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의 코로나 19 확진자 수가 매일 증가하며 심상치 않은 기류를 보이고 있다. 지자체에서는 방역대응체계를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격상하며 시민들의 철저한 개인방역 대책과 신중한 실내외 활동을 당부했다. 한시적으로 초·중·고교의 휴교령도 발동했다. 앞으로도 이런 일들이 얼마나 자주 벌어질지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특히 필자는 모 대학에서 강의 중인지라 최근 며칠간 딜레마에 빠져 밤잠을 설치고 있다. 한 학기 내내 온라인 강의로 대체하다 7일에 기말고사를 대면으로 치르기로 결정한 상황에서 코로나 지역 확산이 발목을 잡은 까닭이다. 혼자서 내리는 결정은 아무래도 무리일 듯해 학과 교수님과 상의를 했는데, 그분 역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최종적으로는 방역조치를 좀 더 철저히 해서 대면시험을 강행해야 할 것 같다는 말씀을 하신다. 공정성의 문제가 좀 더 크게 작용해 내린 결정이라는 것이다. 얼마 전 몇몇 대학에서 온라인 시험과 관련해 부정이 발생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바 있는데, 그 부분이 좀 더 크게 작용한 거 같다.
공정성을 말할 때면 언제나 기회와 평등이라는 명제가 뒤따른다. 사회구성원들의 합의에 의한 정의를 원칙으로 하자면 이 두 명제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지만, 실제 구성원들의 활동에서 파생된 결과는 그 당연함을 뒤집는 모순일 수밖에 없다. 본인의 능력에 따라 취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차별이고 불평등일 수밖에 없는 현실과 경쟁의 구도로 편철된 사회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공정성은 과연 무엇일까? 최근 뉴스를 보면 공정성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인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방안 공청회'에서 마이크를 잡은 신입사원의 말에서나, 첨예한 각을 세우며 위태한 줄타기를 하는 모습을 보이는 정치권 내에서의 검찰관련 설전에서도, 교육과 관련해서는 현역 학생들과 재수생들의 공정성문제가 심각하게 거론되고 있다. 노사정에서 각자 주장하는 임금인상문제 역시 그 쟁점의 대상중 하나이다.
인간심리학에는 동기부여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그것은 크게 내용이론과 과정이론으로 나뉘는데, 그중 내용이론은 동기를 유발하는 인간 욕구의 내용과 원인을 찾아내는 것을 핵심과제로 삼고 있다. 내용이론의 비판에서 출발한 것이 과정이론이며, 그 대표적인 이론이 기대이론과 공정성이론이다. 공정성이론은 기대이론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제시된 이론으로 모든 사람이 공정한 기준과 방식으로 평가되고 보상받는다는 인식을 주어야만 만족감을 느끼면서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는 가정을 기반으로 한다. 절대적 보상도 중요하지만 상대적보상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주관성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는데, 공정성이라는 것 자체가 사람마다 상대적 차이를 인식하는 기준이 다르고, 차이에 반응하는 태도가 상이할 수 있어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공정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기여에 대한 보상의 측면에만 국한되어 있어 과정을 논외하고 있다는 점 역시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다시 필자의 문제로 돌아가 보자. 대면으로 치르는 시험은 현재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코로나와 관련해 지역 확산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이는 사회적 공정성을 위배할 위험이 있다. 물론 교육에 관한한 우리 국민들은 상당히 관대한 편에 속하지만, 방역에 열심히 노력한 다수의 시민들이 느낄 수 있는 불공정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반대로 비대면으로 시험을 치르게 되면 반드시 일어난다고 볼 수는 없지만, 학생조직내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공정성의 가능성이 상당히 높게 내포되어 있다.
간혹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이런 딜레마는 보편적 편익이나 사회적 정의에 의해 판단할 수 있는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보상과 분배에 관한 경영적 측면에서만 바라보기에는 조직의 특성상 어려움이 있고, 구조적 측면만을 고려해 윤리적 결정을 강조하기에는 어설픈 편견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개인이 선택할 문제지만 어느 쪽이건 올바른 해답이 될 수 없을 것 같기에 씁쓸하기만 하다. 그저 두 번 다시 이런 딜레마가 없길 바랄 뿐이다. 류승원 광주전남콘크리트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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