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서남해 유네스코 갯벌 4곳, 통합 관리 절실

입력 2021.12.15. 19:30 선정태 기자
[해양쓰레기 제로화·갯벌 관리방안 정책토론회 주제발표]
유네스코 등재로 가치는 증명
매립·간척 지양, 하루빨리 복원
그대로 보전이 지역경제 도움
휴먼웨어 투자 선순환적 혜택
지난 14일 순천만국가정원 국제습지센터에서 진행된 해양쓰레기 제로화 및 갯벌 관리방안 정책토론회 주제발표 시간에 이 같은 의견이 제시됐다.

전남 서남해안의 갯벌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지속가능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엄격하고 강력한 보전 정책이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금까지는 지자체별로 각자 다른 방식의 개발·보전 방식을 추진하고 있지만, 세계문화유산 지정을 계기로 한가지 방식의 보전 정책이 모든 곳에서 함께 진행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지난 14일 순천만국가정원 국제습지센터에서 진행된 해양쓰레기 제로화 및 갯벌 관리방안 정책토론회 주제발표 시간에 이 같은 의견이 제시됐다.

이번에 등재된 세계유산은 보성-순천갯벌, 신안갯벌, 고창갯벌, 서천갯벌 4개로 구성된 연속유산이다.

이번 토론회는 신안과 순천시, 보성군의 갯벌 관리 담당자들이 참가해 지금까지의 갯벌 관리 노하우와 앞으로의 계획을 발표했다. 또 함께 참석한 광주전남연구원과 환경운동 단체인 생태지평연구소는 보다 효율적이면서도 갯벌의 생태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관리 방안에 대해 제시했다.

이날 류승민 순천시 순천만보전과장과 고경남 신안군 세계유산과장과 유환철 보성군 해양수산과장은 각 지자체의 갯벌 보전 방식에 대해 설명했다.

류 과장은 "순천만 보전 움직임은 1997년 동천하구 골재채취 반대운동부터 본격화된 후 두루누리 주민 참여 사업으로 이어졌다"며 "시민들은 순천만을 도심공간과 전이공간, 완충공간, 절대보전공간으로 구분했다. 특히 전이공간은 순천만국가정원을 확장, 발전시키기 위한 에코벨트 공간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순천만 복원사업은 해수부나 환경부 사업과 연계해 연안과 내륙의 연계를 강화하는 한편 개발압력을 받고 있는 완충지역의 토지도 꾸준히 매입해 식생을 심어 갯벌 보전에 힘쓸 것"이라며 "2023년 국제정원박람회를 계기로 순천이 세계적 생태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 과장은 "이번에 유네스코에 등재된 갯벌 면적 중 85%가 신안군의 갯벌일 만큼 신안 갯벌이 유네스코에 등재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갯벌의 크기만 압도적일 뿐 아니라 갯벌 종류도 펄과 모래, 혼합, 자갈 등 세계 모든 형태의 갯벌을 신안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40m 이상의 갯벌 퇴적층은 해양 생태학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며 "신안군은 이런 소중한 갯벌을 보전하기 위해 갯벌을 전담하는 과를 만들어 운영하는 등 지속적인 관리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갯벌을 있는 그대로 보전하기 위해 시설물 설치를 최소한으로 하고 있으며, 습지보호지역과 연안환경정비, 해양오염관리 사업에 꾸준히 힘쓰고 있다"며 "갯벌 체험이나 탐조 등 생태학습 관광과 갯벌을 지역문화와 결합한 지역문화체험 등에 중점을 두고 활용할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갯벌에서 생산되는 친환경 특산물의 체계적인 관리와 우수성 홍보를 위해 생물권보전지역 상표를 사용하고 있다"며 "갯벌을 잘 가꾸면 수익이 증가한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 과장은 "벌교 갯벌은 반폐쇄형 구조의 펄 갯벌로 지난 2006년 국내 갯벌 중 처음으로 람사르 습지로 등록된 후 2013년 갯벌도립공원으로 지정됐다"며 "긴꼬리딱새나 큰고니 등 멸종 위기를 비롯한 49종의 조류와 6종의 어류, 5종의 염생식물 등 다양한 출현 생물이 서식하는 곳이다"고 밝혔다.

그는 "보성군은 장도 지역을 포함해 염생식물 군락지를 조성해 갯벌 습지를 복원하고, 기존 출현종의 서식 환경 보존을 위해 도로 주변부에 차폐막을 설치하고 있다"며 "해양 생태 네크워크를 구축하고 습지 탐방로를 만들어 여자만 보전과 관광을 함께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연구원은 "갯벌의 유네스코 등재는 우리가 소중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세계인이 인정해준 것"이라며 "이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를 훼손하지 않겠다는 약속인 동시에 미래세대에 오롯이 전승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하지만 지금까지는 갯벌을 매립과 간척을 통해 활용해 공장이나 염전, 양식장을 비롯해 때로는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 부지로 활용하기도 했다"며 "실제 이번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 과정에서 갯벌 훼손이 심해 취소한 곳도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갯벌을 있는 그대로 유지하고 보전해야 하며, 유지·보전 주체에 지역민과 NGO도 포함돼야 한다. 필요하다면 어업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며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 등 3개국에 걸쳐 넓게 분포된 해안인 '와덴해'를 통해 그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와덴해의 주민들은 갯벌을 보전하기 위해 '지속 가능한 여행'이라는 가이드라인을 정해 실행하고 있다. 이곳에서의 여행은 어선을 이용한 생태 관광 여행만 가능하며, 게스트하우스에 올라오는 음식 역시 주민들의 제품만을 사용한다. 무엇보다 갯벌 오염을 막기 위해 게스트하우스의 모든 제품을 자신의 비용을 들여 친환경으로 바꾸며, 수익의 일부는 갯벌 보전을 위해 기부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명호 생태지평 부소장은 "우리나라 갯벌의 50%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지만 어떻게 보전할 것인지, 우리의 시각이 아닌 세계인의 시각에서 고민해야 한다"며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지자체를 보면 각자 자신의 상황에 맞게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유네스코는 '4개 구성 요소의 연속 유산'이라고 언급한 만큼 전남도를 비롯해 신안군과 순천시, 보성군이 하나의 기조로 관리해야 하며 전북도, 충남도와도 4개의 갯벌을 통합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명 부소장은 "주민들은 '세계문화유산이 됐는데, 무엇이 달라졌는가'라는 궁금증을 가질 수 있다. 주민들에게 선순환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 이에 대한 가장 좋은 사례가 '와덴해'다"며 "갯벌을 알리기 위한 건물 등 하드웨어적인 부분보다는 소프트웨어, 더 나아가 휴먼웨어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정태기자 wordfl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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