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직장 동료 동반귀농···고추농사 '매운 사내들'

입력 2021.09.14. 10:45 선정태 기자
[농어촌으로 U턴, 청년 느는 전남 ③해남 너이농장]
"우리 손으로 직접 친환경 농사"
농산물 유통회사 사표 던지고
남들 꺼리는 밭작물에 도전장
귀농 6년차에 "아직도 멀었다"
프리미엄 농산물 목표로 최선
"실패 두려워말라" 귀농 조언도
직장동료였던 이현·장정근·양태석(왼쪽부터)씨는 2016년 '아이들이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농산물을 함께 생산하자'며 해남군에 귀촌, 친환경 농법으로 고추와 감자, 옥수수를 재배하고 있다.

[농어촌으로 U턴, 청년 느는 전남 ③해남 너이농장]

"언젠가 우리가 직접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해보자"고 뜻을 모으던 친환경농산물 유통 회사 동료 4명이 뭉쳤다. 같은 직장이지만 구례와 대전 등 멀리 떨어져 있어 회의하기 쉽지 않았지만 매주 한번씩 모여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몇년간의 준비 기간동안 친환경 농법을 위해 무엇을 준비할 것인지, 재배한 작물은 어떤 유통 경로를 통해 판매할 것인지 의견을 주고받고 고민했다.




귀농은 이론만 오랫동안 공부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뛰어들어서 시행착오를 겪어야 된다고 결정한 청년들은 지난 2016년 잘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과감히 도전했다. 그렇게 해남군 현산면에 터를 잡고, 귀농인들은 기피하다 싶히 하는 밭작물을 키우기 시작했다.


◆ "농촌에 경쟁력 있다" 젊음 투자할 가치 충분

이렇게 이현(42)·장정근(36)·양태석씨는 연고도 없는 해남에서 농사를 시작했다. 이들에게 해남은 낯선 지역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자란 양씨는 전남이 낯선 고장이었고, 여수에서 나고 자란 이씨 역시 서부 지역의 풍경이 어색했다. 대전에서 학교를 다녔던 장씨도 마찬가지였다.

농대를 졸업한 후 친환경농산물을 구입하는 부서에서 같이 업무를 맡으며 친해진 이들은 많은 농민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거나 친환경 인증 업무를 돕는 것은 물론 농업인들을 컨설팅한 것들이 자신들의 진로에 큰 도움이 됐다. 그러면서 '농촌에 경쟁력이 있다'고 확신이 들어 젊음을 투자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너이농장이 올해 수확한 고추.

그러면서도 '언젠가는'이라는 단서가 붙은 귀농 결심이었지만, 나이나 시기를 정하지는 않았었다. 그러다 10년 넘게 다니면서 매너리즘에 빠지는 시기가 왔다고 판단해 귀농을 결심한 것이다. 각자 2천500만원의 출자금을 모아 1억원을 만들어 든든한 초기 자금으로 사용했다.

가족들의 반대도 없었다. 오히려 적극 응원했다. 오랫동안 이들이 가족들과 함께 모임하면서 나온 이야기들이 귀농의 추진력이 된 셈이다.

이씨는 "오랫동안 결심하고 다짐했지만 막상 시기는 정하지 못했다"며 "큰 다짐보다 작은 실천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이 든 순간 곧바로 실행했다"고 밝혔다.

너이농장 공동대표 정근씨가 출하를 앞 둔 고추를 다듬고 있다.

이들이 귀농지를 물색하던 시기에 해남의 배추 밭에서 농사일을 배우면서 시작했다. 숙식만 제공받으며 6개월간 실습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해남에서 땅을 임대해 농사를 시작한 것이다.

밭농사가 힘들다는 것을 이들도 알고 있다. 더군다나 친환경으로 밭작물을 키우는 것은 몇 배나 더 고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들만의 철학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4명의 동료가 모여 농장 이름도 '너이농장'으로 명명했지만, 한명은 함께 오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은 직장을 다니며 결혼해 아이까지 있는 상황이라 자신들의 꿈인 귀농을 선택하기 수월했지만, 다른 한명은 미혼인 까닭에 뜻을 같이하면서도 이들과 함께하지 못한 것이다. "농사 지으며 살면 결혼하기 힘들 것 같다. 빨리 결혼해 합류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농촌 총각들의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판단이었다.

너이농장의 공동대표 정근씨가 올해 수확해 건조한 고추를 바라보고 있다.

