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어머니집 방문 30분간 면담
‘과거사 사과’ 하토야마 책 전달
어머니회 “전두환 골프와 비교”
<속보>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53)씨가 지난 8월에 이어 다시 광주를 찾아 피해자들에게 5·18 진상규명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8일 오월어머니집에 따르면 노씨는 지난 5일 오후 2시 광주 남구 오월어머니집을 방문했다.
사전에 통보 없는 방문이 30분간 있었다고 어머니집 측은 전했다.
미주 민주평통 부의장 등 3명과 함께 어머니집을 찾은 노씨는 “아버지께서 말을 못 할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으시다”며 “평소에 아버지는 광주 시민들의 명예를 회복시켜야 하고 그 희생을 치유해야 한다고 자주 이야기하셨는데 제가 그 뜻을 전달하고 싶어서 찾아왔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어 “한국 민주화를 위한 어머니들의 희생과 노고가 매우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리고 과거 서대문형무소를 찾아 무릎 꿇고 일본 식민지배에 대해 사죄한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의 책 두권을 선물로 전하며 사죄의 뜻을 에둘러 표현했다.
또 과거 어머니인 김옥숙 여사가 1988년 망월동 5·18 묘역의 이한열 열사 묘비를 극비리에 참배할 당시 촬영한 사진도 가져와 보여줬다.
오월어머니집 회원들이 모두 여성이시니 여성인 누나 노소영씨가 방문하는 것도 좋겠다고 수행원들과 이야기했다고도 전했다.
이에 오월 어머니집 회원들은 “지난 3월 전두환이 광주에 내려왔을 때 사죄하고 갔으면 좋았는데 가슴에 못박는 언행만 하고 갔고 지금도 골프나 치러 다닌다”며 “그런 진실하지 못한 자세와 비교되는 모습이다”고 덕담을 전했다.
그러나 5·18에 대한 사죄는 철저한 진상규명이 된 이후의 일이라고 분명히 했다.
오월어머니집 관계자는 “가해자 중 유일한 사죄 메시지에 우리도 뜻깊게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광주문제 해결 5원칙은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명예회복, 배상, 기념사업으로 정하고 있다. 무작정 사과하기보다 진상규명 결과에 따라 자신이 저지른 무엇에 대해 사과한다고 할 때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이같은 오월어머니집 회원들의 뜻에 대해 노씨는 “(진상규명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노씨는 신군부의 책임을 부정했던 노 전 대통령 회고록에 대해 개정판 논의가 필요하다고 수정 가능성을 수행원들에게 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씨는 앞서 오전에는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를 찾아 김대중 전 대통령 기념전시관을 둘러보고 김 전 대통령이 교도소 복역 당시 입었던 수형복과 성경을 응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념관 방명록에는 ‘큰 뜻을 이어가겠습니다’고 적었다.
한편 노씨는 지난 8월 신군부 관련자 및 가족으로는 최초로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해 윤상원·박관현 열사를 추모했다. 당시 방명록에는 ‘희생자와 유족분들께 사죄드리며 5·18의 정신을 가슴 깊이 새기겠습니다’고 적기도 했다.
서충섭기자 zorba85@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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