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이성 모두 어루만져
이해도 높이는 쉬운 설명
지역 특성 녹여내 '친근감'
파빌리온을 만나다 ③이탈리아
전시관으로 들어서자마자 '딱딱'거리는 리듬감 있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 소리는 조개들이 입을 벌렸다 닫았다하는 소리로 100여개의 조개들은 영산강의 수질 데이터를 악보 삼는다.
광산구 운수동 동곡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이탈리아 파빌리온에 설치된 작품 'CLAMS'다. 이번 이탈리아 파빌리온 '잠든 물은 무엇을 꿈꾸는가?'는 5명의 작가들이 인간 중심적 시각에서 벗어난 작품을 선보인다. 대부분 광주와 한국 내의 환경을 배경으로 만들어져 친근감을 더하고 시각적으로도 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작품도 이해하기 좋다. 어렵다면 작품 설명을 보면 된다. 작품 설명 대부분이 이해하기 쉽게 구성된 것이 장점이다. 생태적 메시지가 많다보니 아이와 함께 와서 즐기기도 좋다.
입구에 설치된 'CLAMS'는 이탈리아관의 장점을 모두 보여주는 작품 중 하나다.조개는 자연에서 여과기 역할을 하는데 이에 초점을 맞춰 로봇조개 설치작품을 만들었다. 수질 계측기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리를 만드는 작품으로 이번 작품은 광주의 젖줄인 영산강의 수질 데이터가 소리를 만들어낸다.
우리 지역 공예가들과 협력해 만든 옹기 항아리 작품 또한 메시지가 뚜렷하다. 본 전시 주제와 맞닿기도 한 이 작품은 약해보이지만 시간이 흘러도 끈덕진 흐름으로 결국 항아리를 침식시키는 물의 힘과 그로부터 오는 진화 가능성을 들여다본다. 실제 이 옹기들은 제작한 이후 용추폭포 등 광주, 전남의 강가나 폭포에서 물의 흐름을 견딘 후 비로소 완성됐다.
이러한 물의 속성을 통해 5·18민주화운동 속 민중의 약해보이지만 견고하고 끊기지 않는 싸움의 힘을 은유한다. 옹기가 9개인 까닭도 1980년 5월 9일간의 항쟁을 기리기 위함이다.
하얀 석고조각에 나무가지, 가리비 껍데기, 알루미늄이나 유리 조각 등이 붙어 하나의 몸체를 이루는 작품과 커다란 자연 속 벌거벗은 인간의 움직임을 담아낸 작품, 용 같기도 생선 같기도 한 설치작품은 생소한 풍경을 만들어내며 결국 인간도 결국 자연과 하나라는, 모든 생태계의 생존을 위해서는 공존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발렌티나 부찌 아트디렉터는 "이번 이탈리아 파빌리온은 아시아 지역에서는 최초로 선보이는 형식의 전시로 우리 이탈리아의 예술적 영역을 맛볼 수 있다"며 "이번 파빌리온은 현학적이기 보다 시적이고 암시적 방식을 통해 관람객들의 이성과 감성 모두를 어루만질 것으로 기대한다. 관람객들이 무한한 영감을 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파빌리온은 제14회 광주비엔날레가 열리는 7월9일까지 이어진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 친환경·보편 가치···사회적 책임 전시에 녹여낸다 친환경 소재인 허니콤보드를 이용해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작품을 설치하고 있는 모습. 기업 등에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ESG경영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제10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도 사회적 책임을 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에 나서 눈길을 모은다.광주디자인진흥원은 9월7일 개막하는 제10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지속 가능성과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ESG 개념을 강화했다고 20일 밝혔다.ESG는 환경(Environment)·사회적 가치(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을 뜻하는 말로 친환경, 사회적 가치 제고 등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한 노력을 담고 있다.