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해진 날씨와 깊어진 하늘이 어느덧 가을의 냄새로 가득하다. 물들어가는 단풍과 억새, 청명한 코발트색 하늘, 코트로 한껏 멋을 부린 사람들, 한적한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가을 음악들, 가을을 대표하는 낭만은 언제나 한결같다.
2020년의 시작이 엊그제 같은데 올해도 2달 남짓한 시간만이 남았다. 언제나 기대와 설렘으로 시작되는 연초와 다르게 한해를 헛되이 보냈을지 모른다는 막연한 아쉬움과 후회는 쌀쌀해진 아침저녁의 기온 만큼 온몸을 감싼다. 오래전 친구들과 10월의 마지막 밤이 더 이상 낭만으로 느껴지지 않을 시기가 언제쯤일까 토론 같은 대화를 한 적이 있었다.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어떠한 형태이건 어깨에 올려진 짐의 무게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너무 클 때 정도가 아니겠냐는 정도로 마무리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당시에도 자신에게는 가을이 낭만이 아니라는 친구가 있어 웃어넘기고 말았지만, 돌이켜보면 그 친구가 짊어진 짐이 같이 나눠질 수 있는 것이었는지 고민해 봤어야 했다. 그것은 각자가 짊어진 짐의 무게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짊어진 사람이 가진 힘의 크기에 따라 느끼는 '정도의 무게'였기 때문이다.
올해는 어떤 해보다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인들에게 유독 힘들었던 한해로 기억될 것이다. 코로나 19라는 초유의 사태가 거의 모든 산업 분야를 잠식했다. 일상의 활동이 마비된 상황에서 가계와 기업의 비대면 활동이 확대되면서 힘없는 중소업체들은 속절없이 무너졌고, 정부의 경제정책들은 실제로 대부분 거의 실패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많은 국내 리서치 기관에서는 코로나 19가 기업경영에 미치는 영향이 1999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심각한 상황임을 발표했고, 실제로 대부분 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은 그만큼 감소했다. 이런 극도의 위기상황에서는 정부와 기업, 노동계와 가계 모두의 역할이 절실하게 중요하다. 정부에서는 기업의 경영 애로 극복을 위해서 보다 적극적인 공공정책과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 기업이 살아남아야 경제회복의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정책지원의 기준을 완화하고 신규 기업만이 아닌 오래된 기업 역시 지원대상에 포함해 신규 설비의 교체와 신제품개발 등 경쟁력 제고를 위한 지원 범위와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 경제발전의 기회가 스타트업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지고 시작하는 창업초기의 기업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지만 오래된 기업일수록 그만큼의 노하우와 경쟁력을 가지고 있기에 노후된 설비와 생산환경을 개선할 수 있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훨씬 빠른 경제안정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고용인 10인 미만, 매출 20억 미만의 영세 제조기업은 대부분이 전형적인 3D업종에 해당하는 만큼, 인력난과 자금난에 특히 취약함을 인정하고 적극적인 경제적·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사실 지역 경제는 그러한 업체들에 의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탈세계화와 더불어 국내외 공급사슬의 붕괴에 따른 지역 수출기업들과 4차 산업혁명 관련 업체에 대한 지원은 말할 것도 없다.
기업에서는 경기침체의 장기화를 대비해 정부에서 지원하는 여러 정책들을 적극 활용하고, 가능한 정확한 예측으로 중장기적인 현금 관리와 직원 관리를 통한 안정적 경영전략을 수립해 내, 외부의 역량 강화를 통한 자구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노동계와 가계역시 좀 더 적극적으로 경제활동에 동참해야 한다. 역대 최고의 실업률을 자랑하는 시점에 역대 최고의 인력난에 놓여 있다는 아이러니는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대부분의 제조 업종에 종사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몸값이 급속도로 오르고, 한국인 노동자들은 노골적으로 실업급여에 의지하며 노동을 기피하는 현상은 머지않은 시점에서의 국내 제조업의 몰락을 예고하기 때문이다.
각자가 짊어진 짐의 무게는 다르다. 정부에서는 그 점을 고려해 규제와 지원의 잣대를 들이대야 할 것이고, 기업과 노동자는 서로의 짐을 나누어질 의지를 다질 때, 우리 모두는 이 가을의 낭만을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란히 같이 걷는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며 다시 한번 11월의 낭만을 꿈꾸어 본다. 류승원 광주전남콘크리트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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