◆힘들지만 친환경에 적합한 밭 작물 선택

이들에게는 얼마 전부터 유행하는 아열대작물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친환경농산물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해서다. 그렇게 고되고 힘든 밭작물을 선택했고, 주요 작물도 고추로 정했다. 이들은 3천여 평의 노지와 2천여평의 하우스에서 고추를 키우고 있다. 또 2만여 평의 고구마와 2만여 평의 초당 옥수수도 키우고 있다.

너이농장 공동대표 이현씨가 출하를 앞둔 고추를 다듬고 있다.

친환경농산물 유통회사 입사 조건이 농대 졸업인데다, 업무도 농업과 농민, 농촌을 대상으로 해서 다른 귀농인들보다는 지식이 많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배울 점이 많았다. 한마디로 자신들이 직접 뛰어든 현장은 옆에서 보거나 들은 이론과는 크게 달랐던 것이다.

해남군기술센터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고, 강사를 찾아 배우기도 했다. 이웃의 어르신들에게 노하우를 전수받기도 했다. 그들은 귀농 6년차인 올해도 "여전히 배울 것이 많고 어렵다"고 강조했다.

소비자에게는 익숙하고 당연한 듯한 '친환경 농산물'을 키우는 일은 일반 농산물보다 몇 배는 힘들다. 그래서 그만큼 할 가치가 있다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너이농장 공동대표 이현씨가 밭일하기 위해 트렉터에 시동을 걸고 있다.

이들이 가장 많이 투자하고 신경 쓰는 부분은 땅이다. 친환경의 시작과 끝은 양질의 흙이라고 판단해 양질의 퇴비로 힘이 강하고 비옥한 땅을 만들고 있다. 그러면서 보여준 빨갛게 말린 고추는 크고 윤기가 났다. 매콤한 고추 향과 함께 알 수 없는 단 향도 나는 기분이었다.

친환경 농산물을 키우는 만큼 화학 살충제는 일절 쓰지 않는다. 농장 위치도 이들에게는 행운이었다. 인근 밭이 농약을 살포하면 그 곳에 있던 해충은 물론 익충도 농약에 오염돼 전파시킬텐데, 산 아래 농장과 밭은 너이농장이 독차지 하고 있어 오염에 대한 위험이 없는 것이다.

양씨는 "우리 아이들이 친환경 농산물을 키우는 원동력이다"며 "우리 아이들이, 다음 세대가 건강하게 크고 자라기 위해서는 좋은 농산물이 필수다. 아이들을 위한다고 생각하면 고돼도 힘이 솟는다"고 밝혔다.

너이농장 공동대표 양태석씨가 고추 밭에 농약을 살포하기 위해 드론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우리 농장만의 작은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건강한 토양을 만들기 위해 더 건강한 퇴비, 더 좋은 약을 쓴다. 정성을 더 기울이면 더 좋은 작물이 나올 것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 "돈이 아닌 친환경이라는 가치에 투자"

친환경 과일과 달리 밭작물은 친환경 농산물이더라도 일반 농산물에 비해 비싼 가격으로 판매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친환경농산물, 특히 말린 고추는 공급이 부족해 안정적인 판매가 가능하다. 너이농장의 생산 물량 대부분은 학교 급식에 판매되는데, '아이들에게 건강한 농산물을 먹이고 싶다'는 이들의 취지와도 통한다.

너이농장의 밭.

다만 지난해와 올해, 코로나19로 학교 급식이 제한되면서 일괄 대량 구매에서 소량 구매로 바뀌어 매출에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너이농장의 고추는 향도 좋고 맛있다'는 입소문을 타고 가정이나 식당에서도 구매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올해는 인터넷 판매도 시작했다. 지난해 개인의 구매가 전체 물량의 10~15%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30~40% 수준으로 크게 늘었다.

이씨는 "밭작물은 큰 돈을 벌기 힘들다. 친환경농산물이라고 몇 배 더 높은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며 "하지만 친환경농산물 생산은 우리가 정한 가치에 대한 선택이었고, 그 가치를 충분히 실현시키고 있어 만족한다"고 밝혔다.

너이농장의 고추 비닐 하우스.

이들에게는 모든 일이 늘 도전의 연속이다. 자신들의 농장을 알리기 위해 스토리텔링을 하고 농산물은 프리미엄화할 계획이다. 고추도 더 예쁘고 빛깔 좋은 맛의 고추를 생산하기 위한 고민과 노력도 계속하고 있다.

