는다. 압력을 받아 대출해준 장본인들이 있기 때문에 어차피 진상은 드러나게 돼 있지 않는가? /발행인·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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