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동갑 부부, 전통 되살려 마을에 활기 채웠다

입력 2021.09.27. 15:33 나윤수 기자
[지역소멸시대 '마을살리기'ㅣ영암 모정마을]
서울살이 김창오·김인순씨 30대 귀향
이장·부녀회장 맡아 마을 변화 주도
빼어난 월출산 풍광·오랜 역사 활용
사계절 축제 살리고 행복마을 선정
모정마을은 전통을 되살린 사는 재미를 추구하는 마을이다. 풍물단은 영암을 대표하는 풍물단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 농촌마을의 가장 큰 위기는 대부분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전남의 거의 모든 마을이 지역 소멸이라는 미증유 사태에 직면해 있다. 어디 한 곳 안전한 구석이 없다. 저출산 고량화의 덫에 걸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처지다. 거의 모든 전남마을이 사라질 운명에 처하면서 아이 울음소리가 끊긴 지 오래다.

쇠락해 가는 우리네 공동체 마을을 살리려는 부부의 노력이 작은 불씨를 되살리고 있다. 희망의 주인공은 쉰다섯 동갑내기 부부 김창오·김인순씨다. 서울 명문대 영문과 출신 남편과 국립대 수학교육과 교사 출신이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터를 잡은 곳은 남편 김창오씨의 고향인 전남 영암군 군서면 모정마을이다.

그들이 고향에 내려온 내력은 조금 독특하다. 그것도 30대에 귀향했으니 귀향치고도 꽤나 빠르다. 김창오씨가 고향 모정으로 내려온 데는 유별난 고향 사랑 말고는 달리 설명하기 쉽지 않다. 부부가 모정 마을로 귀향을 결심한데는 고향 마을의 빼어난 경치와 마을의 오랜 전통이 자리한다. 여기에 부인 김인순씨의 자연 친화적 성품도 모정리 귀향의 뒷배경이다. 김인순씨는 자연풍광이 뛰어난 광주 무등산 자락 고향 반지실 마을이 광주댐으로 수몰되는 아픔을 잊게 해준 기회의 땅이 모정이었다. 거기다 아이들만큼은 "자연에서 마음껏 뛰놀게 하겠다"는 두 사람의 의기 투합도 부부를 모정마을로 이끈 이유중 하나였다.

모정마을 노을.

◆평야 위 섬 같은 모정마을

김창오씨는 자신을 들녘대학 출신에 마을 활동가, 지역 교육 운동가로 소개한다. "늙으신 어머니 수발과 어린 자식 교육을 위해 귀향했다"고 하나 뭔가 부족하다. 그러나 모정 마을에 들어서면 조금씩 이해가 가능하다. 모정마을 풍경을 살피며 그가 얼마나 마을 변화를 위해 헌신했는지를 눈으로 확인해야 비로소 젊음을 바친 귀향을 이해하게 된다.

모정 마을 언덕배기에 서면 월출산과 은적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가을 햇살에 눈부신 탁 트인 들녘, 동쪽으로 남성적인 월출산과 서쪽으로 여성적인 은적산이 자리해 아마추어가 보더라도 절묘한 조화를 느낄 수 있다.

모정마을 달맞이.

모정마을은 월출산과 은적산 중심에 자리해 떠오르는 월출산 해와 저문 은적산 달을 시리도록 볼 수 있는 천하 명당이다. 예부터 월출산 달맞이 하면 모정이요, 모정하면 월출산 달맞이 마을로 이름 높았다. 월출산 천황봉쪽에서 보면 넓은 평야 위에 떠있는 섬처럼 보인다. 마을 동편에 큰 저수지가 마을 풍광에 운치를 더하고 있다. 풍광이 뛰어난 데다 원풍정, 망월정, 쌍취정 등의 정자와 사권당, 삼호자문, 돈의재, 선명재 등 유서 깊은 고택과 역사적 가치를 지닌 건물이 들어서 모정의 역사를 풍성하게 만든다.