양씨는 "친환경농산물이니 모양이 예쁘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은 잘못됐다"며 "농업인들은 친환경으로 지으면서도 보기에도 좋게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씨는 "'다른 작물을 키워볼까'하는 여유가 생길 때가 우리 도전의 완성단계일 것"이라며 "귀농 10년차에 완성단계에 오르고 싶고, 그 때가 되면 토마토나 딸기도 키우고 싶다"고 밝혔다.

해남군 너이농장 팜플렛.

◆ 귀농했다면 "동네 사람들과 먼저 친해져야"

너이농장이 있는 마을은 모두 9가구가 사는데, 이들이 입주했을 때는 데면데면했다. '내 일만 잘하면 되지. 억지로 친해질 필요 있나'하는 생각이 강했다. 그러다 마을 진입로 문제로 의견을 냈다가 마찰을 빚기도 했다. 초기에는 시골 텃세로 느껴 힘들었던 이들은 어느 순간 큰 감동을 받기도 했다.

이웃집에서 '오후 6시에 같이 식사하자'며 저녁 초대를 했는데, 같이 일한 일꾼들을 보내고, 하루 일을 정리하다 보니 오후 7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부랴부랴 찾아갔더니, 모인 마을 사람들이 음식에 손도 대지 않고 기다렸던 것이다. 어찌보면 작은 일이지만, 시골의 정을 느끼게 됐고 이날을 계기로 부쩍 친해졌다.

해남군 너이농장에서 친환경 농법으로 생산한 고추로 만든 고추가루.

장씨는 "도시에 살면, 친한 동료 아니면 친근한 사람이 없지 않느냐. 옆집과도 왕래가 없기도 하고"라며 "그런 생각 그대로 접근하니 마찰이 생긴 것 같다. 농촌 정서를 배우고, 주위 사람들과 함께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특히 나이 드신 분들이 많은 만큼 예의에 대해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직장동료였던 이현·장정근·양태석(왼쪽부터)씨는 2016년 '아이들이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농산물을 함께 생산하자'며 해남군에 귀촌, 친환경 농법으로 고추와 감자, 옥수수를 재배하고 있다.

귀농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신중한 사전 준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귀농 초기 소득이 기대보다 낮을 가능성이 크다. 경제적인 뒷받침은 필수다"고 밝혔다. 또 "농사가 실패할 경우도 왕왕 발생한다. 초기에 많은 투자를 하면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엄두가 안 난다. 서너번 도전할 수 있는 범위를 정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선정태기자 wordflow@mdilbo.com·해남=박혁기자 md181@mdilbo.com


"부농 많은 해남, 청년귀농지원도 짱짱"

김기수 해남군농업기술센터장


김기수 해남군농업기술센터장

"귀농 시작 단계부터 시행착오를 줄이고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해남군이 돕고 있습니다."

김기수 해남군농업기술센터장은 "해남군은 고소득 귀농인이 전남도내에서 가장 많은 지역이다"며 "특히 귀농인의 유입과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지난 2016년 귀농귀촌희망센터를 개관하고, 귀농인을 위한 맞춤형 상담과 지원은 물론 지역 특색을 반영한 각종 정책과 시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결과다"고 밝혔다.

김 센터장은 "올해 해남군은 다른 지자체보다 더 우수한 귀농어귀촌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며 "신규 사업인 귀농·귀어인 유치를 위한 빈집 리모델링 사업을 비롯한 귀농·귀촌인의 종합안내서인 '행복한 귀농어귀촌 1번지, 땅끝해남' 책자 발간, 농어촌지역 유휴자원을 활용한 은퇴자 공동체 마을 사업, 전남에서 잘살아 보기, 농촌에서 살아보기 사업 등이 추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해남군은 성공적인 청년농업인 영농 정착을 위한 다양한 청년농업인 육성·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지난 2016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청년농업인 육성 사업을 통해 2018년 21명, 2019년 17명, 지난해 23명에 이어 올해도 38명을 지원하고 있다"며 "청년농업인을 위한 보조.공모사업은 모두 24개 사업으로 128명에게 26억 3천만원을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영농 경력에 따라 매월 최대 100만원씩 3년간 지원하는 영농정착금 지원, 세대당 최대 3억원을 지원하는 창업자금 융자 지원도 포함돼 있다.

김 센터장은 "청년농업인의 경영 실습을 위해 내재해형비닐온실을 최대 3년까지 임대해주는 사업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해남군은 내년 150명, 2023년 250명에 이어 2024년에는 400명까지 청년농업인을 육성할 계획이다.