이에 따라 제10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전시 공사를 친환경, 폐기물 최소화를 키워드로 전개하고 있다. 플라스틱 소재 등의 사용을 대폭 줄이고 폐기자재를 재사용하는 방식이다. 전시관 가벽은 목재나 석고보드 사용을 절반 가량 줄이고 친환경 허니콤보드, 나무팔레트, 목재 하우스 모듈 등으로 대체해 폐기물을 최소화했다.허니콤보드는 종이 소재의 벌집 모양으로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사용하지 않은 친환경 소재다. 전시장 가벽과 전시대, 조형물로 활용된다. 전시 연출에 사용되는 목재 하우스 모듈은 분해와 조립이 용이해 전시 폐막 후에도 다른 전시 등에서 재사용이 가능하다.또 광주비엔날레에서 사용한 목재의자 등 폐기자재 30여개를 재사용했으며 나무팔레트를 전시 연출에 활용하며 폐기물을 줄이고 예산도 절감하는 효과를 거뒀다.사회적 가치에 중점을 둔 전시 콘텐츠도 선보일 계회기다.비엔날레전시 4관에서 선보이는 비즈니스관에는 세계3대 디자인 어워드인 독일 IF 디자인어워드와 함께 사회, 인류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디자인 솔루션을 제안한다.IF 디자인어워드 소셜 임팩트 분야 수상작 가운데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한 '오프-그리드 솔루션'.IF의 소셜 임팩트 프라이즈 분야(사회공헌과 지속가능성 주제) 공모전 수상작 가운데 씻기 등 위생·건강 관리를 습관화하기 위한 적응형 게임 '축구를 통한 보건교육'(우간다의 와토토 와소카), 세상의 평화와 청년들의 참여를 위한 미디어 'Peace Pekee'(케냐의 슈자츠 잉크), 굶주림 극복 식사 제공 프로그램 등이 그것.뿐만 아니라 도시의 쓰레기 분리수거·분류 프로그램(아르헨티나), 지속가능한 물 이용 프로젝트(미국), 소외지역의 에너지 공급 프로젝트(독일), 인공 손가락 'Lunet'(미국 휴스턴대), 지진 대비 사람카운팅 시스템(튀르키예) 등 12개국 디자이너와 기업들이 인류의 난제를 고민한 20여 점의 디자인 솔루션을 들여다 볼 수 있다.비엔날레전시 2관의 라이프스타일관에서는 '나의 친환경'존을 통해 디자이너 필립스탁, 에메코, 쿠이지와 스튜디오5.5 협업으로 PET 등 플라스틱 재활용 소재를 적용한 세컨드라이프 의자를 저닛한다.이밖에도 머티어리얼 앤 디자인·스튜디오 얼라이브·허동규 디자이너가 협업해 나무 소재의 버진펄프를 활용한 디자인,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만든 패키지 등 지속가능한 제품디자인들을 선보인다. 나타샤(Natacha)의 나무밥솥, 디자인 뮤의 미생물 음식처리기 '파이널키친', 재고 방호복을 재활용한 조명 등 제품디자인도 사고의 전환을 선사한다.광주디자인진흥원은 사회적 가치 실천을 위해 광주·전남지역 백혈병소아암 어린이 환자들이 건강하게 성장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디자인비엔날레 관람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취약계층, 중증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해 무료 관람도 계획 중이다. 중증장애인은 물론 보호자(1명)도 무료 입장할 수 있다.송진희 광주디자인진흥원 원장은 "이번 전시는 시대의 화두이자 이슈인 ESG, 지속가능성을 강조하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며 "멋지고 의미 있는 디자인이 우리 삶과 사회, 미래에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한편 제10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Meet Design(디자인을 만나다)'를 주제로 9월 7일부터 11월7일까지 62일간 비엔날레전시관을 비롯해 광주 일원에서 열린다. 본 전시 뿐만 아니라 특별전, 연계·기념전, 국제학술행사, 디자인 체험·교육·시민참여 프로그램, 해외바이어 초청 수출 상담회, 디자인마켓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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