김창오씨와 김인순 부부의 거처는 남편 탯자리인 월인당(月印堂)이다. 월인당은 100세터 명당에 자리한 전통한옥으로 월출산과 은적산 사이의 달이 뜨고 지는 모습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누가 봐도 명품 한옥임을 금방 알 수 있다. 월인당의 당호는 윌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에서 따왔다. 월인 천강은 "밝은 달이 모든 강을 고루 비춘다"는 뜻이니 월인당은 달을 보고 세상 시름을 잊고 싶은 이들에게 푸근한 보름달을 한껏 보여주는 곳이다.

500년된 이팝나무 아래서는 작은 음악회가 열릴정도로 유명하다.

월인당을 더욱 빛내주는 것은 500년 된 이팝나무다. 100년 전 벼락을 맞아 거의 전소되다시피 했지만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가는 중이다. 겉만 앙상하게 남은 나무에서 쌀밥 같은 꽃이 필 때면 경이로움까지 느끼게 하는 나무가 월인당 이팝나무다. 5월 중순 꽃이 필 때면 작은 음악회가 펼쳐질 정도니 우리나라 최고 이팝나무 위세를 조금은 알 것 같다.


◆마을 전통 되살리는 재미 쏠쏠

부부가 고향 마을 모정에 정착하면서 마을은 빠르게 바뀐다. 남편 김창오는 마을 이장 겸 행복마을가꾸기 추진위원장을 맡아 모정 마을 가꾸기의 선봉에 섰고 부인 김인순은 부녀회장으로 모정마을 변신의 든든한 동반자 역할을 담당한다.

그들의 마을 바꾸기는 품앗이, 두레, 울력 등 옛적 미풍양속을 복원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들은 농촌 마을이 활성화 되려면 상부상조하는 마을 전통을 되살려야 한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다. 그러면서도 사는 재미와 감동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지론이다.

김창오씨는 "아무리 경치가 좋아도 삶에 재미가 없으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한다. 부인 김인순씨가 조직한 풍물단만 해도 그렇다. 모정마을 풍물단은 김인순씨가 직접 단장을 맡아 풍물전통을 되살렸다. 여기에 사계절 축제를 열어 줄다리기, 지신밟기, 강강 술래, 만두레 등 전통을 재연해 사는 재미를 더한다. 현재 모정 풍물단은 영암을 통틀어 거의 유일한 풍물단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고 모정 차회가 꾸려져 남도 차문화 원류를 찾는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모정 축제는 단순한 마을 축제로 머물지 않는다. 매년 열리는 풍루 연꽃축제는 지난 2014년부터 시작돼 원풍정에서는 한바탕 걸쭉한 영암판 국악의 향연이 펼쳐진다.

모정마을 앞 호수 연꽃.

모정 마을을 돌다 보면 한편의 마을 스토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찬란한 색의 향기에 취하다 보면 갑자기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로 들어서는 느낌이다. 어느 고을마다 내려오는 이야기는 있다. 그러나 모정 마을은 빼어난 경치에 마을 인물 이야기를 마을 벽화로 재연해 놓았다. 모정 마을 벽화는 고향을 떠난 사람들에게 다시 돌아오라는 염원을 담고 있다. 70∼80년대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떠났던 사람들에게 다시 돌아와 살라는 염원을 품고 있는 것이다.


◆'마을 되살리기'의 모범사례

마을 변화를 주도하던 부부의 노력은 자연스럽게 주민 삶의 질 향상에 눈을 돌린다. 원래 모정마을은 주변 농토가 넓고 수확이 풍족해 200여호가 넘는 큰 마을이었다. 하지만 우리 농촌을 덮친 지역 소멸의 위기는 모정마을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이런 위기감에서 나온 마을 되살리기가 '모정 행복마을 가꾸기'다.