그는 "실습을 위한 임대 농장도 꾸준히 확대하고 있으며, 다양한 지원을 통해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귀농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할 계획이다"며 "특히 농지 취등록세 50% 감면, 농업소득세 면제, 건강보혐료 50% 감면을 비롯해 농어촌공사 농지은행 농지 매매·임차 우선 순위, 융자 신청 시 농신보 보증 비율 우대와 보증심사 간소화 등 청년 귀농인을 위해 최대한 배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청년 귀농인을 위해 다양하게 지원하고 있는 해남군에 귀농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선정태기자 wordflow@mdilbo.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슬퍼요
1
후속기사 원해요
1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농어촌이야기 주요뉴스
댓글0
0/300
메타버스
(약수터) 메타버스
지난 2009년 개봉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 '아바타'는 판도라 행성에 사는 나비 종족을 그대로 모사한 아바타가 실제 세계의 나비 종족과 교류하는 내용이 담겼다. 실제와 꼭 닮은 가상세계에 그 속을 노니는 아바타는 신비감을 주기에 충분했다.인공 두뇌를 활용해 인간을 지배하려는 가상현실 속 영화 '매트릭스' 역시 가상공간을 넘나드는 모습에 머지않은 미래에 성큼 다가와 있는 현실을 직감할 수 있다.코로나로 비대면 소통이 강화되면서 가상세계와 현실세계의 융합을 뜻하는 '메타버스(Metaverse)'가 부상하고 있다.메타버스는 지난 1992년 미국 SF작가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 크래시(Snow Crash)'에 처음 등장했다. 해당 소설에서 메타버스는 아바타를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는 가상의 세계다.이후 메타버스는 지난 2003년 린든 랩이 출시한 3차원 가상현실 기반의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 게임이 인기를 끌면서 널리 알려지게 됐다.특히 초고속·초연결·초저지연의 5G 등 정보통신기술이 급격하게 발달하면서 멀게만 느껴졌던 미래 가상 현실인 메타버스는 어느새 우리 현실 세계에 성큼 다가와 있다.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산업, 교육, 제품체험 등 사회·경제·문화 등 전분야에 걸쳐 확산될 정도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특히 메타버스는 내년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욱 활용되는 모양새다.실제 모 대통령 후보는 최근 '디지털 대전환' 공약을 발표하고 가장과 현실이 융·복합된 공간에서 경제·사회·문화 등이 결합된 예산을 대거 투입키로 공약하고 있다.또 다른 후보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가상공간에 등장해 공약 간담회를 펼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이다.하지만 선거를 앞둔 이들 후보들의 득표를 위한 얄팍한 수단으로 시대의 흐름인 '메타버스' 문제를 정치 소모품화하는 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메타버스'는 장기화된 코로나와 정보통신기술이 적용된 머지않은 우리의 현실적용이 가능한 미래다. 메타버스 안에서 국경의 제한 없이 서로 교류하고 경제활동하는 세상은 머지 않았다.시대의 흐름인 '메타버스'가 내년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등을 앞두고 단순히 선거 득표를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되기보다는 우리 삶의 질적 성장을 이루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김옥경기자 okkim@mdilbo.com
노잼도시
비엔날레관, 미술관, 박물관···많으면 뭐하나 '속 빈 예향'
지난 1일 오후 광주 북구 광주시립미술관의 로비와 휴식공간이 입장객 없이 비어있다.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스페셜기획ㅣ노광탈 프로젝트⑧ 예향? 관광객은 외면한다]'문화수도 광주'라는 말만큼 광주에서 공허한 구호가 있을까. 이 같은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광주 내에는 시립미술관, 시립박물관, 비엔날레 전시관 등 무수히 많은 문화시설이 있지만 시민들 눈높이에 맞추지 못한다는 지적이다.특히 막대한 혈세를 들여 문화시설들은 우후죽순 늘어났지만 방만하고 안일한 운영으로 시민들에게 외면받으면서 자리만 지키는 신세로 전락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이 곳에서 제공하는 콘텐츠는 '수요자 맞춤형'이 아닌 공급자 중심이어서 콘텐츠는 갈수록 늘어도 '소비율'은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통계가 말해주고 있다.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킬러콘텐츠' 위주로 경쟁력을 확보함은 물론 문화시설이 상시적으로 시민들이 찾을 수 있는 '혁신적 공간'으로 재탄생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시설 자체가 하나의 소중한 자산으로 시민들의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점'처럼 각각 떨어져 있는 문화시설들을 '선'으로 연결해 시너지 효과를 높여야 한다는 지직도 나오고 있다.◆중외공원 가보니···주민·상인 "존재감 없어"지난 1일 오후 4시 광주비엔날레 전시관과 광주시립미술관, 광주역사민속박물관 등이 밀집된 중외공원. 광주를 대표하는 문화예술 공간들이 오밀조밀 있는 모여 있는 만큼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이 어느 정도 있을 거란 생각과 다르게 산책하는 주민들만 드문드문 보일 뿐이었다.지난 1일 오후 광주 북구 광주비엔날레전시관에 인적없이 불이 꺼진 공간들이 늘어서있다. 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이 전시는 끝났어요. 여기(비엔날레)는 다른 전시가 없으니 시립미술관 쪽으로 가보셔야 할 것 같아요."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을 들어가자 전시를 알리는 포스터가 무색하게 '지금은 전시를 볼 수 없다'는 직원의 말이 들려왔다.그 전시관에서는 지난 25일부터 이날까지 특별기획전시회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저조한 방문객 때문에 전시작품들은 이미 절반 이상 철수된 상태였다. 작품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작품을 포장한 택배상자와 비닐포장지가 널브러져 있었다.전시관을 나와 다른 전시관으로 향하는 길. 어두컴컴한 복도가 이어지자 불안감이 들었다. 수유실·세미나실 등 비어있는 공간들을 지나쳐 경사로를 오르자 또 다른 빈 전시장에 도착했다.굳게 닫힌 전시장 정문 옆에는 시작까지 일주일 이상 남은 다른 전시회의 안내판이 미리 붙어있었다. 3층 전시장도 오랜 시간 사람이 왕래하지 않은 듯 고요했다.인근 시립미술관을 찾아가자 본관 전체 6개의 전시실 중 2곳만 전시가 진행 중이었다. 시민이 찾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최근 리모델링을 마친 1층 로비에 카페 등 휴게시설이 조성돼 있었지만 건물이 문을 닫는 시간까지 시설을 이용하는 시민은 한 명도 없었다.비엔날레 인근 식당에서 만난 종업원 김모(57)씨는 "비엔날레 앞 상권이지만 비엔날레의 영향은 거의 받지 않는다"며 "이곳을 오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아파트 주민들"이라고 말했다.중외공원에서 만난 시민 유다혜(31)씨는 "바로 앞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지난 번 디자인비엔날레를 관람했을 때 외에는 건물 내로 들어가 본 적이 없다"며 "딱딱한 공간이라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시민 눈높이 안 맞는 콘텐츠에 시민들 '외면'문화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려는 광주에는 시민 혈세로 운영되는 문화예술 시설·공간들이 많다. 그러나 상당수가 시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지난해 초부터 코로나19 확산으로 광주 문화 공간 내 방문객이 절대적으로 감소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는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근본적으로 시민들 눈높이에 맞지 않는 전시 위주의 콘텐츠와 '킬러 콘텐츠'가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0년 문예연감'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광주시에서 열린 문화예술활동은 1천126건이다. 이는 전국 6개 광역시 평균 수치인 1천289건과 엇비슷한데 콘텐츠 자체가 적지 않다는 뜻이다.문제는 시민들이 관심과 눈길을 끌만한 콘텐츠가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문화예술 관람횟수가 타 지자체에 비해 확연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광주시민의 문화예술 관람횟수는 미술전시가 1.7회(6개 광역시 평균 2.05회), 서양음악 2.1회(6개 광역시 평균 1.9회), 뮤지컬이 1.2회(6개 광역시 평균 1.9회)를 기록했다. 시민들이 찾을만한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이와 관련 장재성 광주시의원은 지난 10월 광주시의회 302회 임시회에서 "광주시가 유치한 문화시설이 많지만 특별한 콘텐츠가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독특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유지비는 나가는데 ···'노는 공간' 많아 활용 필요이 같은 문화시설은 전시나 공연과 같은 콘텐츠 외에도 공간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임에도 이를 간과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러면서 시민들의 발길이 끊긴 채 유휴공간으로 전락하고 있다. 