2010년 1월 마을총회서 '모정행복마을 추진위원회'가 결성된다. 마을 혁신의 본격적인 신호탄이었다. 김창오씨를 추진위원장으로 선출해 그들은 전남도가 추진하는 '한옥형 행복마을 대상자'선정에 온 힘을 기울여 3억원을 유치해내는 기염을 토한다. 그때 받은 3억원은 마을되살리기에 귀중한 마중물 역할을 해낸다.

모정마을 살리기 주인공 김씨부부.

김씨는 마을을 떠난 이들에게도 행복마을 사업내용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반응은 컸다. 모정이 펼치는 자연생태계복원과 주거환경개선, 교육, 생활문화, 복지 등은 비록 몸은 떠났지만 마음만은 함께 하겠다는 향우들이 줄을 이었다. 행복마을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2014년 한옥 18동을 지은 것을 비롯해 마을 안길정비, 두레 체험관 건립, 수변 산책로 개설, 마을 숲 복원, 작은 도서관, 풍물단 결성, 마을 축제, 벽화 조성 등 외적인 것과 내적인 것이 망라돼 모정 마을은 어느덧 살고 싶은 마을로 변해갔다.

주목할 점은 마을 사업을 결정할 때 주민들의 의견이 민주적으로 반영된다는 점이다. 전남도청과 영암군청 등에서도 마을 사랑방 대화에 참여하게 하는 것도 지원을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됐다. 도와 군은 그들의 민주적 결정에 마을 살리기의 미래를 보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모정 행복 마을 가꾸기는 도시의 경쟁적 삶에서 볼 수 없는 전통 상부상조 정신도 돋보인다. 그들이 설계하는 모정마을 디자인을 들여다 보면 '풍요롭지만 호사스럽지 않다', '전통이 살아있지만 배타적이지 않는다', '원형을 훼손하지 않는다' 등 그들만의 철학적 사고까지 담아내고 있다. 모정 행복 마을가꾸기는 도시에서 사라진 공동체적 즐거움을 함께 누리되 결코 과하지 않다. 그들만의 행복 추구 노력은 평가에도 박하지 않았다. 지난 2018년 전라남도 문화복지 분야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농림축산식품부가 전국 3천 200개 마을을 대상으로 한 제5회 행복마을 콘테스트에서 은상을 수상해 그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인구 구조 변화 주목

쇠락을 거듭하던 모정은 서서히 깨어나기 시작했다. 인구 구조부터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모정리 인구는 110호에 220명이 살고 있다. 우선 눈에 띄는 대목은 우리 농촌의 고령화가 개선될 조짐을 보인다는 점이다. 모정마을 110호 중 40~50대가 20가구라는 점은 여느 마을과는 확연한 차이다. 30대 가구도 4가구나 있어 아이들 웃음소리가 되살아 나는 곳도 모정마을이다. 인생 2모작을 모정에서 살겠다고 5가구는 아예 삶의 터전을 옮겼고 다수 출향인사들이 내려올 의사를 보이고 있는 것도 고무적이다.

모정 마을 사례는 쇠락해가는 농촌을 되살리는 귀중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마을이 입소문을 타면서 서울 아이들도 유학과 농촌 삶을 체험중이다. 이 마을에는 현재도 6명의 청소년이 6개월간 농촌 삶을 몸소 체험중이다. 그들은 농촌 마을 공동체가 어떻게 경쟁보다 서로 삶을 존중하면서 공존하는 가를 학교 밖에서 배우고 있는 것이다.

'모정마을 이야기'를 기록한 책.

◆마을 되살린 체험적 기록 '모정 마을 이야기'

쇠락해 가던 마을을 되살린 기록은 '모정 마을 이야기'로 탄생했다. 모정 마을 이야기는 한 젊은 청년이 젊음을 던져 마을을 되살린 체험적 기록이다. 마을을 되살린 체험적 기록에다 모정마을과 인근마을의 사라져 가는 역사를 조명한 것도 뜻깊다.