특히 비행사 기간에는 폐쇄된 채 비어있는 경우가 많다.대표적으로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은 비엔날레와 디자인비엔날레가 2년 주기로 열린다. 통상 두달여간 열리기 때문에 일년 중 10개월은 빈 공간으로 남게 된다. 다음 해 전시를 준비하는 기간을 감안하더라도 상당 기간이 비어있는 상태다.이 때문에 정기전시가 열리지 않는 기간에는 대관 등을 통한 수시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으로 전시관을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광주비엔날레재단에 따르면 이달 중 교육 프로그램 만 단 3일 잡혀있는 상황이다.광주비엔날레는 전시관 구조 등의 문제로 대관 '전시벽'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비엔날레 관계자는 "비엔날레는 전시관 하나하나의 크기가 큰 편이기에 대관료도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공연시설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서구 광주공연마루의 경우 지난 2010년 광엑스포 당시 주제관으로 사용된 후 지난 2018년부터 국악상설공연을 위한 장소로 새단장했다. 그러나 공연장은 물론 주변 공원까지도 사람이 찾지 않고 있다. 주 5회의 국악공연이 이뤄지고 있지만 많은 시민의 발걸음을 이끌기에는 역부족이다. 공원 내 에너지파크가 개관해 방문객이 늘었지만 대부분 교육을 위해 찾을 뿐이다.이에 전시관·휴식공간 등 시설 활용률을 더욱 높이기 위해서는 대관지원,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언제든 와서 쉬고 놀 수 있도록 공간을 혁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실제 서울과 천안시 등은 지원사업을 통해 시민들에게 빈 공연시설과 전시시설 등을 무료로 대관해주고 있다. 예술활동의 시민참여를 확대하고 콘텐츠를 늘린다는 취지다. 국립현대미술관의 경우 콘텐츠 생산에 관심을 기울이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미술관 내 퍼포먼스·공연, 미술작가와의 대화, 학생과 시민들을 위한 미술교육 등이 운영되고 있다.◆"상시 즐길 공간으로 구성, 연결이 중요"최근 광주시립미술관은 1층을 시민이 와서 쉬고 놀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재단장하는 등 체험문화공간을 조성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광주시립미술관의 이 같은 시도는 단순히 미술 만을 전시해 사람을 모으는 게 아니라 공간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가 돼 시민들을 모으고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미술문화 향유로 이어지게 하려는 시도다.기존 미술관이나 박물관들 대부분이 딱딱한 전시와 지루한 공간 구성으로 시민들에게서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과 궤를 같이 한다. 마찬가지로 5·18사적지인 전일빌딩의 경우도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해 시민들에게 휴식과 오락의 기능을 제공하면서 5·18 교육과 체험이라는 본연의 목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하고 있다.무엇보다 문화 시설·공간들 간의 연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한 지역 문화계 인사는 "중외공원 내 여러 문화 시설·공간들이 시민들의 발길을 이끌지 못하는 것은 구호로만 문화벨트로 묶여있지 실제로 따로따로 기능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또 다른 지역 문화계 관계자는 "올해 광주시립미술관의 경우 이건희 컬렉션 덕분에 전국적으로 사람이 찾아와 자리를 못잡을 정도였다"면서 "시립미술관은 물론 지역 내 문화공간들이 이곳 만이 가지고 있는 킬러콘텐츠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확산 탓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시민이 찾지 않아 공간이 낭비되는 상황은 이전부터 문제였다"며 "소중한 공간이 시민의 쉼터가 되고 놀거리가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공간을 혁신하고 시민들이 찾을만한 체험공간으로 조성하는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MZ세대
'# 해시태그'와 '井 우물' 어째 닮았다 했더니···
현대사회 속 #(해시태그)는 어떤 의미일까.스마트폰 화면 속 버튼 하나, 가상의 관계망을 규정지어주는 #(해시태그)는 현재의 키워드를 읽어낼 수 있게 한다. SNS라는 온라인 관계망 속 해시태그를 보면 현재의 이슈들이 얼마나 빠르게 확산되고 변화되어가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특히나 MZ세대라 불리는 젊은 층에서 이 해시태그는 그들만의 소통수단이 되어가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들에서 착안된 전시가 열린다.광주 동구 제봉로에 자리한 예술공간 집은 1∼10일까지 '#우물정'전을 열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전남대 예술대에서 한국화를 전공하고 있는 대학원생과 졸업생 총 10인이 각각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전시는 참여작가 중 한 사람인 박화연 작가가 기획했다.현대인들에게 익숙한 #(해시태그)는 그 모양새가 한자 '井'(우물 정)과도 같다.사람의 입으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말들이 연결되어 나타나며 동시대인들의 다양한 시선들 또한 집결해 있는 매개체로서 #를 해시태그, 혹은 우물 정으로 바라보았다. 현재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우물'이라는 장소도 그러한 곳이었다.'우물'은 물을 긷는 곳으로 마을 사람들에게 식수를 제공하는 중요한 장소였다. 마을 사람들에게 우물가는 빨래터가 되기도, 생활의 지혜나 소문을 나누는 은밀한 장소가 되기도 했다.복합적인 장소로서 기능했던 우물은 사람들의 삶의 양식이 변화함에 따라 희귀한 장소가 되어버렸고 이제 그 실체보다는 '우물'이라는 말과 글만이 남겨져 있다.키보드 위에 새겨진 자판 하나, 스마트폰 화면 속 버튼 하나 그리고 SNS라는 가상의 관계망 속에서 수없이 드러나는 문자 하나로서 현대인들에게 익숙한 해시태그는 옛 장소인 우물처럼 수많은 관계망을 만들어낸다.그렇게 해시태그와 우물의 연계성에서 출발, '#'를 각자의 다양한 해석을 담아 제작한 작품들이 모아졌다. 참여 작가는 권예솔, 나지수, 박화연, 설 박, 양세미, 왕샤오난, 왕해음, 윤준영, 전정연, 조하늘 총 10명이다. 다양한 개성이 돋보이는 작품들을 출품했다. '#우물정'의 기획의도 아래 각자의 작품세계 안에서 변화의 모색을 실험해보고 또 다양한 시도를 해본 작품들이다.전시를 기획한 박화연 작가는 "전통적인 우물은 물을 긷는 곳으로 마을 사람들에게 식수를 제공하는 중요한 장소였다. 마을 사람들에게 우물가는 빨래터가 되기도, 생활의 지혜나 소문을 나누는 은밀한 장소가 되기도 했다"며 "복합적인 장소로서 기능했던 우물은 사람들의 삶의 양식이 변화함에 따라 희귀한 장소가 되어버렸고 이제 그 실체보다는 '우물'이라는 말과 글만이 가까이 남겨져 있다"고 말했다.전시는 이처럼 실제와 가상이라는 서로 다른 장소성을 지녔지만 '관계의 매개'로서 존재해 온 공통된 지점을 발견하며 전통적 우물과 #(해시태그, 우물정)의 다층적 의미를, 그 가운데에서 작동하는 예술의 가치를 조명하는 장으로 펼쳐진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지방소멸
제주와 대기업들, 마케팅·도시브랜딩 '찰떡 깐부'
유명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는 제주의 청정 이미지를 브랜딩해 성공한 사례다. 제주시 서귀포 안덕면에 위치한 '이니스프리 제주하우스'의 모습.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온리 제주(Only Jeju)라는 브랜드슬로건을 가진 제주도는 슬로건만큼이나 독보적인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지역 자체가 강력한 브랜드인 몇 안되는 곳이다 보니 기업들이 오히려 제주의 브랜드를 활용하면서 지역과 기업이 서로 시너지를 일으키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아모레퍼시픽이나, 삼다수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데 제주시의 도시브랜딩은 관 주도의 브랜딩이 아닌 지역의 핵심주체인 기업들과 협업을 통한 다양한 도시브랜딩 필요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손꼽힌다. 특히 도시브랜드를 잘 갖추면 이를 활용하려는 기업들은 얼마든지 많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오설록, 이니스프리, 티뮤지엄…'청정' 제주 효과제주 서귀포 안덕면에 위치한 '오설록 티뮤지엄'. 아모레퍼시픽 그룹 계열사이자 차 분야에서 강한 시장경쟁력을 가진 차 브랜드 '오설록'이 운영하는 차 박물관은 한해 15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하는 제주 최고 명소이자 문화공간이다. 단지 차 전시에 그치는 게 아니라 자연친화적인 휴식공간과 '차 클래스' 등 체험 프로그램까지 운영하고 있어 다양한 연령층이 찾는다.취재를 위해 찾은 지난 6일 10만평이 넘는 끝없이 펼쳐진 녹차밭을 배경으로 관광객들은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 그 중에서도 단연코 '이니스프리 제주하우스'는 최고의 인기 장소다. 국내 대표 화장품 브랜드인 이니스프리 소비자라면 꼭 찾게 되는 이곳에는 제주도에서만 살 수 있는 다양한 제품, 기념품 등을 팔고 있었다. 또 부모들은 아이들과 함께 비누만들기 체험에 집중하고 있거나 연인처럼 보이는 이들은 스탬프 엽서를 만들기도 하고 있었다. 