책에는 구림리, 동호리, 양장리, 검주리, 서호면 엄길리 등 이웃마을에 대한 역사적 탐색과 함께 영산강, 서호강, 은적산 같은 자연의 생태적 특성을 기록해 놓고 있어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삶까지 조명하고 있다.

특히 김창오씨는 이 책에서 20년간의 추적 끝에 쌍취정의 연원을 찾아내 쌍취정(雙醉亭) 복원의 단서를 제공했다는 점에서도 평가받는다. 특히 모정마을 이야기는 마을 가꾸기를 위해 헌신을 다한 인물과 기부한 인물들의 세세한 행적까지 기록해 저자를 중심으로 모정 마을 사람들이 어떻게 공동체를 살려냈는지를 담담히 증언하고 있다. 저자인 김창오씨는 "책은 모정마을을 있게한 선조들과 마을주민, 향우들이 함께 쓴 기록이다"면서 "모정 마을이야기가 마을 공동체를 되살리는데 조그만 기여라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나윤수기자 nys2510857@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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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약수터) 메타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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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잼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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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 해시태그'와 '井 우물' 어째 닮았다 했더니···
현대사회 속 #(해시태그)는 어떤 의미일까.스마트폰 화면 속 버튼 하나, 가상의 관계망을 규정지어주는 #(해시태그)는 현재의 키워드를 읽어낼 수 있게 한다. SNS라는 온라인 관계망 속 해시태그를 보면 현재의 이슈들이 얼마나 빠르게 확산되고 변화되어가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특히나 MZ세대라 불리는 젊은 층에서 이 해시태그는 그들만의 소통수단이 되어가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들에서 착안된 전시가 열린다.광주 동구 제봉로에 자리한 예술공간 집은 1∼10일까지 '#우물정'전을 열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전남대 예술대에서 한국화를 전공하고 있는 대학원생과 졸업생 총 10인이 각각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전시는 참여작가 중 한 사람인 박화연 작가가 기획했다.현대인들에게 익숙한 #(해시태그)는 그 모양새가 한자 '井'(우물 정)과도 같다.사람의 입으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말들이 연결되어 나타나며 동시대인들의 다양한 시선들 또한 집결해 있는 매개체로서 #를 해시태그, 혹은 우물 정으로 바라보았다. 현재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우물'이라는 장소도 그러한 곳이었다.'우물'은 물을 긷는 곳으로 마을 사람들에게 식수를 제공하는 중요한 장소였다. 마을 사람들에게 우물가는 빨래터가 되기도, 생활의 지혜나 소문을 나누는 은밀한 장소가 되기도 했다.복합적인 장소로서 기능했던 우물은 사람들의 삶의 양식이 변화함에 따라 희귀한 장소가 되어버렸고 이제 그 실체보다는 '우물'이라는 말과 글만이 남겨져 있다.키보드 위에 새겨진 자판 하나, 스마트폰 화면 속 버튼 하나 그리고 SNS라는 가상의 관계망 속에서 수없이 드러나는 문자 하나로서 현대인들에게 익숙한 해시태그는 옛 장소인 우물처럼 수많은 관계망을 만들어낸다.그렇게 해시태그와 우물의 연계성에서 출발, '#'를 각자의 다양한 해석을 담아 제작한 작품들이 모아졌다. 참여 작가는 권예솔, 나지수, 박화연, 설 박, 양세미, 왕샤오난, 왕해음, 윤준영, 전정연, 조하늘 총 10명이다. 