같은 건물 안 카페에는 한라산 모양을 한 한라산 케익과 제주의 풍경을 담은 티라미수 등도 인기 상품이었다.자녀와 함께 찾은 박지원씨는 "평소 이니스프리 제품을 이용하다 보니 궁금하기도 해서 오설록티하우스에 온 김에 들렀다"면서 "제주매장답게 제주다운 인테리어와 제주에서만 파는 기념품이 있어 좋고 스탬프 엽서 꾸미기 같은 것도 있어서 놀다 가는 기분 낼 수 있다"고 말했다.이니스프리는 '청정 제주' 이미지를 적극 브랜딩에 차용해 성공한 브랜드다. 지난 2008년 제주 이미지를 연계한 브랜드 마케팅이 성공한 것이다. 이니스프리는 제주 녹차뿐만 아니라 제주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식물을 이용한 제품을 만들고 있다. '제주 그린 뷰티 연구소'를 두고 따로 제주 특화 제품을 개발할 정도다.SPC그룹의 파리바게뜨와 스타벅스 등 기업들은 제주도에서만 파는 제품을 통해 자사의 수익과 제주의 지역 관광 매력도를 동시에 올리고 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토종 삼다수·외인 카카오 본사도 제주 명소로같은 날 제주 조천읍 '삼다수 숲길'. 바로 옆에는 국내 대표 생수업체인 '삼다수' 공장이 있다. 사려니숲길 등 숲길 탐방로가 많은 제주에서도 비교적 최근에 생긴 '삼다수 숲길'은 그 독특한 이름때문에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30m 남짓한 삼나무가 빼곡하게 채운 숲길은 지난 2018년 제주도의 13번째 지질공원 대표명소로 지정되기도 했다.지난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삼다수숲길 걷기대회가 열리고 있던 덕분에 볼거리가 풍부했다. 특히 인기 연예인 '아이유'가 출연해 관심을 받은 '아이유 포토존'은 최고의 사진 장소였다. 또 숲길 인구에는 수공예품과 먹을거리를 판매하는 장터도 열려 즐거움을 더했다. 특히 숲길 시작점에 있는 제주 삼다수 '물 홍보관'은 생수 제조 과정 등에 대한 궁금증을 풀수 있었다.또 제주하면 빼놓을 수 없는 기업은 '카카오'다.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 IT기업인 '카카오' 본사가 제주도에 있게 된 건 카카오와 기업합병됐던 포털업체 '다음'이 지난 2012년 제주로 본사를 이전했기 때문이다. 특히 카카오본사인 '스페이스 닷원'은 제주의 땅을 형상화한 건축물로 가치를 인정받아 한국건축가협회상 본상, 한국건축문화대상 대상을 수상했는데, 이 건물을 보기 위해 또 무수히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특히 카카오는 제주도의 돌하르방, 제주감귤, 한라봉, 현무암 등을 '카카오프렌즈' 캐릭터에 활용하기로 유명하다. 제주에 와야만 살 수 있는 카카오프렌즈 상품들을 사기 위해 소비자들은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 이외에도 파리바게뜨 또한 제주도에서만 파는 상품을 개발·판매하면서 제주 관광 매력을 높이고 있다.제주 브랜드슬로건 온리제주(Only Jeju).◆기업들이 제주도를 광고한다아모레퍼시픽이나 카카오 외에도 스타벅스 등 유명 기업들은 앞다퉈 제주도의 브랜드를 활용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는 제주도가 강력한 브랜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화산, 섬, 독특한 지질구조, 오름 등 제주의 천연 자연에서 비롯된 이미지를 기업들이 자신들의 브랜딩에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이렇게 소비된 제주도 이미지는 제주도의 도시브랜드를 높여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니스프리, 삼다수, 카카오 등의 기업들이 광고를 통해서든 상품을 통해서든 제주도라는 브랜드와 관광객(또는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돕고 있는 것이다.제주도 또한 지자체가 적극 나서면서 기업들과 협업을 하고 있다. 도시 브랜드슬로건을 각종 상품이나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제주시 자연환경에 맞는 테마파크 등을 적극 육성하면서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있다.이 같은 제주도 사례는 지방자치단체가 홀로 도시브랜딩을 끌어가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민간과 더 다양한 협력과 창의적인 방법을 찾아야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광주·전남에 기반을 두고 있는 보해양조의 경우 '여수밤바다'라는 여수의 이미지를 적극 활용해 '여수밤바다' 소주를 여수에서만 판매하고 있다. 특히 자사 대표 소주인 잎새주 알코올 도수인 17.8도보다 조금 더 부드러운 16.9도로 낮춰 여수를 여행하는 주 관광객인 젊은층들을 공략하고 있다.특히 한 지역에 탄생한 브랜드는 그 지역을 대표할 수도 있고 최고의 관광상품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형성된 브랜드는 지자체가 열심히 홍보하는 브랜드슬로건보다 때론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