다양한 개성이 돋보이는 작품들을 출품했다. '#우물정'의 기획의도 아래 각자의 작품세계 안에서 변화의 모색을 실험해보고 또 다양한 시도를 해본 작품들이다.전시를 기획한 박화연 작가는 "전통적인 우물은 물을 긷는 곳으로 마을 사람들에게 식수를 제공하는 중요한 장소였다. 마을 사람들에게 우물가는 빨래터가 되기도, 생활의 지혜나 소문을 나누는 은밀한 장소가 되기도 했다"며 "복합적인 장소로서 기능했던 우물은 사람들의 삶의 양식이 변화함에 따라 희귀한 장소가 되어버렸고 이제 그 실체보다는 '우물'이라는 말과 글만이 가까이 남겨져 있다"고 말했다.전시는 이처럼 실제와 가상이라는 서로 다른 장소성을 지녔지만 '관계의 매개'로서 존재해 온 공통된 지점을 발견하며 전통적 우물과 #(해시태그, 우물정)의 다층적 의미를, 그 가운데에서 작동하는 예술의 가치를 조명하는 장으로 펼쳐진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지방소멸
제주와 대기업들, 마케팅·도시브랜딩 '찰떡 깐부'
유명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는 제주의 청정 이미지를 브랜딩해 성공한 사례다. 제주시 서귀포 안덕면에 위치한 '이니스프리 제주하우스'의 모습.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온리 제주(Only Jeju)라는 브랜드슬로건을 가진 제주도는 슬로건만큼이나 독보적인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지역 자체가 강력한 브랜드인 몇 안되는 곳이다 보니 기업들이 오히려 제주의 브랜드를 활용하면서 지역과 기업이 서로 시너지를 일으키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아모레퍼시픽이나, 삼다수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데 제주시의 도시브랜딩은 관 주도의 브랜딩이 아닌 지역의 핵심주체인 기업들과 협업을 통한 다양한 도시브랜딩 필요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손꼽힌다. 특히 도시브랜드를 잘 갖추면 이를 활용하려는 기업들은 얼마든지 많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오설록, 이니스프리, 티뮤지엄…'청정' 제주 효과제주 서귀포 안덕면에 위치한 '오설록 티뮤지엄'. 아모레퍼시픽 그룹 계열사이자 차 분야에서 강한 시장경쟁력을 가진 차 브랜드 '오설록'이 운영하는 차 박물관은 한해 15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하는 제주 최고 명소이자 문화공간이다. 단지 차 전시에 그치는 게 아니라 자연친화적인 휴식공간과 '차 클래스' 등 체험 프로그램까지 운영하고 있어 다양한 연령층이 찾는다.취재를 위해 찾은 지난 6일 10만평이 넘는 끝없이 펼쳐진 녹차밭을 배경으로 관광객들은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 그 중에서도 단연코 '이니스프리 제주하우스'는 최고의 인기 장소다. 국내 대표 화장품 브랜드인 이니스프리 소비자라면 꼭 찾게 되는 이곳에는 제주도에서만 살 수 있는 다양한 제품, 기념품 등을 팔고 있었다. 또 부모들은 아이들과 함께 비누만들기 체험에 집중하고 있거나 연인처럼 보이는 이들은 스탬프 엽서를 만들기도 하고 있었다. 같은 건물 안 카페에는 한라산 모양을 한 한라산 케익과 제주의 풍경을 담은 티라미수 등도 인기 상품이었다.자녀와 함께 찾은 박지원씨는 "평소 이니스프리 제품을 이용하다 보니 궁금하기도 해서 오설록티하우스에 온 김에 들렀다"면서 "제주매장답게 제주다운 인테리어와 제주에서만 파는 기념품이 있어 좋고 스탬프 엽서 꾸미기 같은 것도 있어서 놀다 가는 기분 낼 수 있다"고 말했다.이니스프리는 '청정 제주' 이미지를 적극 브랜딩에 차용해 성공한 브랜드다. 지난 2008년 제주 이미지를 연계한 브랜드 마케팅이 성공한 것이다. 이니스프리는 제주 녹차뿐만 아니라 제주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식물을 이용한 제품을 만들고 있다. '제주 그린 뷰티 연구소'를 두고 따로 제주 특화 제품을 개발할 정도다.SPC그룹의 파리바게뜨와 스타벅스 등 기업들은 제주도에서만 파는 제품을 통해 자사의 수익과 제주의 지역 관광 매력도를 동시에 올리고 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토종 삼다수·외인 카카오 본사도 제주 명소로같은 날 제주 조천읍 '삼다수 숲길'. 바로 옆에는 국내 대표 생수업체인 '삼다수' 공장이 있다. 사려니숲길 등 숲길 탐방로가 많은 제주에서도 비교적 최근에 생긴 '삼다수 숲길'은 그 독특한 이름때문에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30m 남짓한 삼나무가 빼곡하게 채운 숲길은 지난 2018년 제주도의 13번째 지질공원 대표명소로 지정되기도 했다.지난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삼다수숲길 걷기대회가 열리고 있던 덕분에 볼거리가 풍부했다. 특히 인기 연예인 '아이유'가 출연해 관심을 받은 '아이유 포토존'은 최고의 사진 장소였다. 또 숲길 인구에는 수공예품과 먹을거리를 판매하는 장터도 열려 즐거움을 더했다. 특히 숲길 시작점에 있는 제주 삼다수 '물 홍보관'은 생수 제조 과정 등에 대한 궁금증을 풀수 있었다.또 제주하면 빼놓을 수 없는 기업은 '카카오'다.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 IT기업인 '카카오' 본사가 제주도에 있게 된 건 카카오와 기업합병됐던 포털업체 '다음'이 지난 2012년 제주로 본사를 이전했기 때문이다. 특히 카카오본사인 '스페이스 닷원'은 제주의 땅을 형상화한 건축물로 가치를 인정받아 한국건축가협회상 본상, 한국건축문화대상 대상을 수상했는데, 이 건물을 보기 위해 또 무수히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특히 카카오는 제주도의 돌하르방, 제주감귤, 한라봉, 현무암 등을 '카카오프렌즈' 캐릭터에 활용하기로 유명하다. 제주에 와야만 살 수 있는 카카오프렌즈 상품들을 사기 위해 소비자들은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 이외에도 파리바게뜨 또한 제주도에서만 파는 상품을 개발·판매하면서 제주 관광 매력을 높이고 있다.제주 브랜드슬로건 온리제주(Only Jeju).◆기업들이 제주도를 광고한다아모레퍼시픽이나 카카오 외에도 스타벅스 등 유명 기업들은 앞다퉈 제주도의 브랜드를 활용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는 제주도가 강력한 브랜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화산, 섬, 독특한 지질구조, 오름 등 제주의 천연 자연에서 비롯된 이미지를 기업들이 자신들의 브랜딩에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이렇게 소비된 제주도 이미지는 제주도의 도시브랜드를 높여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니스프리, 삼다수, 카카오 등의 기업들이 광고를 통해서든 상품을 통해서든 제주도라는 브랜드와 관광객(또는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돕고 있는 것이다.제주도 또한 지자체가 적극 나서면서 기업들과 협업을 하고 있다. 도시 브랜드슬로건을 각종 상품이나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제주시 자연환경에 맞는 테마파크 등을 적극 육성하면서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있다.이 같은 제주도 사례는 지방자치단체가 홀로 도시브랜딩을 끌어가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민간과 더 다양한 협력과 창의적인 방법을 찾아야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광주·전남에 기반을 두고 있는 보해양조의 경우 '여수밤바다'라는 여수의 이미지를 적극 활용해 '여수밤바다' 소주를 여수에서만 판매하고 있다. 특히 자사 대표 소주인 잎새주 알코올 도수인 17.8도보다 조금 더 부드러운 16.9도로 낮춰 여수를 여행하는 주 관광객인 젊은층들을 공략하고 있다.특히 한 지역에 탄생한 브랜드는 그 지역을 대표할 수도 있고 최고의 관광상품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형성된 브랜드는 지자체가 열심히 홍보하는 브랜드슬로건보다 때론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